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울나라 오지 중 하나인 경북 영양인데 같은 오지 동무 중 봉화는 도로가 좋아져 쉽게 갈 수 있지만 영양은 아직 그렇지 않다.
여전히 봉화나 안동에서도 한참을 지루한 산길로 가야 되는데 그런만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007년 가을에 검마산을 갔었는데 피부에 닿는 그 보드라운 빗방울의 느낌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걸 보면 흐른 시간동안 그 느낌이 강하게 각인되었나 보다.
전날 영주역에서 일행들과 만나 늦은 밤에 도착했던 흥림산 휴양림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검마산과는 달리 영양군에서 운영하는 작고 아담하지만 깨끗한 휴양지였다.
흥림산 휴양림에 도착해서 푹 쉬고 다음날 아침, 베란다 너머를 보니 가을이 온 마냥 하늘이 높고 시원하기만 하다.
비록 산과 계곡의 규모는 검마산에 비할 바 아니지만 신록의 싱그러움은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여 산책로를 따라 흥림산을 만나러 갔다.
산이 작다고는 해도 비탈은 상당히 가팔라 길을 벗어나 걷기는 힘들어 보이는데 휴양림 숙소 맞은편 비탈엔 모노레일 비스므리한 게 있고 유격장처럼 꾸며져 있어 호기심에 건너가 봤더니 조성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산림체험 시설들이 보인다.
여긴 그 옆 모노레일 옆 전망대 격인데 여기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없어서 바로 내려와 산책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위에 어느 정도 지났을때 내려다 보니 가장 아래 우리가 기거한 콘도형태의 휴양관이 보이고 우측 목재 건물은 목재 문화 체험장이란다.
밤에 체험장 외부 2층 발코니에 야외 탁자가 있어 여기서 음악을 곁들여 단촐하게 한 잔 때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게 되었는데 사진에 잘려진 좌측은 숲속의 집으로 1층과 2층이 독립된 3개 동이 있다.
원래 여기 예약할려고 했는데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라 휴양관으로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다시 도전해 봄직 하다.
휴양림의 단촐한 시설들을 지나면 이내 이런 한적하면서 넓직한 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흥림산을 넘어 마을로 갈 수 있긴 하나 우리가 걷는 동안 지나는 사람은 전혀 없었으니 그 마을은 영양읍에서 갈 수 있는 도로가 따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 한적한 산길을 따라 만난 꽃들은 종종 이렇게 흔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그 꽃에서 한창 작업에 열중인 벌들이 눈에 띄이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워낙 열심히 업무 중이라 우리한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걷던 중 일행이 알려준 사실.
흥림산 갔던 그 날이 영양 반딧불이 축제가 있단다.
전혀 모르고 갔건만 그래? 그럼 한 번 호기심에서 가 봐야지.
진행하던 방향을 틀어 숙소로 간 후 최소한의 소지품을 챙겨 반딧불이 생태공원으로 가기로 계획, 산책로를 벗어나자 이내 이런 한적한 숲길이 나온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던 중 비탈이 심하여 이런 시설을 마련한 거 같은데 이렇게 봐서는 비탈을 전혀 가늠할 수 없구먼.
좀 고생해서 내려와 숙소 맞은 편에 모노레일을 찍어봤다.그날 운행은 전혀 없었는데 아마 여름 한철에 이용할 수 있으려나?모노레일 너머 뒷편 나무 계단이 유격장 비스므리한 시설들을 설치해 놓았다.
노랫 소리가 워낙 아름다워 소리가 나는 곳으로 쳐다 봤더니 한 마리 새가 경쾌하고 맑은 소리로 연주하고 계신다.
급하게 찍느라 핀이 전혀 안맞군.
우리가 기거했던 휴양관인데 시설들이 깔끔하고 단아해서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티가 팍팍 난다.
좌측 나무 건물이 목재 문화 체험장이다.
반딧불이 축제는 오후9시라 저녁을 해결하고 가야되므로 우선 영양재래시장으로 달려가 저녁에 필요한 먹거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예전 검마산 휴양림으로 갔을때 가장 인상 깊었던 먹거리가 한우였었던 기억이 아직 선명했기에 이번에도 럭셔리하게 한우를 마련, 이참에 재래시장은 좀 더 둘러봐야지.
