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75

일상_20241112

점심시간에 식사 후 문득 궁금해진 우체국 옆 느티나무가 궁금해서 걸어갔고, 상상했던 것처럼 이쁜 가을 옷으로 단장한 채 멋진 자태를 유지했다.이미 가을을 대표하는 은행이파리는 대부분 떨어졌고, 단풍은 아직 남아 붉게 변하기 시작한 것도 있었지만 느티나무 이파리가 만추가 되도록 파란 건 뒤늦게 알았다.특이한 건 몸통에서 가까운 곳은 여전히 푸르고, 멀어질수록 점점 이파리가 퇴색되기 시작했는데 잔가지에 달려있던 이파리는 이미 낙엽처럼 메말라 있었다.나무 하나에 여름과 가을, 겨울이 함께 있다니 뭇사람들한테 경의를 받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더불어 이런 모습도 일조하나 보다.저녁엔 퇴근 후 식사를 끝내고 바로 혁신도시로 달려갔다.얼마 전까지는 같은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형님 동생으로 지내는 이 친..

가을 복사골 카페, 음성 카페이목_20240928

충주 능암온천에서 약 1시간 가량 온천욕을 즐긴 뒤 금왕을 거쳐 진천에 도착하자 하늘에 이따금 흐르던 구름이 무리를 이루어 자욱하게 흘렀고, 그런 가을 전경들이 못내 아쉬워 광혜원 인근 카페를 찾았다.광혜원과 경계가 불분명했는데 어느새 음성이었고, 그것도 인척인 대소가 아닌 삼성이라.이 작은 땅에 선을 그어 이 동네, 저 동네 나누는데 반해 하늘은 그 경계도 없거니와 인위적인 선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더없이 맑고 넓었다.카페이목은 앞서 방문했던 스몰콤마나 뤁스퀘어보단 규모가 작았지만 복숭아밭을 배후에 두고 탁 트인 전망에 어스름 기운 구릉지대에 서 있어 땅이면 땅, 하늘이면 하늘 모두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교묘하게 활용했다.카페 너머 남쪽과 우측인 서쪽은 온통 복숭아 과수원이라 전망..

작은 화원이 품은 카페, 진천 뤁스퀘어_20230923

발음이 좀 어려운데 반해 내부 분위기는 신선한 뤁스퀘어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사우가 추천하여 퇴근 후 함께 찾았다.앞서 산자락 초입에 걸쳐진 스몰콤마와 달리 여긴 허허벌판에 나지막하게 들어선 카페로 주차장에 주차하고 첫 대면에선 컨테이너 하우스를 이어 붙여놓은 인상이었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규모의 비교적 너른 실내에 작은 정원이 자리 잡았고, 그 정원에 카페 테이블이 비집고 들어간 모양새였다.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왔건만 확실히 낮이 부쩍 짧아져 벌써 어둑해지려 했다.허허벌판에 아주 살짝 솟은 구릉지대 같은 지형에 도로에서 접어들면 잡초가 무성한 공터와 같아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길 따라 들어오면 된다는 작은 입간판을 믿어 보기로 하고 더 진행하자 테슬라 슈퍼차저가 가장 먼저 맞이했..

시골 산자락의 포근한 분위기 카페, 진천 스몰콤마_20240920

정말 이쁜 카페를 진천에서 만났다.요즘 죽이 잘 맞는 회사 사우를 따라 진천의 이쁜 카페로 출발하여 도착할 무렵, 극명하게 짧아진 낮을 실감 하며 카페로 들어서는데 일몰 후의 여명이 잘 어우러져 카페가 어찌나 이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조금 감탄사를 뱉긴 했다.그런데 19시 반까지 오더를 받는다고!가을 어스름 아래 말끔히 단장한 카페의 모습은 이쁘다는 말 외엔 그리 대체할 만한 표현 방법이 없었고, 시원스런 통유리창 너머 따스한 불빛과 널찍한 공간 배치, 거기에 맞춰 편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찰떡궁합이었다.내부에 들어오자 밖에서 보던 톤과 달리 조금 차갑긴 해도 나무와 아이보리가 적절히 조합을 이룬 포근한 분위기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2층도 있긴 했지만 영업 마감이 임박하여 이용할 수..

