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소중한 시간의 창고, 태백을 떠나며_20201110

사려울 2022. 12. 31. 12:53

예기치 못한 경험을 마주하며 기억을 조각하는 게 여행이라면 태백은 창작을 하는 작업실이라면 솔직한 표현일까?

전날 홀로 집을 지키던 냥이가 후다닥 놀다 방에 갇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꺼내곤 곧장 다시 태백으로 건너와 늦은 시각-태백의 시계는 20시만 넘어도 식사 가능한 곳이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았다-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곳을 찾다 신전 떡볶이 집에서 모처럼 분식으로 배를 불린 경험도 여행에선 꽤나 값진 기억이었다.

밤새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뒹굴다 이튿날 늦게 부시시 일어나 태백을 떠나 다음 여정지로 출발하는데 늘 그렇듯 아쉬움 금할 방법은 딱히 없었다.

숙소를 떠나기 전, 베란다에 나와 정취를 담았는데 여전히 옅은 미세먼지가 대기를 덮은 날이었다.

청명하면 좋겠지만 이 또한 예상할 수 없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해 줄지 모를 일이라 순순히 받아들여야 된다.

숙소 반대편을 바라보면 멀리 매봉산 선풍기가 보였다.

숙소를 빠져나와 큰 어르신, 함백산을 바라봤다.

그 위엄에 찬 분이 이렇게 보면 무척 왜소해 보였다.

그만큼 숙소 고도가 높다는 의미기도 했다.

주차장 끝 빌라동 옆에서 함백산도 바라보고

몸을 살짝 틀어 매봉산 선풍기도 바라봤다.

이렇게 보면 미세먼지가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오투리조트로 올 때 저 길로 왔었다.

내려갈 때는 저 길이 아닌 상장동으로 내려가 태백 도심에 들러 각자 손에 커피 한 잔씩 손에 들고 떠나기로 했다.

태백중앙로 도심 노상주차장에 주차한 뒤 카페까지 걸어가며 새롭게 단장한 황지테마 공원을 구경했다.

태백 시내 한가운데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작은 물줄기가 낙동강이란다.

그 작은 물줄기를 지나며 억척스레 달려 바다를 만난 강물은 비로소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

가까이 검룡소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선 굵은 젖줄이란 의미로 남다른 감회를 찾고, 새로 생긴 카페에 들러 텅 빈 공간을 수놓는 커피향에 취해본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태백을 그 동안 뻔질나게 들락거리며 마치 익숙한 동네를 편한 차림으로 활보하는 기분이었다.

말끔히 정비된 도심의 공원이 길과 뒤엉키며 갈수록 태백 도심은 재미있는 지역이 되어갔다.

카카오 지도에는 없고, 네이버 지도에는 있는 투썸플레이스에 들렀더니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답게 널찍하고 깔끔했다.

덕분에 태백에서 스모키한 향을 낚아 다음 여정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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