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261

일상_20160903

가을이 오려나?깊게도 푸른 하늘의 망망대해에 아무렇게나 휘갈겨 놓은 구름이 잠시 잊고 지내던 가을 정취를 일깨워 준다.허벌나게 패달을 밟고 오산에 도착해서 바라 본 하늘은 여전히 더운 여름을 뚫고 보란듯이 가을의 푸르름을 펼쳐 놓는다. 오산천을 따라 고수 부지 끝을 찍고 돌아서면 첫 번째 마주치는 공원이 맑음터 공원 되시겠다.연못을 한껏 집어 삼킨 연들이 모여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묶음과 동시에 하루살이들도 막무가내 비행을 즐기는 중, 매뉴얼 포커싱으로 몇 장 찍은 사진 중 이 사진 한 가운데 속절 없이 비행 중인 하루살이 한 마리가 낚였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녘엔 구름이 화염에 휩싸여 노을을 만들어 내는데 그 뜨거움을 무릅쓰고 철새가 짝지어 비행한다.남으로~ 남으로~

일상_20160830

저녁 식사를 끝내고 잠시 스타벅스에 앉아 귀는 음악을, 입은 커피를, 코는 역류하는 커피향을, 눈은 트윗을 하며 몰입의 쾌감을 느낀다.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오늘의 커피는 때에 따라 아메리까~노보다 더 부드러운 향과 식감을 충족시켜 준다. 퇴근 해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장노출로 찍어 본 사진.가을 향에 업 되는 기분을 이렇게 표출 했나 보다.

일상_20160828

갑자기 내리던 소나기가 갑자기 그치고 동녘에 거대한 쌍무지개를 그려 넣었다.얼른 카메라 끄집어 내서 셔터 신공을 발휘해 사진을 담았는데 생각보단 광대한 감회가 표현되지 않았구만.광각의 뽐뿌를 억누르고 아이폰 파노라마로 몇 장 찍곤 감동에 젖을 무렵 일장춘몽처럼 금새 무지개가 사라지고 서편에 화려한 노을 쇼쇼쇼~ 간만에 보는 노을다운 노을이라 망원으로 또 다시 셔터 신공을 발휘, 구름 저 편에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무지막지하게 구름이 타 들어가건만 조바심은 이내 사라지고 자연의 대서사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턱관절 무리를 고스란히 견뎠다. 요건 마치 채도가 낮은 물감으로 아무렇게나 그려 넣은 그림 같지 않나?잿빛에 가까운 서편 하늘이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누가 찍었는지 잘 찍었네~

일상_20160827

영원히 이 땅을 지배할 것만 같던 여름은 어떻든 때가 되면 떠나긴 하나보다.딱 잘라 정의 하자면 여름이 싫다, 허나 역동적인 느낌과 긴 낮-물론 하루 주어지는 시간은 똑같다-과 가벼운 옷차림에 활동하기 좋은 계절임은 분명하나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깨닫게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8월의 막바지에 접어 들자 한층 시원해진 공기와 더불어 서슬 파랗던 신록이 부쩍 약화되는 모습을 보면 바야흐로 가을이 코구녕 앞까지 왔다는 거겠지? 오산으로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던 중 인적이 거의 없는 산업단지에서 동탄을 바라 보자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드높은 퍼런 하늘을 뒤덮은 양떼 구름이 대규모로 방목 중이다.하늘도 거의 전체를 뒤덮은 채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보면 양떼 소년이 여유가 넘쳐 유유자적하고 있..

무럭무럭 자라거라, 소나무야_20160528

봄의 양분을 받고 자란 화초들이 베란다 정원에서 꿈나무 마냥 쑥쑥 자라 며칠 사이 꽃은 더 많은 봉오리를 틔워 바야흐로 여름을 예고한다. 불과 사흘 지났는데 눈에 띄게 풍성해진 꽃의 향연.(일상_20160525)세상에 뿌려지는 봄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베란다 통유리가 모진 비바람을 막아주니 월매나 최적의 조건인가!거기에 울 오마니 정성이 팍팍 들어가서 꽃들도 감사의 응수로 더 풍성하고 선명한 컬러를 쭉쭉 뽑아 주더구먼. 소나무 새순도 예외는 아니올시다.(일상_20160402, 베란다 정원에 새식구_20160417)새싹을 틔워 얼마나 살 수 있을까 했던 이 소나무 형제가 벌써 영글어가는 줄기를 보여 주며 그 간의 관심에 화답하는데 꼭 움직이는 동물만 애정이 생기는게 아니라 모든 생명과 사물에도 관심 여..

석가탄신일, 만의사 나들이_20160514

석가탄신일에 개 끌려 가듯 오마니께서 가끔 들리시는 만의사에 들러 어부지리로 살랑이는 봄바람에 총각 가슴 들썩이게 한다.무신론자라 종교를 위해 사찰이나 교회에 찾아 간다기 보다는 그 한적함이 좋아서, 오래된 것들이 살포시 한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마치 어떤 방해꾼들에게 조차 묵언수행의 결단을 보여 주는 그 인내심에 눌리는 기분이 속세에선 쉽게 느낄 수 없다지?요즘은 좀 뜸하지만 몇 년 전에 가끔 찾던 용인 백암의 오래된 교회도 목사님과 같이 살아가는 소박한 이야기와 그 낡은 교회의 삐걱임이 좋았었다.근데 사찰의 경우 문명과 조금 떨어진 지리적 잇점 땜시롱 일상의 치열한 전투가 마치 영속적인 휴전에 돌입한 쾌감도 은근슬쩍 느낄 수 있잖나.나는 카메라와 음악 도구만 챙기고 따라 나서는 석가탄신일 만의사 길~..

일상_20160507

흐린 하늘에 구름이 걷히자 이내 화사한 봄 햇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휴일, 여전히 특별한 여행보단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에 의지해 둘러 본다.활동에 딱! 좋은 계절인 만큼 평소보단 거리를 늘려 잡았는데 볼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큰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당초 계획을 가뿐히 통과 했단다.오산천을 따라 갈 수 있는 최남단을 돌아 다시 올라 오는 길에 만난 반가운 친구가 있어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어릴 적에 많지 않은 주전부리 중 하나로 우리는 삐삐라고 했었는데 표준말은 뭐당가? 여물지 않은 꽃대(?)를 살짝 쪼개면 솜털이 익기 전의 달콤한 맛이 축축히 베어 있어 요맘때 산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곤 했었던 아련한 기억이 남아 있어 보는 순간 반가움에 사진부터 찍어 댔다.이런 가공된 고수 부지에 있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