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261

태백에서의 첫 날_20170527

늑장을 부리다 늦게 출발한데다 뻔히 아는 길을 잘못 접어 들어 더 늦어져 버려 부랴부랴 실비식당에서 쫓기듯 한우를 구워 먹었는데 술에 잔뜩 취한 쥔장이 9시에 문닫는다 했건만 나가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기분만 잡치고 태백 오투리조트로 늦게 도착, 체크인 하면서도 불성실한 직원의 태도와 말투로 짜증 지대로 였다. 오투리조트 직원들 원래 이렇다는 거 한 두 번 겪은 것도 아니지만 모처럼 기분 내서 먼길을 온데다 오마니 뫼시고 왔잖아!옆에 서 계시는데 화 낼 수도 없고 해서 맘 속에 참을 인자 그리는 첫 날이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밖을 다시 뛰쳐 나온 건 순전 나만의 기대감 때문이었지.이런 오지에, 그것도 고도가 1000미터 넘는다면 은하수가 보이겠거니 하고 후딱 나왔는데 이런!자리를 옮겨 가며 몇 십 분을 ..

일상_20170519

입는 옷의 두께가 얇아짐과 동시에 상의 팔이 짧아지고 더불어 낮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져 여름이 목전으로 다가왔다.퇴근이 빨라져 동탄에 도착했음에도 아직 대낮 같아 냉큼 집에서 옷을 갈아입곤 카메라를 챙겨 얼마 남지 않은 아카시아 향을 찾아 나섰다. 동탄복합문화센터 뒤 반석산자락엔 여전히 아카시아 향이 진동을 하는데 대부분 꽃이 떨어져 시들었건만 아직도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은 양 시들지언정 그 향의 자태를 뽐내는 아카시아 꽃이 매달려 있는 나무도 있다.둘레길을 한바퀴 돌아 도착한 동탄복합문화센터 뒷편 반석산 무장애길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꽃이 매달려 발걸음을 잠시 붙잡아 둔다.대부분 낮은 곳에 꽃은 떨어져 바닥에 떨어진 채 말라 비틀어져 있는데 키가 큰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 부근엔 아직도 꽃..

일상_20170513

주말 이른 아침의 해돋이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대지를 헤집어 놓는 현장의 빼곡한 타워크레인이 굴절되어 그다지 아름답진 않은데다 그런 기대감도 이미 포기하며 무덤덤히 쳐다 보게 된다.봄이 점점 지나 여름이 오는 기약으로 밤의 길이가 많이 짧아 졌기에 여간 일찍 일어 나지 않으면 일출을 보기 힘든데 이날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 떠오르는 태양을 찍곤 다시 잠을 청했다지? 근래 봄비가 자주 내리는가 싶은데 한차례 시원하게 퍼붓던 비가 이내 그치고 창의 방충망에 빗자국을 남겼는데 이게 사진 찍을 무렵 한 칸씩 없어지는게 눈에 보여 오기?로 찍어 놓은 거 같다.카메라 셔터가 찰칵하던 순간 하나가 더 없어 졌다지~

비슬산의 유가사_20170504

이튿날 일찍 꽁지 불 난 사람처럼 냉큼 일어나 분주히 외출 준비를 하곤 오마니께서 가고 싶으시다던 청도 한재길로 출발했다.가는 길에 청도읍 추어탕을 먹고 갑자기 든 커피 욕구에 지도를 검색, 청도휴게소에 투썸이 있어 커피 한사발 마시겠다고 고속도로를 타고 뎁따시 큰 걸루 하나 사서 밀양에 내려 국도를 타고 한재길로 접어 들었는데 온통 미나리 컨셉이다.청도 단미나리가 유명하다고?한재길을 타고 한참을 들어 갔는데 끝도 없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미나리 식당이며 하우스가 들어차 있어 하염 없이 올라가자 인가가 끊기고 급격한 오르막길이 나와 잽싸게 차를 돌려 다시 도로를 거슬러 내려 갔다.그러자 자그마한 하우스에 한 어르신이 미나리 씻으시는 모습을 보곤 차를 세우자 오마니께선 하우스로 들어가시고 난 길 가장자리에..

쓸쓸한 망우당의 밤_20170503

오랜만에 찾아 온 대구는 아부지 찾아 뵙고 미리 예약해 놓은 인터불고 호텔로 도착, 그 사이 해가 서산으로 기운지 한참을 지난 깊은 밤이 되어 버렸다.오마니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카메라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챙겨 바로 옆 망우당 공원으로 행차 하셨는데 언제나 처럼 여긴 밤만 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적막의 공간으로 단장해 버린다.(망우공원 야경_20150403, 산소 가는 날, 봄도 만나_20160319) 영혼이 없는 누군가가 나를 째려 보는 낌새에 올 때마다 깜놀한다.가뜩이나 사람이 없는 공원에 흐릿한 조명 뒤 동상은 자주 오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처럼 가끔 들리는 외지인은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을 거 같다.분명 밤에 누군가 여기에서 나처럼 놀라 자빠진 사람이 있을 거야. 텅빈 공..

