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도착하여 성대한 저녁 차림으로 원하는 메뉴를 묻자 말 떨어지기 무섭게 돼지국밥이란 말에 덩달아 일행으로 오신 분도 원치 않게 소소한 저녁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범일동 일대는 묘하게 두 시대가 공존했는데 활발한 재개발과 더불어 골목길엔 미로 같은 지난 시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경계엔 화사한 꽃들이 이질적인 풍경이 어울릴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했다.
거리 조경을 관리하시는 공공기관에서 좀 전에 손질을 하셨는지 싱그러운 물방울이 남아 해가 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불빛을 굴절시켰다.
부산에서 돼지국밥 집을 찾는 건 김서방 찾는 격인데 그중에서 신갈에 있는 밀양돼지국밥-예전에 몇 번 갔던 기억이 있어-을 찾았고, 내부 리뉴얼이 되어 말끔해졌다.
식사 대접 받았으니까 커피는 내가 대접해야 되겠는데 때마침 호텔 1층에 새로 들어선 무인 카페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거기에서 해결했다.
카페는 모던한 분위기였고,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커피를 무인으로 주문할 수 있었는데 늦은 시각이 아닌데도 내부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마저 여성 손님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나가는 바람에 너른 카페를 한 팀이 독식했고, 커피 한 잔에 느긋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밤은 깊어갔다.
이런 분위기 너무 괜춘한데 심지어 커피의 가성비는 극강이라 카페를 벗어날 무렵 사진 몇 컷 담았다.
특히 저 마약 같은 체어에 앉자 긴장이 스르르 풀리며 쌓인 여독을 풀릴 지경이라 궁뎅이가 무거워지기 전에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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