웅크린 사적의 고독, 안성 죽주산성_20240829

죽주산성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북진 과정에서 축조한 성곽이다. 신라의 한강 유역 진출 과정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축조된 산성이다. 고려 1236년에 송문주가 몽골군과 15일간 전투를 해서 승리한 곳이다. 이 산성은 한양으로 통하는 요충지였기 때문에 조선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활용되었다. 죽주산성은 내성, 중성, 외성 등 3중 성벽 구조이다. 내성은 조선 시대, 중성은 신라 시대, 외성은 고려 시대에 축조되었다. 전체 둘레는 1688m 정도이다. 죽주산성은 시대별 성벽 축조 방법과 활용을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다.[출처] 죽주산성_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죽주산성(竹州山城)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encykorea.aks.ac.kr[이전 관련글] 웅크린 여름, 죽주산성_20200816자그마한..

일상_20240827

아침에 인덕원에 갔다 집에 돌아온 시각에 맞춰 15년 함께 한 정든 차를 떠나보내고 이번에 새로 맞이한 차를 몰고 집에 행차한 누님과 조카 녀석을 만나 때마침 식사 시간이라 종종 들렀던 곤드레밥집으로 향했다.가격에 비해 정갈했던 밥값이 어느새 껑충 뛰어 이제는 1인 1만 5천냥 시대에 접어들었건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라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반찬 가짓수는 항상 정해져 있고 메뉴는 조금씩 변해 늘 나오는 당면과 샐러드, 달라진 야채 튀김과 열무김치, 그리고 선택 사양인 생선과 제육, 청국장이 나왔다.생선은 크게 비리지 않으면서 짭쪼롬했고, 제육은 내가 좋아하는 껍질과 비계가 섞인 두툼한 고기가 아닌 살코기 제육이라 생각보단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그래도 여전히 구수한 청국과..

스타벅스 창 너머 그림, 진천 혁신도시_20240815

농다리에서 출발하여 더위와 갈증을 식힐 겸, 그리고 생일 때 받았던 스벅 기프티콘을 홀라당 쓸 겸해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혁신도시 스타벅스로 돌격했고, 벤티 사이즈 아이스티를 주문했다.지치는 이유가 바로 더위로 인한 갈증이라 몸은 그대로 둔 채 주뎅이만 움직여 스트로를 통해 들어오는 아이스티를 마셨는데 반 정도 단숨에 비우자 그제야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건 공원의 오똑 솟은 지형 위 고목이었다.어떻게 세상 풍파를 넘겼기에, 또한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저런 멋진 자태로 있을까?어느 위치에서 보는가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스타벅스 2층의 통유리 너머에 있는 나무는 거룩한 생명이자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부산의 모던한 무인 카페, 스페이스 예_20240609

부산에 도착하여 성대한 저녁 차림으로 원하는 메뉴를 묻자 말 떨어지기 무섭게 돼지국밥이란 말에 덩달아 일행으로 오신 분도 원치 않게 소소한 저녁으로 해결해야만 했다.범일동 일대는 묘하게 두 시대가 공존했는데 활발한 재개발과 더불어 골목길엔 미로 같은 지난 시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경계엔 화사한 꽃들이 이질적인 풍경이 어울릴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했다.거리 조경을 관리하시는 공공기관에서 좀 전에 손질을 하셨는지 싱그러운 물방울이 남아 해가 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불빛을 굴절시켰다.부산에서 돼지국밥 집을 찾는 건 김서방 찾는 격인데 그중에서 신갈에 있는 밀양돼지국밥-예전에 몇 번 갔던 기억이 있어-을 찾았고, 내부 리뉴얼이 되어 말끔해졌다.식사 대접 받았으니까 커피는 내가 대접해야 되겠는데 ..

'고향의 봄' 진달래꽃 피는 산골, 창원 천주산_20240410

고향의 봄에서 등장하는 진달래 배경이 천주산이라고, 그래서 여러 잡념을 배제하고 내 감정에 충실한 진달래를 찾아 창원 천주산에 왔다.창원 분지를 둘러싼 여러 산 중 북녘에 천주산은 진달래 군락지가 있는데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처럼 정상 부근에 군락지가 있어 산행은 필수.사실 여수 영취산만 다녀온 입장이라 이번엔 창원 천주산과 대구 비슬산을 찾기로 했는데 절정의 만개라 주차에서부터 오를 때까지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진달래 군락지에서 잠시나마 봄의 진수가 들려준 이야기에 흠뻑 젖었고, 모처럼 산행의 성취감까지 한 데 아우를 수 있었다.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때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이다. 진분홍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