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제천 가족나들이, 두 날_20150718

사려울 2015. 10. 11. 02:06

아침 일찍 시작된 기상 소리를 들으면 만사가 귀찮고 이렇게 조용한 휴양지에서 하루 죙일 자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다.

하지만 잠시의 유혹일 뿐, 설사 그렇게 좋은 휴양지에서 입에 개거품 나오도록 달콤한 잠에 취한 적 있었는데 막상 지나고 나면 후회막급, 늘 안타까움만 남는 걸 아니까 무거운 눈꺼풀을 강력 테잎으로 붙이는 한이 있더라도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만 한다.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고 게다가 주위 괜찮은 눈 요깃거리를 요구하며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 붙일 기세라 무거운 어깨를 털어낼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대로 제천13경 중 청풍호를 끼고 있는 어른들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으로 들어가다 남제천과 청풍호로 빠져서 능강계곡 도중 들린 금월봉휴게소는 여전히 기암바위라는 명물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처음 갔던게 올 늦겨울이니(금월봉 휴게소_20150215) 그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을 터, 마치 내 고향인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능수능란하게 안내하는 내 쏨씨에 모두들 감탄사 연발.

어차피 지나는 길에 있으니 짧은 시간만 낸다면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을 더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거라 판단했고 적중했다.

신기한듯 감탄사를 연발하는 우리 단순한 중생들 앞잡이 노릇도 나쁘진 않았스.



미리 잡아 놓은 경로의 첫번째 목적지는 금수산 아래 능강계곡의 정방사.

금수산의 빼어난 경관에 기대어 바위 절벽 중턱에 자그마한 자리를 잡고 청풍호를 내려다 보고 있으니 전망이 얼마나 굿이겠는가!

피서철이 시작되는 시즌이라 피서객이 붐비는 곳보단 상대적으로 조용한 곳을 탐방하자는 의미로 찾아 갔는데 처음엔 오르는 길이 바뀌어 헤깔리는 바람에 헤메긴 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경관을 보는 순간 고생한 대가는 충분했다.

어떻게 이런 자리를 골라 사찰을 만들었을까 싶을만큼 혜안과 어느 하나 무너트리거나 밟아 놓지 않고 그 작게 허락한 틈을 이용하여 살며시 얹어 놓은 배려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오르는 길은 근래 들어 깡그리 밟아 놓긴 했어도...



앞마당(?)에서 바라본 청풍호 너머의 광경인데 산이 참 많기도 하다.



정방사까지 올라 왔으니 스원한 약수 한사발 들이켜야지.

거대한 바위를 뚫고 흘러 나오는 생수 맛은 물 맛인데 느낌은 어떤 탄산수보다 청량하다.




움직이면서 여기저기 찍어 보지만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릴 순 없다.



나처럼 멋진 광경에 취해 있는 취객들(?)





늘 멋진 광경 앞에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풍경은 그날 바람이 거의 없어 깊게 졸고 있다.



절 뒷편 곳곳엔 이렇게 동자승 인형들이 숨어 있는데 마치 끼리끼리 모여 조잘조잘 익살스럽게 떠들고 있는 거 같다.



때마침 청풍호를 유영 중인 유람선의 모습도 생생하게 보인다.

아마도 구담봉 장회선착장으로 가는 길이겠지?



빼곡한 소나무에 쌓인 법당이라 새벽 이슬에 녹아있는 솔향이 수도 중에 은은하게 풍기겠지?




동자승들이 배시시 웃으며 쳐다 보고 계신다.



무언가를 열심히 기원 중이신 울 엄니.



석가의 모습을 보니 턱에 수염이 보인다.



법당 앞마당에 화사한 꽃무리들이 경쟁하듯 얼굴을 들이민다.




역시나 이런 절벽에 기댄 덕에 멋진 경관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울 조카가 렌즈의 낌새를 알아채곤 멋진 포즈를 취하는군.



범종이라 해야 하나?

사찰 어디를 가나 교회당 십자가처럼 범종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종을 치지 마십시요들.'



사찰에 개가 두마리 있는데 그 중 한마리가 관광객들을 볼때 마다 짖어 대는 통에 스님이 꾸짖자 멍청하게 지켜 보고 있던 이 녀석은 누명을 쓴 꼴이 되어 버렸다.

짖던 녀석은 냉큼 어디론가 피해 버리고 이 순둥이는 아무 죄가 없음에도 억울한 누명을 썼으니 마당으로 내려와 이렇게 퍼질러 자고 있다.





이제 정방사를 떠날 무렵.

절에 올라 오려면 이런 큰 바위 틈을 지나야만 한다.



익살맞은 다람쥐 한 마리가 나를 보곤 자리를 피하려고 두리번 거린다.





정방사에서 내려와 찾은 곳은 옥순대교를 건너기 전, 옥순봉 전망대다.

