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261

여전히 흐림, 조령산 고갯길_20170629

오마니께서 큰 딸 집으로 며칠 동안 가 계신다길래 동탄역에 SRT 좌석까지 모셔 드릴 찰나 젠장 맞을 열차는 개미 똥꼬 만큼만 대기하고 있다 바로 출발, 하는 수 없이 다음 정차역인 대전역에서 내려 동탄역으로 가는 SRT를 타고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그러곤 이튿날 2일 동안 시간이 주어져 무얼할까 고심에 빠졌다.맛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건 당연히 오마니와 같이 해야 되니까 대충 차려 쳐묵하고 동탄이나 한바퀴 산책할까? 아님 자전거 타고 용인, 오산으로 둘러 볼까?차라리 가까운 휴양림으로 가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자. 아쉬움이 남으면 조바심의 촉각을 자극하여 꼭 해소하지 않으면 미련의 꼬리는 점점 길어진다.보름 전 과감하게 용기 내어 방문했던 조령산 휴양림은 크나큰 기대감 없이 그저 하루를 숲속에서 보낸다는..

남원 행차 둘째 날, 남해 충무공 순국공원과 작별_20170621

남해대교를 건너 초입에 충무공 순국공원이라는 이정표를 슬쩍 본 기억이 남아 남해를 빠져나가는 길에 이정표가 있던 공원의 초입에서 급히 차 핸들을 꺾었다.아이폰 지도상에서 흔하게 보던 공원의 규모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고 명색이 충무공이라는 단어를 본 마당에 그냥 지나치면 괜히 얼렁뚱땅 넘어간 양심의 가책으로 남은 시간 동안 찝찝할 거 같았다.근데 여기도 주차료와 입장료를 받는 구먼.역시 돈은 많은 난관을 뛰어 넘게 해 준다. 넓직한 주차장과 공원 초입에 딱 트인 전망의 갯벌이 있었건만 남원과 뱀사골 초입을 갈려면 겁나 빠듯한 시간이라 대충 훑어 보고 관음포 전몰 유허지의 첨망대는 꼭 가보자.게다가 그곳을 지나 바로 옆에 이순신 영상관이 있었지만 거긴 또 입장료를 내야 된단다.돈은 둘째 치고 촉박한 ..

남원 행차 둘째 날, 절벽에 선 보리암_20170621

보리암은 우리 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남해도 남단의 금산 남쪽 언저리에 있는 작은 절로 절벽에 세워져 남해, 특히 한려해상을 발치에 두고 관망할 수 있어 전망 '왔다'다.남해보다 큰 섬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정도. 보리암을 가기 위해 거치는 금산 복곡주차장을 거치는데 그 옆에 완전 바닥을 드러낸 복곡저수지를 보면 올 가뭄의 심각성을 알 수 있고 더불어 남해 공무원들의 불친절도 심각했다.주차장 내 특산물 매장이 있어 화장실이 있겠거니 주차 선 안에 차를 세워 놓았는데 버스가 지나다니지 못한다고 차를 빼란다.근데 특산물 매장 앞은 주차 선도 없었건만 그 앞에 차를 세워 놓았길래 그 차는 왜 방치하냐고 했두만 매장에서 특산물 구입하는 차라 잠시 세워 놓는건 괜찮단다.나중에 보리암을 둘러 보..

남원 행차 둘째 날, 광양으로_20170621

여행은 자고로 평일이 장땡이다.물가 저렴, 숙소 널널, 사람 한적, 여유 만땅.너무 여유를 부린 나머지 늑장이 되어 저녁 무렵 출발한 남원은 사실 벼르고 벼룬 여행지라 결정을 내리는데 추호의 고민도 없었다.문제는 남원을 내려가서 화순 적벽을 계획했지만 그 늑장의 막장으로 이미 화순군청 홈에서 예약 기간을 놓쳐 버렸다.그래도 남원으로 무조건 내려가서 고민해 보자 싶어 20일 출발, 남원 근교에서 지도를 잘못 보고 길을 조금 헤매다 더 늦게 도착한 시각이 11시다.밤 늦은 시간이라 출출한데 마땅히 끼니 해결할 곳은 없고 해서 전 여행에 요긴하게 히트 쳤던 햇반을 이번 여행에도 가져간 덕에 배고픈 고충은 없었다.남원은 2013년에서 이듬해까지 가보며 내겐 인상 좋은 곳으로 남아 있던 만큼 벼르고 벼룬 여행지 ..

언제나 흐림, 조령산 고갯길_20170613

아주 가끔 혼자서 여행을 하긴 했어도 나만의 몰취향 인가 싶어 지은 죄 없이도 친분이 두텁지 않고선 떳떳하게 밝히거나 권장 하지는 않았다.허나 근래 들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혼행.혼자 여행이라는 줄임말로 가끔 여행 중에 혼행을 즐기는 분을 뵙긴 했었지만 주위 사람들 대부분은 혼행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을 떠나 공감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좀 있어 굳이 나서서 이해 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다 기록을 위한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기회가 생긴다면 가끔 혼행을 나섰는데 언젠가부터 이게 너무 편해졌다.나를 위한, 나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나의 내면과 진지한 관계가 형성된 계기랄까?익숙해지기까지 내가 사는 동탄을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면서 점점 거리를 넓혀 오산이나 용인 정도 간을 키워 갔고 흔..

