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자연이 펼쳐 놓은 평온에 잠시 기대다_20190713

사려울 2019. 9. 23. 03:00

마당을 나서 다른 가족을 데리러 안동역으로 가기 전, 작년부터 찾아 가겠노라 다짐했던 고산정을 찾았다.

봉화 청량산을 지나면 행정 구역상 이내 안동이 나오고 그 첫 머리에 이런 절경이 환영을 한다.





강에 기댄 기암 절벽이 펼쳐져 있고 그 절벽이 끝나는 시점의 작은 터에 마련된 고산정은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고산정이 그저 평이한 강가에 있었다면 돋보일 수 없었겠지?

장엄한 자연이 위대한 이유는 이렇듯 함께 빛을 내기 때문이다.



강을 건너 고산정으로 가자 초입이 이런 멋진 느티나무가 한껏 가지를 펼친 채 반가이 맞이해 준다.





사실 고산정은 평이한 고택에 불과하다.

그리 알려지지 않아 이 공간에 머무는 내내 새소리와 바람소리, 심지어 몇 방 물어 뜯긴 모기소리 조차 선명하게 들린다.

강 너머에서와 달리 고산정 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은 큰 특색이 있는 건 아니었고, 강이 만들어 놓은 절벽과 그 일부처럼 보이는 장면이 압권이었던 만큼 고택에서 누릴 수 있는 사색이 적절한 동기 부여가 아닐까?



유구하고 장엄한 자연 앞에 굳어 버린 겸손은 여전히 되뇌이는 탄성을 애써 억누르고 자그마한 모퉁이 한 터에 자리를 잡았다.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가 아니었다면 지나는 길에 심연을 어떻게 이해하려 고개를 숙이겠나.

언론의 힘이란 한낮 시골 깡촌의 초라한 고택을 심오한 명승지로 재탄생 시킬 만큼 파괴력을 가늠할 수 없지만 썩어 빠진 권력과 탐욕에 눈 멀어 횡포를 일삼는 앵무새들은 강물도 구역질 내겠지?

강이 다듬어 놓은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절경을 다듬어 놓은 이 장소의 이름을 몰라 고산정의 이름을 빌릴 뿐, 억겁 동안 고요히 자리를 지키며 시간의 정으로 절벽을 다듬는 자연이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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