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졸업 이후 첫 재회_20200506

사려울 2022. 1. 25. 05:13

까까머리 학생은 어느새 중년으로, 당시 중년에 접어들었던 스승은 자글한 주름이 얼굴을 뒤덮은 장년으로 시간이 변화시켜 버렸다.

사시는 댁 가까이에서 마주쳤을 때 뒷모습만으로도 그 분임을 알아차렸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스승께서도 금세 익숙한 듯한 눈빛으로 화답하셨다.

스승을 모시고 산세가 빼곡한 숙소 부근 카페로 모셨고, 강이 발치에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나와 그간의 미뤄왔던 이야기 보따리를 각자 풀어놓았다.

점심 조금 지난 시간에 만나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는데 스승의 입담은 여전하셨고, 덕분에 어색할 틈도 없었다.

여기 카페 경관이 꽤 좋았는데 카페 뒤뜰 지나 강이 흐르고 그 강 너머엔 경사가 급한 산이 장벽처럼 둘러쳐져 있어 눈앞이 완전 녹지나 마찬가지였다.

테라스에서 강과 산을 바로 앞에 둔 기분은 마치 깊은 산속의 매끈한 카페에 온 착각이 들 정도.

저녁은 황금동 초입 골목에 작지만 나름 입소문을 타고 입추의 여지가 없던 일식집으로 함께 몇 병의 소주를 곁들여 몇 시간을 건너뛴 기분이었다.

학창 시절 통통하셨던 분이라 연세가 드셔도 골격은 여전하시고, 주량도 꽤 많으신데 그렇게 드셨음에도 걸음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으신 모습과 달리 난 무척 취했었다.

저녁 식사 후 그분이 이끄시는 대로 2차(?)를 가서 추가로 더 마신 게 나중엔 주체하기 힘들었지만 활동하기 좋은 날씨와 더불어 숙원이었던 스승님과의 조우로 무척 기분이 좋아 거동할 수 없을 만큼 취하게 된다면 억울할 것 같아 버텼고, 그러길 잘했다.

카페에서 출발하여 저녁 식사 자리로 가는 동안 입담 좋으신 스승 말씀에 집중한 나머지 과속 딱지도 하나 떼였지만 대수롭지 않은 걸.

이래저래 옛 추억의 향취로 행복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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