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19

칠족령의 마법_20190329

파크로쉬에서 이어지는 동선은 지난번과 거의 같다.정선에 들러 동막골 곤드레밥을 줍줍하고 칠족령으로 넘어가는데 2월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난 반면 이번엔 조금 늑장을 부렸고, 다만 지난번처럼 길을 헤매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여유의 감상에 젖지 않아 막상 도착 시각은 거의 비슷했다. 동강은 여전히 귀한 생명들의 은신처와도 같은 곳이었다.물론 꽃을 찍기 위해 들린 건 아니지만 화사한 표정으로 방긋 웃으며 쳐다 보는데 외면할 수 있을까?신록의 싹이 대지를 뚫기 전, 황량한 물감이 만연한 가운데 가끔 고개를 내밀고 햇살을 한껏 받아 들이는 꽃들의 고운 빛결이 한 눈에 들어와 시선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봄의 정령들은 어떻게 이런 화려하고 화사한 색의 유전자를 깨우쳤을까?눈이 즐거운 만큼 이런 작지만..

칼끝 벼랑에 서다, 하늘벽 구름다리_20190217

전망대에 텐트를 쳐 놓고 크게 음악을 틀어 놓은 채 불륜 행각을 벌이던 사람들의 이기심에 기분이 '드그브자!'였지만 내 아까운 시간을 마냥 희생시킬 수 없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하늘벽 구름다리로 출발한다. 전망대에서 비집고 들어가 겨우 건진 사진을 확대해 보면 구름다리가 어렴풋이 보인다.물론 처음엔 저게 구름다리라고 생각도 못했고,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또한 사진엔 없지만 이정표 상에 전망대 0.1km가 하늘벽 구름다리 0.9km를 조금만 지나 전망대 바로 앞과 구름다리로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 상에는 구름다리가 0.5km 남았단다.실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고 이정표 수치를 봐도 안맞다.이 날 구름다리를 가며 사진을 찍는 도중 거기 가겠다고 어느 정도 가야 되는 건지 묻는 분이 계셔 0...

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

칠족령에 대한 설화. 백운산 자락 근교 제장마을의 한 선비가 옻칠을 하는 옻칠쟁이었는데 그 선비 집에 누렁이란 개가 살고 있었다. 그 누렁이가 저녁 때만 되면 마실 나갔다가 항상 새벽 이슬을 맞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수상히 여긴 옻칠쟁이가 도대체 누렁이가 어디를 갔다 오나 하고 궁금하여 하루는 누렁이 집 앞에 옻칠통을 잔뜩 갔다 놨다. 그날도 변함없이 누렁이는 옻칠통을 밟고 마실을 나갔다. 누렁이가 나간 사이, 옻칠쟁이는 누렁이가 밟고 나간 옻칠을 따라 찾아 나섰다. 옻칠을 따라 가다보니, 백운산 자락에 험하고 가파르다는 무늬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이었다. 누렁이는 매일 이 험하고 가파른 산을 넘어 밤새도록 걸어서 건너편 무늬마을에 무늬라는 암케를 만나고 또 밤새도록 걸어서 새벽에 집에 도착한것이었다...

신선이 노니는 다리_20180909

선유교라 하여 낙동강 상류에 절경을 끼고 있던 다리를 지나치기만 하다 처음 건너 보게 되었다.이미 최상류 지역인 석포에 제련소가 있어 그리 맑은 자태는 없지만 여름이면 레프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조금만 하류 방면으로 내려가면 청량산과 안동 도산면에 인접해 있는 곳이다. 강이 만들어 놓은 절경은 태백에서 발원하여 구문소라는 특이한 작품을 만들어 놓은 만큼 실력은 정평이 나 있어 충분히 짐작은 할 수 있다.물살은 유연하고 유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굽이치는 곳마다 바위산을 도려 내어 산이 감추고 있는 태초의 속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굽이치는 강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선유교가 있어 흔들바위 만큼의 스릴보다 편안하게 절경을 감상하는 용도에 가깝다. 봉화가 그리 알려져 있지 않..

