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신선이 노니는 다리_20180909

사려울 2019. 7. 19. 00:13

선유교라 하여 낙동강 상류에 절경을 끼고 있던 다리를 지나치기만 하다 처음 건너 보게 되었다.

이미 최상류 지역인 석포에 제련소가 있어 그리 맑은 자태는 없지만 여름이면 레프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조금만 하류 방면으로 내려가면 청량산과 안동 도산면에 인접해 있는 곳이다.



강이 만들어 놓은 절경은 태백에서 발원하여 구문소라는 특이한 작품을 만들어 놓은 만큼 실력은 정평이 나 있어 충분히 짐작은 할 수 있다.

물살은 유연하고 유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굽이치는 곳마다 바위산을 도려 내어 산이 감추고 있는 태초의 속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굽이치는 강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선유교가 있어 흔들바위 만큼의 스릴보다 편안하게 절경을 감상하는 용도에 가깝다.



봉화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라 선유교도 이런 빼어난 경관을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선유교 초입에 피리 부는 아낙 동상이 있다.

왠지 한국의 토속적인 구전과 전설은 슬픈 사연들이 넘쳐 나기에 여기 또한 구슬픈 선율이 강물을 타고 낮은 곳으로 뻗어가는 것만 같다.



선유교는 흔들다리가 아니다.



거침 없이 뚫고 무너뜨리고 짓밟을 것 같지만 산세의 절경을 남겨 놓고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강물은 피리 부는 아낙과 슬픈 구전처럼 수많은 사연을 품고 소란스럽지 않게 자근히 흘러 간다.

앞으로 더 긴 여정이 남아 있어 벌써 부터 흥분하거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침착함을 깨닫고 있는 걸까?




아이폰으로 담은 선유도 전경은 원색이 빛바래 우중충하지만 절경의 느낌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 거리에 비해 몇 곱절 더 먼 여정을 시작하며 애달프지 않은 사연이 어디 있을 거며, 수 천년 동안 세상사의 비극에 눈물이 빠져 있는 가벼움이 어디 있을까?

억겁의 시간이 흘러 슬픔이 전설이 되고, 강물이 스치는 곳이 절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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