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05

나무 터널길_20180516

학업 동안 캠퍼스 내에서 가장 잊지 못할 건 이런 나무 숲과 그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터널들이다. 나무도 꽤나 울창하고 컸지만, 있어야 될 자리에 모여 눈과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 걸 어찌 잊으리~ 이 터널을 따라 벤치가 빼곡히 놓여져 있고, 학생들이 많을 땐 이 많은 벤치도 학생들로 빼곡히 점거 되어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일 주일에 이틀 동안 20시간 남짓 한 강의실에서 함께 해야 될 학우들과 시원한 그늘에 앉아 커피와 이야기 삼매경 중이다.2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울려 있어 이 시간이 아니면 언제 이런 다양한 연령층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 데 어우러질까?그럼에도 커피 한 잔에 이렇게 동질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것을. 6시가 넘어 석양이 서쪽으로 기웃거릴 무렵 운동장에서 ..

일상_20180429

코가 비뚤어지도록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커피 한 잔. 활동하기 좋은 날인데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소냐.강렬한 햇살에 전형적인 봄날이라 고글 끼고 동네를 배회해 본다. 얼마나 햇살이 강했으면 동네마다 거리들은 한산했다.그나마 공간을 메우는 건 재미 있는 놀이에 빠져 강렬한 햇살을 잊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을인가 착각을 들게 만드는 홍단풍이 짙은 붉은 색을 입고 내리쬐는 햇살 아래 뜨거운 빛을 반사 시킨다.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맞는데 햇살이 부담스러워 그 쬐는 태양 아래 있으면 금새 땀이 맺히는 열기를 느꼈다. 호수공원에서 자라는 갈대들은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 다시 반석산 방향으로 잠시 오른 뒤 이내 동탄복합문화센터로 하..

두 돌 배기, 아직은 짱짱하다, 에스프레소 머신_20180329

2016년 새해에 접어듦과 동시에 구입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소위 말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주식인 밥값보다 부식인 커피값 지출이 더 심해져 그걸 만회하면서 내가 마시고 싶은 원두를 골라 마시고픈 욕구까지 충족시킬 수 있겠다는 나름 합리적인 잣대와 고민을 거쳐 지른 물건이다.게다가 가족들도 커피에 대한 욕구가 거세지면서 큰 맘 먹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영입하자고 결정한 후 여러 정보를 거쳐 선택했는데 기기라는 게 묘한 유혹이 있어 여러 가지를 보다 보면 점점 눈높이가 올라가게 마련이고, 기능과 내구성도 과하게 따지면서 디자인에 대한 눈높이도 처음과 달리 몇 갑절 점프해 버린다.오마니는 기계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는 결론, 아니 합리화를 적용해 전자동 머신, 그것도 1백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머신을 선택하게 된..

카페에서 쉼표_20180306

산굼부리 부근에서 차를 돌려 성읍민속마을을 거쳐 쉼 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종달리 해변의 전망 좋은 카페.때마침 한적한 카페는 조용한 내부를 대변하듯 잔잔한 발라드 음악이 흘렀고, 내륙에 비해 한 보 앞선 제주의 포근한 봄이 극도의 갈증을 불러 도착하자 마자 스모키한 커피를 한껏 들이켰다.정신이 번쩍드는 청량감과 달리 분위기는 점점 나른한 오후로 접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워 질까 싶어 자리를 일어나 외부 테라스로 나와 주위를 둘러 봤다. 카페 내부에서 통유리 너머 밖을 내다 보면 해변과 성산일출봉, 우도가 생생하게 보여 전망 하나는 끝장난다.그런 자리에서 마시는 커피는 같은 원두를 갈아서 내리더라도 더욱 여운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건 기분 문제일까? 날은 흐린 듯 하지만 구름 새로 내비치는 햇살은 아주 강..

남한강을 품은 카페_20180226

썬밸리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점심 무렵 체크아웃하여 이내 고팠던 커피 한 잔을 채운다.때마침 가까이 전망 좋고, 내 취향의 맛 좋은 커피 브랜드가 보여 거기로 지체 없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유유히 자리를 잡고 있는 남한강 유역의 신륵사와 도자기 엑스포공원이 한 눈에 여과 없이 들어와 넋을 놓고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예전에도 몇 번 들렀던 곳이라 조금 감흥이 지칠 만도 한데 여전히 장엄한 한강의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같이 왔던 사람도 이 장관에 넋을 놓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커피에 대한 기억도 잊어 버린 표정이다.하긴, 서울과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의 위세를 이렇게 면밀히 지켜보는 날이 얼마나 되려나.유구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억겁 동안 문명을 떠받힌 강인데 앞으로도 그 이상의 역..

일상_20180125

밤새 여수 장례식장을 다녀와 이른 아침 천안아산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병점역에 내렸다.아침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상행 열차를 타고 올라오며, 자칫 곤한 졸음으로 내려야 될 기차역을 지나칠까 싶어 간신히 졸음을 떨치고 오느라 혼났다.천안아산역에서 동탄역으로 오는 SRT는 완전 매진이라 하는 수 없이 전철을 타고 오는 내내 나도 모르게 졸다 병점역에 내렸더니 역사 앞에 환한 카페가 눈에 들어와 거나하게 커피 한잔으로 피로를 달랬다. 오픈한 지 일 주일 정도? 지났다고 했던가?새 건물 향이 스멜스멜 올라오는데 그나마 조용한 분위기에 옅은 아침 햇살이 들어와 채 가시지 않은 졸음과 섞여 몽환적이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