간현 출렁다리_20180226

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원주 방면으로 가던 중 열차 창 너머 나름 소박하게 미려한 풍경을 보고 바로 맵을 열어 알게된 간현에 출렁다리가 생긴다는 소식은 이미 접했던 터라 언젠가 방문 하겠다던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엄청난 인파를 목격하고 나서 무한 도전에 소개 되었단 걸 알았다.예까지 와서 발걸음을 돌릴 순 없고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큰 맘 먹고 온 만큼 인파의 틈바구니에 끼어 출렁다리에 몸을 실어 봐야지. 중앙선이 리뉴얼 되면서 직선화 되기 전, 이 철길이 중앙선이 었다.지금은 외형만 이렇게 덩그러니 남아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역할 외엔 아무..

제천 가족나들이, 두 날_20150718

아침 일찍 시작된 기상 소리를 들으면 만사가 귀찮고 이렇게 조용한 휴양지에서 하루 죙일 자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다. 하지만 잠시의 유혹일 뿐, 설사 그렇게 좋은 휴양지에서 입에 개거품 나오도록 달콤한 잠에 취한 적 있었는데 막상 지나고 나면 후회막급, 늘 안타까움만 남는 걸 아니까 무거운 눈꺼풀을 강력 테잎으로 붙이는 한이 있더라도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만 한다.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고 게다가 주위 괜찮은 눈 요깃거리를 요구하며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 붙일 기세라 무거운 어깨를 털어낼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그래서 가장 만만한 대로 제천13경 중 청풍호를 끼고 있는 어른들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으로 들어가다 남제천과 청풍호로 빠져서 능강계곡 도중 들린 금월봉휴게..

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울나라 오지 중 하나인 경북 영양인데 같은 오지 동무 중 봉화는 도로가 좋아져 쉽게 갈 수 있지만 영양은 아직 그렇지 않다. 여전히 봉화나 안동에서도 한참을 지루한 산길로 가야 되는데 그런만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007년 가을에 검마산을 갔었는데 피부에 닿는 그 보드라운 빗방울의 느낌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걸 보면 흐른 시간동안 그 느낌이 강하게 각인되었나 보다. 전날 영주역에서 일행들과 만나 늦은 밤에 도착했던 흥림산 휴양림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검마산과는 달리 영양군에서 운영하는 작고 아담하지만 깨끗한 휴양지였다. 흥림산 휴양림에 도착해서 푹 쉬고 다음날 아침, 베란다 너머를 보니 가을이 온 마냥 하늘이 높고 시원하기만 하다. 비록 산과 계곡의 규모는 검마산에..

하늘 아래 가을 나린 태백, 정선_20141018

빠듯한 버스 시각에 쫓겨 부랴부랴 동서울 터미널로 눈썹이 날리도록 갔더니 다행히 여유가 있어 여행의 출발이 순조로웠다. 아무리 사북고한이 도로가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먼 땅.허나 출발의 설렘은 그런 고충도 외려 스릴감이 있다. 다음날 숙소로 잡았던 하이캐슬 리조트.신고한터미널에서 밤 늦게 도착하여 일행들과 만나 미리 잡아 놓은 콘도미니엄인데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깨끗하고 주변 풍광도 좋다.특히나 강원랜드 뒷편의 더 높은 고도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 내려다 보는 야경은 나름 소박한 감탄사도 나올 정도.이튿날 푹 쉬고 일어나 정선 소금강으로 출발 전 나의 편안한 휴식을 책임줘 준 고마움으로 한 컷~그러고 보니 전형적인 가을 답게 구름 한 점 없는 높고 청명한 하늘이여라~ 숙소에서 출발하여 소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20140525_비 오는 날, 독산성 산책

어둠이 오기 전, 초저녁 무렵에 홀로 독산성을 가서 모처럼 산성 주위를 한 바퀴 돌아 보게 되었다. 특히나 한 바탕 세찬 소나기가 내린 후 잠잠해진 데다 근래 불어오는 바람 중에서 가장 시원한 느낌이 좋았으므로...한 장을 제외하곤 역시나 귀차니즘으로 인한 무편집 무보정 사진들이다. 일련의 지방 행차 후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한 바탕 시원한 빗방울이 퍼붓다 그친 틈을 타 티워니만 들고는 독산성으로 올라가게 되었다.어쩌면 내리는 비로 인해 텁텁하던 기분이 씻겨져 내림과 동시에 여독도 사라져 한결 가뿐해진 덕분일 수도 있겠다.마침 비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 들면서 나처럼 독산성을 찾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보적사의 동편에 위치한, 동탄과 세교 전망이 가능한 곳을 시작으로 시계 방향을 선택한 산책을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