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05

안동_20181208

올 겨울의 첫 동장군 맹위가 매서웠던 주말, 안동 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가족을 기다리며 설렘을 차분히 어루만진다.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추워진 겨울 정취에 빠져 눈 앞에 펼쳐진 극단의 공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여기가 안동의 핫플레이스인지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제 아무리 춥다고 한들 젊은 불빛과 주말 활기의 예봉을 쉽사리 꺾을 수 없나 보다.

앙금을 털다_20181202

한강 신륵사 건너편에 여기만 오면 들리는 전망 좋은 카페가 있다.신륵사를 비롯하여 도자기 엑스포 공원과 꽤나 넓은 한강의 시계가 트여 있어 여주에 오면 꼭 들리는 곳 중 하나. 가끔 신륵사에서 돛단배가 뜨면 그마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고, 투썸 커피라 맛은 더 이상 논하면 입 아프니까 생략.그래서 여기만 오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밖을 내다 보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마시는 커피가 모든 커피의 초상이 아니듯 남한강의 멋진 조망이 가능한 카페에서 한 모금 커피는 혈관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고, 때에 따라 마음 속의 앙금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곳이다.언제나처럼 남한강은 모든 투정을 아량으로 덮어주니까.

후지카메라 필름 시뮬레이션과 아트 필터 비교 놀이_20180916

후지카메라 감성 운운하며 가성비가 떨어지는 비싼 가격에도 사용할 사람들은 그 맛에 쓴다는 것들 중 하나가 필름시뮬레이션이다.마침 렌즈도 영입 했고, 시간도 편하고 해서 카메라를 삼각대에 물려 혼자 재미난 놀이를 앞둔 아이처럼 설렘을 안고 뚝딱 여건을 만들어 봤다.조리개 3.2에 약간 오버 노출해서 같은 환경으로 촬영을 했는데 사실 이렇게 비교하지 않는다면 주로 사용하는 특정 모드가 아니고선 단언할 만큼 그 차이를 형용하기 힘들어 우째저째 썰을 풀지 않는다.특정 브랜드 애용자들 간에 선호하는 포커스가 다르고, 그 애용자들 중에서도 디테일을 따지면 접점이란 것도 애매한데 나 같은 경우 일종에 감성적인 징크스가 작용하여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기능, 특정 작동에서 내가 원하는 변화 같은 것들은 거의 습성과 맞아 ..

돌아가는 길_20180824

태풍이 지나간 자리, 아침부터 뙤약볕이 숙소 창만 열어 봐도 폭염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체크 아웃 시각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동촌유원지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크로크무슈에 커피 한 사발로 때우고 바로 출발, 아침과는 달리 오후 시간이 지날 수록 하늘에 구름이 두터워진다.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출발하는데 태풍이 모든 혼탁한 기운을 쓸어 버린 뒤라 여름이지만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아직은 태풍의 잔해로 한바탕 빗줄기가 더 쏟아질 기세다. 금호 분기점을 지나며 여러 고가도로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구미에 다다랐을 무렵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다시 상주 분기점에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힘차게 내딛는다. 속리산이 가까워지자 ..

일상_20180707

그간 밀린 잠을 충실하게 지키며 방바닥 헤엄도 치는 휴일.여름이란 자고로 낮이 길어 집안에서 뒹구는 것도 이물이 날 무렵, 베란다 구석에서 주인 손길을 애처롭게 지켜 보고 있던 자전거를 몰고 늘 다니던 오산천을 따라 오산을 찍고 돌아오던 중 등갈비에 사정 없이 흐르던 땀도 식힐 겸 에너지도 충전할 겸 텅빈 공원에 들러 궁뎅이를 벤치에 붙였다. 하늘이 청명하여 감탄사를 내뱉으며 짙은 하늘과 또렷한 구름을 쳐다 보면 마치 거대한 대해 한 가운데 서서 어디론가 천천히 떠가는 기분이 든다. 근래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아서 베란다 구석 탱이에 쳐박혀 녹슬 것만 같아 모처럼 라이딩을 해본다.자전거 핸들에 붙어 있던 베오플레이 P2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먹통이 되어 버린 A1의 궁여지책으로 사용 중이다.구입한 지 몇 ..

일상과 그 일상을 벗어나기_20180608

나를 보겠다고 학우들이 찾아와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 사발 때린다.나른한 점심 시간이라 마침 잘 됐다 싶어 반갑게 맞이 하곤 신나게 이빨을 터는 사이 시간이 꽤나 훌쩍 지나가 버렸다. 얼마나 더울려고 초여름인데도 더위의 기세가 맹렬하다. 계속된 마음 고생에 공지영 에세이를 하나 사서 읽다 보니 치유되지 않을 것만 같던 마음이 급격히 싸그라든다.참 묘하지?마음이든 육신이든 병을 정확하게 알면 어느 정도 치유 효과가 있다니.특히나 마음은 스스로 원인을 알면 치유 효과가 막강하다.믿거나 말거나 지만 예전에 전생 퇴행 관련 책을 봤는데 현재의 문제들이 과거 어떤 사건으로 말미암아 지속되는 트라우마가 그걸 퇴행 같은 방법으로 원인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치유 된다는 사례들을 봤는데, 물론 ..

산진 라디오_20180524

티볼리 라디오 이후 아날로그 라디오가 점점 확산되기 시작해서 가끔 카페나 인테리어 관련 업체를 방문하게 되면 허전한 공간을 훌륭히 커버 하는 용도로도 라디오가 전시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날로그 라디오는 정확한 주파수를 맞추지 않고 대충 언저리만 접근해도 잉잉대는 방송이 송출된다.물론 잡음과 함께.디지털 라디오도 어차피 혼선 난청 지역이나 주파수 혜택을 못 받는 지역, 심저어 안테나 방향이나 길이에 따라서도 잡음을 피해 가기 힘든다.그래서 라디오를 들을 땐 그걸 감안하기 때문에 도리어 잡음 없는 맑은 소리가 라디오 답지 않게 어색하다.때문에 스마트폰 어플로 라디오를 들을 때면 지나치게 매끈한 소리로 인해 얼마 가지 않아 금새 꺼버리고, 차라리 아이폰 음악 어플을 이용하게 된다.정확한 주파수와 부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