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플레이스 52

일상_20181223

차량이 있으면 편하지만 몸의 퇴화는 불가피하다.특히나 날씨가 찜통이거나 냉동창고거나.계속 직립의 테크닉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산책이 필요한데 막상 현관을 나서는 게 갈등과 싸우느라 가장 힘든다. 이렇게 나서면 별 거 아닌데 집 안에선 나가기 힘든 핑계가 워찌나 구구절절한지.길을 나서 비록 동네 구경이지만 세상을 둘러보면 '참 탁월한 선택이다' 싶다.겨울은 가장 겨울다운 세상을 봐야 되는데 작고 가까운 곳부터 나서본다.그래서 동네 산책~ 오산천 너머 아파트가 약간 미색이긴 하지만 석양을 받아 더욱 붉게 타오른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라 공원 생명들이 증발해 버렸다. 소나무 씨앗이 바닥에 자욱하다.바로 옆 재봉산에 소나무도 많지만, 바람이 쉬어 가는 곳인지 미풍도 거의 없다. 텅빈 호수 공원.겨울의 단상인 ..

일상_20181221

금요일에 퇴근 후 은사 찾아 뵙겠다고 출발해서 2시간 걸렸다.뭔 차들이 그렇게나 많다냐!한남대교를 건너는데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남 주차장인 줄 알았다. 그래도 하고자 했던 일을 한 성취감에 갈 때의 고행은 오뉴월 봄눈 녹듯 금새 사라졌다.이분들 뵐 때마다 느끼는 점.아직 세상엔 선하고 인정 넘치는 사람들이 있구나.뭘 하셔도 복 받을 분들이다.동글동글 하신 행님은 살이 몇 킬로그램 빠졌다고, 행수님은 여전히 씩씩하시다.보름 전에 예약한 비쥬얼 쩌는 케잌을 수령해서 직접 전달 드리자 한창 외국 무전 여행에 여념 없다는 따님이 직접 내게 고맙다고 한다.자기가 해야 될 걸 이런 때 내가 늘 챙겨 줘서 고맙다고...

안동_20181208

올 겨울의 첫 동장군 맹위가 매서웠던 주말, 안동 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가족을 기다리며 설렘을 차분히 어루만진다.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추워진 겨울 정취에 빠져 눈 앞에 펼쳐진 극단의 공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여기가 안동의 핫플레이스인지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제 아무리 춥다고 한들 젊은 불빛과 주말 활기의 예봉을 쉽사리 꺾을 수 없나 보다.

앙금을 털다_20181202

한강 신륵사 건너편에 여기만 오면 들리는 전망 좋은 카페가 있다.신륵사를 비롯하여 도자기 엑스포 공원과 꽤나 넓은 한강의 시계가 트여 있어 여주에 오면 꼭 들리는 곳 중 하나. 가끔 신륵사에서 돛단배가 뜨면 그마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고, 투썸 커피라 맛은 더 이상 논하면 입 아프니까 생략.그래서 여기만 오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밖을 내다 보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마시는 커피가 모든 커피의 초상이 아니듯 남한강의 멋진 조망이 가능한 카페에서 한 모금 커피는 혈관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고, 때에 따라 마음 속의 앙금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곳이다.언제나처럼 남한강은 모든 투정을 아량으로 덮어주니까.

대구라면 막창 아니겠어_20181016

화욜 학업을 마치고 숙소는 동촌유원지 내 깨끗한 모텔을 선택했다.지인을 만나 소주 한 사발 뽀개기 편한데다 전날은 학우들과 함께 했던 만큼 이틀째 밤은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야겠지. 숙소 바로 옆에 주차장도 넓고 금호강도 인접한 막창집이 있어 거기로 결정, 어차피 금호강이 인접했다고 해도 바로 옆이 아니라면 강을 보면서 소주 꺾을 일은 없고, 이슬을 마시다 보면 강도 생각 안나고.모처럼 먹는 막창이 입안에서 고소한 선물 보따리를 활짝 풀어 놓는다. 다음 선수 삼겹살 입장.특유의 강렬하고 쫄깃한 막창에 익숙해져 삼겹살이 엄청 연하고 맛은 좀 밋밋한 감이 있다.그래도 몇 순배 돌자 삼겹살의 고소함이 느껴진다. 천성적으로 술도 그리 좋아하지만 과음은 더더욱 싫어하는 지인들이라 부담 없이 한 자리를 털고 일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