X-T1 367

자연이 펼쳐 놓은 평온에 잠시 기대다_20190713

마당을 나서 다른 가족을 데리러 안동역으로 가기 전, 작년부터 찾아 가겠노라 다짐했던 고산정을 찾았다.봉화 청량산을 지나면 행정 구역상 이내 안동이 나오고 그 첫 머리에 이런 절경이 환영을 한다. 강에 기댄 기암 절벽이 펼쳐져 있고 그 절벽이 끝나는 시점의 작은 터에 마련된 고산정은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고산정이 그저 평이한 강가에 있었다면 돋보일 수 없었겠지?장엄한 자연이 위대한 이유는 이렇듯 함께 빛을 내기 때문이다. 강을 건너 고산정으로 가자 초입이 이런 멋진 느티나무가 한껏 가지를 펼친 채 반가이 맞이해 준다. 사실 고산정은 평이한 고택에 불과하다.그리 알려지지 않아 이 공간에 머무는 내내 새소리와 바람소리, 심지어 몇 방 물어 뜯긴 모기소리 조차 선명하게 들린다.강 너머에서와 달리 고산..

문화 찬가, 김광석 거리에서_20190622

이튿날 일어나자 마자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커피 한 사발 들이킨 후 간소한 차림에 카메라를 담은 슬링백을 메고 대구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날아간 곳.비가 내린 다음 날이라 대기가 맑은 만큼 햇살이 무척이나 따갑다.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구민 운동장역에서 전철을 타고, 대봉교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동안 흐르는 땀이 등줄을 간지럽힌다. 자근하게 곡조를 뽑아내는 멋진 음악가가 '서른 즈음에'를 '마흔 즈음에' 감성으로 읊조린다. 문화의 갬성과 먹거리 갬성이 잘 맞아 떨어지는 곳이 바로 대구 김광석 거리다.김광석을 추모하며, 또한 문화와 낭만을 버무리고, 주변 경관은 덤이다.남녀노소 없이 문화의 열정을 거침 없이 표현하는 사람들과 갓 생산된 따끈한 문화를 소비하기 위해 발품도 마다 않는 사람들.주말이라는 황금..

석양과 달이 머무는 자리_20190608

도마령을 넘어 길게 뻗은 구부정길을 따라 황간에 도착했다.절실 했던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황간을 몇 바퀴 돌다 아쉬운대로 파리바게트에서 몇 사발 들고 도착한 황간의 명물, 월류봉은 예상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북적대는 곳이었다.관광버스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공간을 메운 인파가 북적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많던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이내 다시 인파가 들어서길 몇 번 반복하는 사이 해는 서서히 기울며 머물러 있던 낮도 사라져 갔다.한 자리를 잡고 2시간 정도 앉아 마저 남은 커피를 비우며 남은 이야기도 비웠다. 홀로 우뚝 솟은 월류봉의 끝자락을 부여 잡은 월류정과 그 바위산을 단단히 부여 잡은 초강천이 함께 어우러진 월류봉은 그 일대가 그림 같은 곳이다.힘들게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건져..

삼도를 넘어_20190608

하루 만에 무주를 둘러 보는 건 쉽지 않아 미리 구상 했던 동선에만 충실히 따르고, 나름 무주에서 유명한 어죽을 후루룩 박살낸 뒤 영동 황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아무래도 가족들의 노곤함을 배려하사 혼자만의 앞선 과욕으로 이동의 피로를 덜고, 나만큼 헤메는 길에 단련되지 않은 고로 단촐한 동선을 그어 언젠가 떠나게 될 다음 여행에 아쉬움을 던지자는 의미도 있다.황간으로 향하는 길은 높은 산새를 비집고 자리를 잡은 도마령을 넘어야 되는데 길이 단순해 헤메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어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둘러 보며 나아갔다.길과 속도에 대한 긴장감이 풀리자 대화는 풍성해 졌고, 그간 살아가던 이야기와 하다못해 주변에 마주치는 동네 풍경까지도 화제로 이어져 잠시도 지루할 틈은 없었다.마침 고갯길로 향하던 길은 민..

자연과 역사가 만든 장벽, 나제통문_20190608

인간의 역사가 자연의 나이보다 유구 하겠냐마는 문명이 잉태되고 제대로 된 역사를 기록 하면서 태초라는 표현도 써 봄직한 징표 중 하나, 백제와 신라의 경계와 관문이던 라제통문은 꽤나 장엄한 시간이 뚫어 놓은 바위 터널이다.수 많은 시간이 관통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발자취들이 쌓여 매끈해진 흔적은 통렬하게 퍼붓던 비마저 실어 나르던 바람 조차 이 유구한 경계에 서서 잠시 숙연한 고개를 떨구던 곳이다.휘영청 맑은 대기를 뚫고 하염 없이 쏟아지던 햇살을 외면하며 잠시 나마 이 자리에 서서 잊혀져 버린 기억들을 되새김질 하기엔 아무런 거리낌도, 망설임도 없었다.언젠가 잊혀질 시간들이 있는 반면 그 이면엔 바위에 새긴 문자보다 더욱 굳건하게 각인될 시간도 있거늘, 먼 길을 달려온 보상처럼 가슴 벅찬 사념 덩어리에..

