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45

일상_20241025

바지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츄르를 크로스백에 넣어 두고 와서 하는 수없이 녀석들 평화를 깨지 않는 걸로 하고 우회해서 지나쳤다.아깽이들은 얼마 전 길에서 죽음을 맞이한 녀석의 아이 같았다.그러고 보면 모성애가 없는 생명은 없다.다만 인간의 기준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표현 방법을 없는 걸로 단정 지었을 뿐.대략 2달 정도 된 아깽이들이라 실제 보면 무척 귀여웠다.멀리서 다가오던 턱시도 냥이가 발치에서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줬다.츄르를 챙기지 않았던 게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 뭐지?녀석아, 미안~ 쏘리~다음엔 꼭 챙겨오마.그때까지 건강하렴.

일상_20241018

금요일 퇴근 후 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출발하던 중 오며 가며 봤던 비교적 규모가 큰 냥이 용품점에 스크래쳐가 필요해 들렀다.쥔장께선 상품을 정리하시느라 내가 들어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고, 한창 바쁘신 듯하여 기다리던 참에 잠시 매장을 둘러봤는데 냥이 분양 코너도 있어 거기에 시선을 강탈당했다.브리티쉬 숏헤어, 러시안블루, 스코티쉬 폴더, 렉돌 아깽이들이 있었고, 그중 유난히 귀여운 요 녀석에게 시선이 꽂혀 심장에 꽤나 부담이 생겼다.나중에 쥔장이 다가와 원반 형태의 스크래쳐를 구입하곤 요 녀석에게 다시 다가가자 쥔장께선 아깽이를 끄집어 내 가슴에 잠시 안았는데 외모와 달리 녀석은 무척 똥꼬발랄하여 쥔장의 가슴에서 탈출, 매장 안을 활보했다.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쥔장의 손에 붙잡혔고, 거짓말처럼 녀..

일상_20241015

가을은 여러 존재들이 감동을 표현하는 계절이다.전날 퇴근 무렵 하늘엔 손 뻗으면 닿을 듯한 하늘이 서쪽에서 연이은 영상을 펼치며, 그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결을 만들어 장관을 연출했다.물론 비소식과 함께.이튿날 어김없이 비는 내렸고, 지나칠 법한 빗방울이 심약한 빛을 굴절시켜 영롱한 보석을 만들었다.빗방울도, 가을을 관통한 파란 이파리도 하나씩 뜯어보면 별달리 특별할 게 없건만 계절의 후원으로 두 존재가 만나 뜻하지 않게 감동을 연출했다.그러고 보면 감동을 표현하는 방법도 제각기 다르지만, 감동으로 귀결되었다.들판과 공원에 핀 꽃에 빗방울이 알알이 박혀 걸음은 번번이 끊어지기 일쑤.무심히 스쳐 지나가던 것들이 가을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꿈을 표현했고, 빗방울이 내려 그 꿈에 반짝이는 희망을 달았다...

진천 광혜원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_20241011

낮에 용무가 있어 잠시 들린 우체국.문득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떠올랐는데 노란 은행잎과 무르익은 가을이 깃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한편으론 다가오는 가을의 설렘이 더 벅찰 수도 있다.광혜원 우체국 옆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어 노래 가사처럼 노오란 은행잎처럼 가을의 진수가 빅뱅할 수 없지만 본질은 가을인 만큼 어떤 찬양으로도 부족했다.그래서 멀찍이 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서성이며 가을볕 쏟아지는 양지 바른 거리에서 가을 정취를 듬뿍 받았다.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에 꽂힌 꿀벌들의 궤적도 따라갔는데 옆에 있는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녀석은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몰아치는 바람에도 꽃에 앉아 쉴새 없이 삶을 꾸렸다.그래서 꽃과 꿀벌의 조합 또한 온화한 가을 볕 넘치는 거리에 희열의 진원지였다.표지석..

일상_20241010

해가 일찍 기울어 낮이 부쩍 짧아졌다.불과 9월 9일에 방문했었는데 한 달 차이로 비슷한 시각에 완전 다른 세상이었고, 끈질긴 폭염으로 옷차림이 간소했던데 반해 한 달 차이로 바람살은 부쩍 차가워져 얇은 코트 하나 걸쳐도 찬바람에 실린 한기가 온몸을 짓눌렀다.지난번엔 테마공원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놓고 저수지 댐으로 올라왔었고, 이번엔 아예 댐이 있는 주차장으로 곧장 향했는데 들어오는 길이 꼬여 첫 번째 들어간 길에서 돌려 나와 다른 길로 접어들었지만 역시 댐 방향이 아닌 호수 전망의 비교적 큰 카페가 나와 하는 수없이 부근에 주차한 뒤 출렁다리를 건너 댐으로 향했다.땅거미도 거의 사라진 호수 너머의 하늘.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뺨을 스치는 저녁 바람은 제법 차가웠고, 간간히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이른 추위로..

냥이_20241003

가족들을 초대하기 위해 전날 집에 도착한 뒤 아침에 일어나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노라니 녀석이 티비 앞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연신 눈을 맞히는 녀석.내가 없는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방에 들어가 냥냥거렸다던데 모처럼 집사를 보자 계속 따라붙었다.그래도 사진 찍으려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고개를 휙휙 돌려버리는 녀석.한 번 놀아주고 쇼파에 쉬고 있는 녀석을 캐리어에 집어 넣어야 되는데 얼마나 진땀을 뺄 지 안봐도 뻔했다.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녀석을 겨우 캐리어에 넣고 진천으로 궈궈!진천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안성을 지나면서 빗방울은 굵어졌는데 창문을 열어놔서 비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걱정도 잠시, 여기까지 온 김에 진천에서 유명한 막국수는 먹어야지.어차피 비가 들어왔으면 닦아내면 그..

가을 단잠으로의 초대, 진천 만뢰산 자연생태공원_20241001

느지막한 오전 시각에 도착해서인지 주차장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가벼운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장대 같던 가을 장맛비가 그치긴 했으나 금세 쏟아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라 우산을 챙겨 공원 입구부터 천천히 살피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올여름 폭염에 심신이 지쳤는지 뺨에 느껴질 듯 말 듯 휘날리던 보슬비조차 전형적인 가을 기온과 맞닿아 제대로 된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늦잠을 자거나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 이렇게 가을 내음과 바람을 만끽하는 게 더욱 본능의 이끌림이 강해 자연생태공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잠시 앉아 있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져 쉴 새 없이 걸었다.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은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만뢰산에 일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만뢰산은 생태환경의 안정성과 희..

오르지 못한 진천 잣고개 산림욕장_20241001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을 떠나 21번 국도로 진입하여 진천읍 방향으로 달리는 길에 문득 잣고개를 넘어서자 산림욕장 팻말이 보여 길가 여유 공간에 차량을 주차한 뒤 산림욕장으로 향했다.한창 공사 중인건지 어디선가 중장비 건설 기계의 묵직한 소음이 들렸는데 공원길치고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수록 중장비 기계가 내는 소음이 점점 또렷하게 들렸고, 예측이 들어 맞았다.석재 타일이 깔린 길엔 내린 비로 인해 군데군데 진흙이 타일 위를 덮고 있어 걷는 길이 미끄러웠는데 위로 조금 오르자 공사장 기계 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려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내려갈 때는 오를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걸음을 디뎠다.잣나무숲 산림욕장이라 그런지 비가 내려 소강 상태인데도 특유의 잣나무숲 향기가 그윽해서 공사가 끝난 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