청풍호 수위가 급격히 내려가 아랫단이 허옇게 드러나 있는 모습이 마냥 서글픈데 호수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더 슬픈 일이다.

옥순봉이 혼자서 어찌 돋보일 수 있겠는가.

출렁이는 호수도 그 자태에 일조를 하는데 하나라도 부족한 옥순봉의 풍경은 퍼즐처럼 짜여져 있어야 될 조각들이 몇 개가 빠진 듯 급격히 야윈 모습이다.



옥순대교를 바라보면 가뭄의 심각함을 확연히 알아챌 수 있다.

청풍호의 바닥에 물이 말라 너른 들판처럼 잡초로 잔뜩 깔려 있는데 호수물이 옥순대교 기둥 3개나 후퇴한 상태니 얼마나 참혹한지 올 초 방문했을 당시보다 더 메말라 있다.(겨울 청풍호의 매력_20150214)

하루 빨리 적당한 비가 내려 과거의 그 유유한 모습을 찾았으면 한다.




구담봉으로 이동하여 지난번에 어설프게 찍었던 사진을 이번엔 확실하게 망원으로 담았다.

사진을 더 당겨 보면 절벽 아래 큰 바위와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데 마치 청풍호 굽이에 서서 지켜 보는 파수꾼 같다.

바위에 뿌리를 둔 터라 키는 작지만 크나큰 깨우침을 계기로 목석처럼 굳게 지키고 있을 것만 같은 품세다.





구담봉 아래 장회나루터에 유람선이 도착했는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유람선을 기다리고, 유람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구담봉을 기다리고 있었을 게다.

이 모습이 멋진 풍경화 같은데 실제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섰던 전망대는 피서철의 시작임에도 아주 조용했던 만큼 느긋하게 관망하면서 사진 찍기는 딱! 좋았다.



전망대에서 강 건너 정면도 구담봉 못지 않게 품세가 좋구먼.



여긴 상류 쪽의 단양 방면이다.

물론 여기서 단양은 그리 멀지 않지만 유람선을 타고 가더라도 제법 시간 소요는 될 거다.

여기 일대가 호수를 필두로 산과 바위와 나무가 시기적절하게 어울려 어느 하나를 소홀히 대할 수 없는 곳들이다.

그래서 욕심을 내어 많이 구경하기보단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청풍호를 따라가며 유유자적 느긋하게 감상하는 편이 더 알차고 후회도 없겠다.



사진을 찍어 보니 인척이 느껴져 최대한 망원으로 당겨 보면 낚시에 열중인 강태공이 보인다.

어떻게 갔을까?

대단한 열정 납시었다.



전망대 정면 강 건너편 기암 절벽은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단단한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덕분에 절묘하게 입은 옷처럼 자태가 멋져부러.



장회나루휴게소에서 전망대를 바라 보면 이렇게 사방이 멋진 경관으로 둘러 싸여 있고 그 경관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좋은 곳에서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마련해 놓았다.

굳이 여기저기를 밟지 않아도 누구나 한 자리에서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배려, 땡큐~





세심하게 둘러 보는 사이 어느새 저녁이었고 미리 귀띔 받은 식사 자리로 급하게 이동했더니 덕동계곡 깊은 곳에 있는 토담이라는 토속적인 식당이었다.

한참을 들어가는 사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 무렵 만난 곳이라 식사가 월매나 맛있었겠누?




조경 또한 상당히 토속적이면서 주위에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것들로 편안하게 연출한 곳이다 보니 식사가 푸짐하고 입에 들어 맞을 것만 같았는데 실제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라 오랫 동안 지켜봐온 지역 사람들의 신뢰감이 돈 받고 어거지로 광고하는 블로그를 능가하는건 당연지사.




한방 백숙과 닭볶음탕이 꽤나 양이 많았음에도 너끈히 해치울 수 있었던 건 공허해진 우리의 배도 있겠지만 먼 곳까지 찾아온 어설픈 기대감을 훠얼씬 뛰어 넘는 푸짐함과 맛깔스러움이 더 큰 이유라 하겠다.

토종닭이라 그런지 닭다리 하나만 먹어도 엄청 포식한 기분이 들더구먼.

한방 백숙은 은은한 약재의 향을 베이스로 구수한 닭백숙 향이 넘쳐나는데 시식을 해보면 한약의 쓴맛과 닭비린내는 없으면서 국물이 구수하여 닭보단 국물 넉넉한 백숙이 더 인기가 많았었다.

토담 입구에 찍어 놓은 사진 덕분에 다음에도 찾아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어.



그 적지 않은 양을 모조리 해치운 후 밖으로 나왔을땐 이미 날이 어둑해지려하는 밤이었는데 이중적인 색깔의 꽃잎조차 화사하게 보일만큼 벅찬 하루였다.

더불어 피서철 답지 않게 북적이는 인파가 없어 짧은 거리지만 천천히 곱씹었던 시간들이 일상의 피곤함을 씻겨 주었던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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