늦은 시간, 그리고 다음날 이른 시간_20190607

무주로 내려오는 길은 무척이나 지체 되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가족 여행으로 오손도손 따스한 분위기로 인해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무주로 목적지를 선택한 이유는 지방에 사는 한 가족이 대중 교통으로 이동해야 되는 특성상 도중에 픽업을 해야 되는데 각자 적절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서 관광 도시로써 제격이기도 했고, 앞서 봄에 방문했던 당시 오마니께서 극찬을 하시어 미리 무주 일성 콘도를 예약했다.가족 여행이라는 명분 하에 서운함과 정겨움을 나눠 보자는 취지 였고, 가뜩이나 평소에 비해 퇴근이 조금 지체 되었던 데다 가족 한 명을 태워 대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3시가 가까웠다.대전역에서 바로 또 다른 가족을 태우고 안주거리를 구입한 답시고 가양동을 지날 무렵 치킨에 순대를 투고 하느라 더욱 지체 되..

정적 짙은 파사산성_20190524

파사산성은 막국수로 유명한 여주 천서리와 순대가 유명한 양평 개군면 경계에 위치한 작은 산성으로 남한강이 지나는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올라도 전망이 굿이다.전국 곳곳을 다녀 보면 의외로 찰진 만족을 주는 숨겨진 여행지가 많고, 알려지지 않은 만큼 고요한 환경에 힘입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파사산성 또한 그런 범주의 여행지인데 세마대 독산성과 비슷해서 같은 고장 사람이라면 식상한 동네의 명승지 정도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난 여행자고 생애 처음 밟는 땅이라 알려지지 않은 명승지다.천서리를 지나 남한강을 따라 양평 방면으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이포보 부근 대신석재가 있는데 거기 텅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비교적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얼마 걷지 않아 쉽게 산성의 성곽이 눈..

너그러운 남한강에 기대어_20190524

이튿날 커튼을 열어 젖힘과 동시에 강렬한 햇살이 사정없이 실내로 넘쳐 들어와 호텔방 안을 가득 채웠다.전날 밤 늦게 도착해서 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을 때 자욱한 가로등 불빛에 호텔 옆 주차장과 공원만 비추며 활기가 넘쳤는데 낮이 되어 밖을 보자 익숙하던 공원을 비롯하여 밤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잔잔한 남한강과 그 건너 신륵사, 그 너머 광활한 여주의 평원까지 여지 없이 보인다. 남한강과 공원이 만나는 지점에 나루터가 있고 연이어 캠핑장이 촘촘히 박힌 너른 유원지가 펼쳐져 있는데 아침부터 워낙 따가운 봄햇살이 내려 쬐여서 그런지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고, 신록만 흥에 겨운 전경이다. 썬밸리 호텔에 자리 잡은 워터파크는 아직 뜨거운 여름 시즌이 오기 전이라 텅비어 있는 그대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로..

여주에서 만난 야경_20190523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남한강변으로 차를 몰아 여주 시내가 보이는 한강의 너른 고수 부지에 산책을 하며 야경을 즐겼다.산책로를 따라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그 길을 버리고 강 가까이 비포장길을 걸으며 마땅한 데를 찾아 간이 의자를 펼치고 야경을 감상하는데 때가 때인 만큼 날벌레들이 가느다란 빛을 보고 모여 들었다.장노출할 의도라 비교적 긴 시간 머무르며 셔터를 노출 시켜 둔 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문명의 빛을 바라보는 내내 평온한 기분이다.크게 화가 날 일도, 함박 웃음을 터뜨리던 일도 단편적으로 파편화된 기억 마냥 떠오르지만 당시와는 달리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는 걸 보면 순간의 감정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닌가 싶다.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 일에 본질을 잊고 팔팔 끓어 ..

일상_20190522

달콤한 봄 기운을 먹고 자란 베란다 화초들이 시나브로 만개하여 간직하고 있던 색들을 뽐내고 있었다.나의 무심함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듯 요 깜찍이 같던 녀석들은 시샘 없이 저마다 간직해 왔던 화사함으로 공기 중에 부서지는 햇살의 양분을 한껏 담으며, 그리워 했던 봄의 품에서 어리광을 피운다.그 사랑스런 모습에 주체할 수 없는 미소로 응대해 주며, 화사해진 하루를 맞이하는 건 일상적인 특별함이다. 손주가 어깨 수술로 잠시 불편한 외할머니께 영산홍 화분을 선물해 드렸는데 베란다 화단에서 무럭무럭 성장해서 이런 묘한 색감의 꽃망울을 틔웠다.꽃잎이 어떻게 투톤이지?사랑이 깃든 선물에 정성으로 가꾸어 꽃이 재롱을 피우는 거 같다. 모기가 싫어하는 화초라는데 꽃이 상당히 화려하고 여러 가지 색깔로 마블링 된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