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삼도를 넘어_20190608

사려울 2019. 9. 19. 02:10

하루 만에 무주를 둘러 보는 건 쉽지 않아 미리 구상 했던 동선에만 충실히 따르고, 나름 무주에서 유명한 어죽을 후루룩 박살낸 뒤 영동 황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래도 가족들의 노곤함을 배려하사 혼자만의 앞선 과욕으로 이동의 피로를 덜고, 나만큼 헤메는 길에 단련되지 않은 고로 단촐한 동선을 그어 언젠가 떠나게 될 다음 여행에 아쉬움을 던지자는 의미도 있다.

황간으로 향하는 길은 높은 산새를 비집고 자리를 잡은 도마령을 넘어야 되는데 길이 단순해 헤메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어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둘러 보며 나아갔다.

길과 속도에 대한 긴장감이 풀리자 대화는 풍성해 졌고, 그간 살아가던 이야기와 하다못해 주변에 마주치는 동네 풍경까지도 화제로 이어져 잠시도 지루할 틈은 없었다.

마침 고갯길로 향하던 길은 민주지산 휴양림 초입을 지나자 급격히 가팔라 졌지만 길가에 늘어선 마을 풍경이 무척이나 평화롭고 정갈하여 이마저 눈 요기거리로 충분했다.



도마령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경사는 급격해 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에는 지나는 사람들이 높은 고도와 험준한 길에 잠시 긴장을 벗어 둘 수 있도록 너른 테라스가 전망대 삼아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인 무주 방면으로 시선을 두자 천리 행군 중인 백두대간의 위엄을 짐작할 수 있다.



행정구역 상 여긴 고갯길이 시작하는 지점부터 이미 충북 관할 구역이다.



이길을 따라 간다면 황간이 나온다.

비가 내려 대기가 맑은 가운데 광활한 하늘이 가을하늘처럼 멋지게 펼쳐져 있다.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작은 소로를 따라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오르막의 정점에 다다르자 급하게 두드리던 한숨이 사그라든다.

전라, 충청, 경상이 한 자리에 모여 멋진 산세를 조각한 삼도봉에 기대어 높은 지세를 따라 오른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 준 도마령은 전라와 충청의 가야될 먼 길을 한눈에 읽기 쉽도록 나열해 놓았다.

높이 오른 만큼 내려가는 길은 위험한 가시밭길과도 같지만, 그 정상에서 쓸어 담을 수 있는 경관은 모든 위험과 고난의 이유를 자근하게 어루만져 준다.

친절한 도마령을 닮아 팔각정과 전망대는 3도가 만나는 배려의 집합체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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