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플레이스 52

담양 벌판에 멋진 카페, 투썸플레이스_20211221

난 카페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 오죽했으면 공부방도 스터디카페 중에서 가장 카페 다운 곳을 고르는데 때마침 담양에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 중 엄청 멋진 곳을 알게 되다니! 사방이 트인 대지에 채광까지 좋아 눈부신 전경을 바라보면서도 눈부시지 않아 굳이 찡그리지 않아도 된다. 멋진 산세나 호수, 강에 기대지 않아도 아쉬울 것 없는 전망과 더불어 진한 커피향에 취해 잠시 갈 길에 대한 방향타가 무뎌졌다. 카페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규모에 감탄사 한 번 찍! 뿌려주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이제 막 문을 연 터라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해서 내부를 둘러보는데 단일 규모로도 꽤나 큰데 무려 3층까지 있다. 2층은 시원한 전망의 통유리벽에 커플석은 외부 방향 조망이라 커피 한 사발 곁들여 데이..

졸업 이후 첫 재회_20200506

까까머리 학생은 어느새 중년으로, 당시 중년에 접어들었던 스승은 자글한 주름이 얼굴을 뒤덮은 장년으로 시간이 변화시켜 버렸다. 사시는 댁 가까이에서 마주쳤을 때 뒷모습만으로도 그 분임을 알아차렸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스승께서도 금세 익숙한 듯한 눈빛으로 화답하셨다. 스승을 모시고 산세가 빼곡한 숙소 부근 카페로 모셨고, 강이 발치에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나와 그간의 미뤄왔던 이야기 보따리를 각자 풀어놓았다. 점심 조금 지난 시간에 만나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는데 스승의 입담은 여전하셨고, 덕분에 어색할 틈도 없었다. 여기 카페 경관이 꽤 좋았는데 카페 뒤뜰 지나 강이 흐르고 그 강 너머엔 경사가 급한 산이 장벽처럼 둘러쳐져 있어 눈앞이 완전 녹지나 마찬가지였다. 테라스에서 강과 산을 바로 앞에 ..

비 내리는 강변에서 인상깊은 커피향_20200225

지치지도 않고 한결 같이 유유한 자태. 비가 내려 작은 파문은 지나가는 기후의 작은 배려다.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각별한 시각이 더해져 풍미가 유유해진다. 창밖에서 두드리며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부른 걸까? 아님 한강이 부른 걸까? 유독 이 카페에 오면 숙연해지는 건 큰 어르신, 한강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선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지만 그 선택이 즐겁다.

천리 행군?_20190924

하루 동안 천리 행군 저리 가라다.학가산에서 출발하여 원래 목적대로 대구, 봉화를 거쳐 집으로 갈 심산인데 단순하게 직선길로 가는 것도 아닌지라 고속도로와 꼬불꼬불 국도를 종횡무진 했다. 학가산 휴양림을 빠져 나와 예천IC로 가던 중 어등역 이정표를 보고 핸들을 돌려 반대 방향길로 접어 들어 처음 들어본 시골 간이역에 잠시 들렀다.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혼자 걸어 어등역에 다다르자 굳게 문이 닫혀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 폐역이었다.이런 모습의 간이역은 참 익숙한데 깔끔하게 덧칠해진 외벽은 왠지 이질감이 든다. 어등역 바로 앞은 이렇게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 너머 마을로 접어 들기 위해선 작고 낡은 다리를 건너야 되는데 얼마나 발길을 외면 받았는지 다리는 위태롭고 다리 초입은 수풀이 무성하며, 다리 ..

여주 나들이_20190822

귀촌을 준비중이신 사회 은사를 만나러 여주에 갔다 개미 똥꼬 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도움(?)을 드리고 집으로 가기 전, 커피 한 사발 나눴다.가을 같은 여름, 타들어가는 햇살이 그득해도 가을의 기대감이 양산되는 휴일로 카페의 통유리 너머 마주하는 한강이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 유구한 한강을 벗삼아 따사로운 햇살로 노 젓는 돛단배 하나가 무척이나 평화롭다.어디서 어디로, 정처 없이 간들 닻을 내리면 한뼘 누울 곳 되고, 한 폭 액자 속 그림이 될 광경이었다. 탄생 순서로 서 있던 이쁜이 3인방.내 첫 차 였던 티코를 필두로 이렇게 멋진 차 삼 형제가 함께 모인 장면이 흔치 않은데.티코를 보게 되다니 영광이다.아직 매끈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거 보면 차주께서 정말 애정을 갖고 관리 잘 하셨나 보다.내 ..