막상 갔더니 시장이 썰렁하다.
축제가 있는 날이면 아무리 못해도 관광객이 몰려 들기 마련이라 굳이 5일장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것도 도움되지 않을까?
내가 생각했던 장터 풍경을 뵙지 못해 아쉬움만 둘러본채 뒤돌아 서야 했다.
썰렁했던 장터를 가로질러 뒷편으로 나와 보니 여전히 썰렁하고 다만 자그마한 쉼터가 있어 젊은 사람 몇 커플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시장을 끼고 있는 거리에 많은 상점들이 휴업과 폐업을 솔솔하게 볼 수 있어 `사라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영양읍에서 마련한 먹거리를 가지고 숙소로 가던 중 그리 멀지 않은 산 언저리 소나무 군락지에서 학 무리가 쉬고 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도 이 학 군락지는 눈에 잘 띄이는데다 학의 지저귐도 선명하게 들리는 조용한 마을이라 그 자리에 한참을 넋 놓고 서서 바라 보았다.
마치 학마을 사람들이란 단편소설의 무대 같은 착각도 들만큼 학이 살아가는 자리의 주변 풍광이 멋지고 고요하다.
학 군락지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반변천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찬다.이 절경은 학마을과 함께 굳이 신경 써서 찾지 않아도 금새 눈에 띄인다.
저녁 포식을 하고 저녁 해질 무렵 숙소를 나서 반딧불이 생태공원이 있는 수하계곡으로 출발했다.
가던 중 통고산 방면으로 여겨지는 높은 산세와 그 산을 덮고 있는 구름의 무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적은 광량으로 인한 손떨림을 무릅쓰고 몇 장을 담았다.
통고산을 향해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바라 보다 정신을 번뜩 들게하던 새 무리.
수하계곡 초입의 반딧불이 생태공원에 도착할 무렵, 지체하던 발걸음으로 인해 넉넉하게 출발했음에도 도착할때 즈음 축제가 시작되어 버렸다.무성의한 안내원들로 인해 초입에서 버벅대며 시간을 더 빼앗겨 가보니 이미 반딧불이는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상태였고 행사장의 가장 끄트머리에 서서 일체 빛이 꺼져 버리고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음성에 의지한채 청력만을 곤두세워 축제를 참관했다.반딧불이의 미세한 빛을 보기 위함이라 행사 요원이 빛의 발광을 자제 요청했고 나눠준 반딧불이를 날릴때 거의 볼 수 없었던 만큼 준비한 반딧불이도 빈약했고 참석한 관광객도 많지 않았으며 준비나 내용도 빈약했다.반딧불이 날리기와 풍등 날리기가 끝이었으니까.
반딧불이는 내 실력으로 카메라에 담기 힘들었고 풍등 날리기 때 그나마 감도를 올리고 손떨방을 작동시킨 뒤 찍을 수 있었다.
풍등을 한둘씩 날리기 시작할때.
호수 난관 위에 카메라를 올려 놓으며 감도를 낮췄더니 장노출이 되어 재밌는 사진이 나왔다.
어느 정도 풍등을 날린 후 기념 사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인다.
감도를 올려서 밤하늘에 떠오른 풍등의 모습들.
이제 대부분의 풍등은 날아가고 30여 분간의 공식 행사도 끝맺어 바로 숙소로 와서 목재 체험 문화관 2층 테라스에서 간단히 맥주 한잔을 마시며 음악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제서야 반딧불이가 눈에 이따금씩 들어 왔다.
어릴적 대청마루 위에서 가족들과 함께 수박을 먹을때 눈에 빼곡히 밤 허공을 가르던 반딧불이를 잡아다가 곤충 체집 상자에 넣거나 다시 놓아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잊혀지기 시작하더니 기억에서도 완전히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그 많던 반딧불이가 어디로 갔을까?아마 인간의 이기로 인한 단상이겠지.생각지도 못한 영양 여행에서 잊혀졌던 반딧불이를 다시 상기시키며 잊혀지려 했던 기억도 덩달아 회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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