동탄 소녀상_20170607

일찍 끝나고 영화 '노무현 입니다'를 보러 가는 길에 질척하게 내리기 시작한 비가 봄과의 작별을 예고하는 내음이 물씬하다.잠깐의 소강 상태에 빠진 비를 피하기 위해 요이~땅!하던 중 뭔가 익숙한 동상이 있어 고개를 슬쩍 돌려 보자 평화의 소녀상 계신다.동탄에 있을 줄 생각도 못했는데 괜히 무심했던 마음에 숙연해져 잠시 서서 둘러 보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노무현 입니다'는 일대기라기 보단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을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봤을 때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재조명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근래 상영관에서 광해, 변호인 이후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부끄~끝날 무렵 눈물 자욱이 들통날 새라 연신 눈을 끔뻑이며 말린다고 애썼건만 어쩔 수 없지...

태백에서의 셋째 날, 떠나기_20170529

전날 열심히 다녔던 여파는 잠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엥간하면 자로 잰 듯 일찍 기침하시는 분인데 이날 만큼은 늦게-내 기준에는 여전히 이르다-까지 누워 계셨다.체크 아웃 해야 되는 시각이 있어서 일어나자 마자 전날 미리 마련해 놓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떠나기 전 베란다로 나가 주위를 둘러 봤다. 멀리 함백산 봉우리의 송신탑이 보인다.사진으로만 봐도 목이 탈 정도의 뙤약볕은 모든걸 홀라당 태울 정도로 강렬한데 여전히 그늘 아래는 시원하다. 정면 골프장은 텅 비어 있는게 아마도 누군가 필드에 나왔다 강한 햇볕에 도망 쳤겠지?이런 탁 트인 전망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운지... 돌아 오는 길은 증산을 지나 국도 바로 옆, 곤드레 밥집을 택했다.2015년 초겨울 함백산을 다녀 오는 길(눈꽃..

태백에서의 둘째 날, 구문소20170528

저녁도 해결하지 않은 채 구문소까지 강행한 이유는 해가 떨어지는 아쉬움 때문이었다.출발할 때 오마니 가시고 싶은 곳과 더불어 구문소는 이미 점 찍어 놓은 상태라 꼭 가보겠다고 다짐 했건만 도착과 동시에 해는 떨어져 버렸다.그나마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사진이 잘 나오는 시간대라 삼각대를 끼워 구문소 앞에 섰는데 이 악취와 모기의 공습은 뭐지! 생각보다 도로 위를 지나는 차들이 많았던 구문소는 낙동강이 바위를 뚫고 지나가는 곳이다.몇 번을 지나치면서도 허투루하게 넘긴 곳인데 뒤늦게 자연의 위대함에 닭살 돋는 경이로움으로 의미를 갖고 온 날이 옛말처럼 '가는 날이 장날'이 되어 버렸다.사진과 다르게 금새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건만 아쉬움에 자리를 못 뜨고 발을 구르는데 구문소 옆 숲과 연결된 공원에서 바스락..

태백에서의 둘째 날, 정선아리랑과 바람의 나라_20170528

막상 출발은 했지만 생각보다 오마니께서 피곤한 기색이 있으셔서 마음이 무거웠다.젊은 시절 여행은 사치라고 여기실 만큼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한 분이라 익숙지 않은 먼 길 이었던데다 오시기 전 컨디션도 그리 좋지 못하셨다.가급적이면 가시고 싶으신대로 모셔 드리려고 했음에도 정선 장터만 알고 계신 터라 증산에서 화암약수와 소금강을 지나는 산길을 통해 정선 장터로 방향을 잡았다. 원래 들릴 예정은 아니었지만 지나는 길에 늦봄의 뜨거운 햇살이 가져다 준 갈증으로 인해 화암약수를 들리기로 했다.조용했던 초입과 달리 약수터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뜰 만큼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서 순간 조용해졌다.뒤이어 관광버스와 몇몇 커플들이 오자 다시 떠들썩해 졌지만 오래 머무르..

태백에서의 둘째 날, 일출_20170528

이튿날 세상이 눈 뜨기 전 새벽같이 일어나 옆에서 새록새록 잠 드신 오마니 깨실까 까치발을 들고 카메라와 스피커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경기도를 벗어난게 올만인 오마니께선 무척 피곤 하셨는지 그 밝으신 잠귀도 피로에 깜깜해 졌나보다.다행히 일출 전의 여명이 낮게 깔려 타이밍은 굿이여! 오투리조트의 동편 주차장 끝에 서서 주름과 안개로 첩첩한 산들이 빼곡히 보이는 이 장관을 찍었두마 실제 육안으로 보던 색감과 차이가 나도 넘무 난다.필름시뮬레이션을 번갈아 바꿔가며 찍었건만 그냥 새벽의 싸늘한 느낌으로 왜곡되는 이유가 뭘까?그렇담 화밸을 조정해 보자 싶어 몇 가지 바꿔 촬영 했는데 보이는 느낌을 근접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요건 선풍기 같은 매봉산 풍력 발전소의 바람개비들~실제 째려 보면 무쟈게 큰데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