너그러운 남한강에 기대어_20190524

이튿날 커튼을 열어 젖힘과 동시에 강렬한 햇살이 사정없이 실내로 넘쳐 들어와 호텔방 안을 가득 채웠다.전날 밤 늦게 도착해서 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을 때 자욱한 가로등 불빛에 호텔 옆 주차장과 공원만 비추며 활기가 넘쳤는데 낮이 되어 밖을 보자 익숙하던 공원을 비롯하여 밤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잔잔한 남한강과 그 건너 신륵사, 그 너머 광활한 여주의 평원까지 여지 없이 보인다. 남한강과 공원이 만나는 지점에 나루터가 있고 연이어 캠핑장이 촘촘히 박힌 너른 유원지가 펼쳐져 있는데 아침부터 워낙 따가운 봄햇살이 내려 쬐여서 그런지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고, 신록만 흥에 겨운 전경이다. 썬밸리 호텔에 자리 잡은 워터파크는 아직 뜨거운 여름 시즌이 오기 전이라 텅비어 있는 그대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로..

작별, 그리고 아버지 성묘_20190306

대구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일어나 오마니 뫼시러 합천으로 향하는데 최악의 미세 먼지 습격이다.대기가 뿌옇게 짓눌려 있는 건 기본이고 마치 자욱한 안개가 끼인 양 텁텁한 공기 내음까지 한 몫 한다.근래 들어 전국적으로 최악의 미세 먼지 농도란다. 합천에 오마니 모시러 가는 길, 지도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카페에 들러 잠시 여유와 따스한 향에 취해 본다. 처음 만난 친지-외가 쪽이라 외삼촌, 외숙모-를 모시고 따스한 진지상 한 번 대접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마실에 만만히 다니시는 백반집으로 가신다.백반도 좋지만 평소 잡숫는 식사보다 좀 특별한 대접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한사코 거기로 가시는 고집을 어찌 꺾을 소냐.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작별 인사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께 뒷모습을 보이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여주 남한강 하늘_20190201

이른 퇴근 후 집에서 잠시 기다렸다 범군과 함께 여주 남한강으로 곧장 내달렸다.2년 조금 넘는 동안 처음 보는 반가운 얼굴이지만 시간이 넉넉치 않아 감상에 젖을 시간 없이 앞만 보고 달렸으나 막상 강변에 도착하자 세찬 겨울 강바람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다만 잠깐 머무르며 하늘을 보자 거대한 들판에 떠 있던 세상이 장엄하게 보인다.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겨울의 냉혹한 바람에 더더욱 조용했던 날이기도 했다. 잠깐 동안 추위에 찌들었던지 카페에서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 모금이 무척 감미롭고 포근했다.통 유리 너머 평온해 보이는 세상과 달리 여전히 강바람은 남한강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가만 두질 않았다.하는 수 없이 동탄으로 서둘러 넘어 올 수 밖에.

다도해가 품은 여수, 돌산도 케이블카_20190116

연일 기록적인 미세먼지가 전국을 송두리째 괴롭히다 여수 내려간 날은 잠시 찾아온 추위가 시야를 방해하는 세상 모든 잡것들을 쓸어 버렸다. 미리 알고 찾아온 게 아닌데 겹겹이 기분 좋으라고 아주 오랜만에 청명한 대기를 펼쳐 준다. 여수의 바닷바람은 무지막지한데 이 날 단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를 배려해 주사 겁나 평화롭고, 햇살도 따사롭다. 여수역 일대가 신시가지라 근래 들어 밀려드는 관광객 숙소가 많이 늘어나 대부분 깔끔한 신축 호텔들이 많은데 내가 이용한 곳도 특이한 구조에 아주 깔끔하고 전망 좋은 호텔이었다. 전날 늦게 잔 것도 아닌데 걸판지게 자고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 여수역까지 걸어 오는 사이 밀려 오는 애매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카페에서 대충 때우기로 했다. 아쿠아리움 광장이란다. 지나는 ..

1년 만에 여수를 밟다_20190115

서울역에서 여수역으로 직행하는 열차는 그리 많지 않아 익산에서 환승하는게 싫다면 열차편에 시간을 맞출 수 밖에 없다.익산역까지는 소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거기서 부터 여수까지는 꽤나 많이 걸려 저녁 8시 무렵 도착했다.1년 전 여수에 왔을 때는 바람이 무진장 불었는데 오죽했으면 담배불이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릴 정도 였으나 이번은 1년 전에 비하면 선풍기 수준이다. 여수에 오면 이 사진을 찍는다는게 설레는 마음에 묻혀져 번번히 잊어버리기 일쑤였지만 이번엔 제대로 찍었다. 대합실로 가는 이 설렘을 알랑가 모르것소잉. 여수 도착 전, 구례역 이름은 구례구역이다.시방 왜 그런고 허니 곡성을 지나 순천으로 향하는 철로가 섬진강 서편에 깔려 있다 봉께로 행정구역상 구례를 밟지 않지만 구례 가까이 지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