추억을 걷다_20170419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 졌음에도 나는 주제 넘게도 무리한 여행 계획을 세웠고 비웃기라도 하듯 출발하는 저녁 시간부터 계획이 어그러져 1박의 여행은 그저 한적한 곳에서 잠이나 자고 오는 반쪽 짜리가 되어 버렸다.게다가 출발하는 이른 저녁 시간에 기습적으로 내린 비는 사실 가는 길조차 나의 단념을 부추겼으나 평일 한적한 시간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던 만큼 강행의 깃발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이번 만큼은 게릴라식 여행이라 3주 전에 미리 예약해야만 하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었지만 평일의 혜택은 모든 숙소가 단기 비수기라 아쉽긴 해도 주말 휴일에 비해 저렴하다는데 위안 삼아야 했다.충주 켄싱턴 리조트는 그나마 집에서 접근이 용이한, 여행 기분을 충족하면서 이동 거리가 짧은 곳인데다 충주는 이미 ..

일상_20170415

시나브로 벚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4월의 눈인 양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 꽃잎들이 자욱하다. 여전히 활동하기 좋은 시기엔 이견이 없지만 못 된 버릇인 앞서 예측하는 센서가 여름 더위의 촉수까지 더듬었다.가만 있어도 땀에 쩔어, 끈적해, 땀 내 나, 모기 발광 옆차기 해, 피서철이면 물가 피싸, 인산인해에 차들도 많아...매년 맞이하는 여름이지만서리 그래도 새롭게 짜증 지대로라 달갑지 않아 봄과 가을이 더 돋보이는 거겠지.쓸데 없는 잡념을 물리치고 그나마 낮이 길어진 지금 활동하기도 딱 좋다. 동탄주민센터 옆에 아직 꽃잎이 많이 남은 벚꽃을 보면서 가방 속에 카메라를 끄집어 내어 넥스트랩에 손을 끼웠다.꽃잎이 우수수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건 파랗게 뻗어 나오는 이파리만 봐도 알 수 있듯 아직은 태동하는 초록이..

봄의 절정에서 호수를 품다, 두나_20170410

숙소로 잡아 놓은 휴양림 통나무집으로 돌아와 오마니께서 손주를 데리고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난 10년 만에 찾은 계명산 휴양림 숲길을 걸으며 해가 지기 전 잽싸게 사진 몇 컷을 찍기로 했다.할머니께 터지기 시작한 말 문에 굳이 찬물 끼얹을 필요도 없고 가끔 가는 여행에 대한 피로도가 일찍 쌓여서 두 분을 두고 혼자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가을 하늘 만큼 높고 청명하던 충주의 하늘은 마치 호수를 마주 보고 펼쳐 놓은 바다인 양 깊고 드넓었다.안타까움이라면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서둘러 계명산 숲길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떨어진 콩고물 찾는 사람처럼 두리번 거리며 비탈진 산으로 향했다.계명산 휴양림 숲길은 10여년 만에 왔건만 통나무집은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산책로는 완전 달라졌다.(..

봄의 절정에서 호수를 품다, 하나_20170410

입대를 앞둔 조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2년 동안 세속을 떠나 있는데 아이폰이나 플스를 가져봐야 개밥에 도토리고 그렇다고 생까기엔 삼촌으로써의 밑천이 다 드러나 가슴에 양아치 추억만 남길 거 같았다.근데 유형의 상품만이 선물은 아니잖나?특별한 선물이라면 추억도 괜춘한 방법인데다 가끔 내가 가는 여행에 이 녀석도 싫은 내색 없이 따라 나서는 경우도 있고 가고는 싶으나 또래가 없어 혼자 뻘쭘함을 감당하기 거시기해서 망설이다 포기했던 경우도 있었다.그래!때마침 철 좋은 봄날 세상 구경 같이 하자 싶어 오마니 뫼시고 바다처럼 탁 트인 느낌과 강원도 산간 오지 느낌도 낭창하게 누릴 수 있는, 충주호가 발치에 내려다 보이면서 가파른 첩첩 산들이 모여 있는 충주 계명산 휴양림으로 결정했어. 출발 ..

쑥 뜯으러 가세_20170402

괜한 객기를 부렸나? 쑥국의 향그로운 여운과 비교적 깨끗하게 많이 나는 곳을 이야기 했다가 꼼짝 없이 끌려 가게 되었다.먹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인데 길도 안내해야 되고 덩달아 쑥까지 뜯어야 되다니!평소 자전거 타고 오산을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틈틈히 봐 왔던 장지천변에 인적을 피해 자라던 쑥이 워낙 탐스러워 추천했던 건데 같이 가잖다.오마니, 누님 식구와 같이 동탄 산단지구를 관통하는 장지천으로 갔다, 아니 끌려 갔다.(일상_20170325) 장지천 저류지 공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건 바로 만발한 산수유꽃과 몸 보신 하느라 여념이 없는 파리다.자전거를 타고 오산까지 갔다가 오는 길에 근래 들어 여기에서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조용하면서도 주위에 봄의 징표들이 널려 있어 잠깐이지만 충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