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0140525_비 오는 날, 독산성 산책

사려울 2014. 6. 1. 20:46

어둠이 오기 전, 초저녁 무렵에 홀로 독산성을 가서 모처럼 산성 주위를 한 바퀴 돌아 보게 되었다.

특히나 한 바탕 세찬 소나기가 내린 후 잠잠해진 데다 근래 불어오는 바람 중에서 가장 시원한 느낌이 좋았으므로...

한 장을 제외하곤 역시나 귀차니즘으로 인한 무편집 무보정 사진들이다.




일련의 지방 행차 후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한 바탕 시원한 빗방울이 퍼붓다 그친 틈을 타 티워니만 들고는 독산성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어쩌면 내리는 비로 인해 텁텁하던 기분이 씻겨져 내림과 동시에 여독도 사라져 한결 가뿐해진 덕분일 수도 있겠다.

마침 비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 들면서 나처럼 독산성을 찾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보적사의 동편에 위치한, 동탄과 세교 전망이 가능한 곳을 시작으로 시계 방향을 선택한 산책을 시작한다.



보적사에서 한신대학교 방향을 바라보자 산에서 안개가 피어 오르면서 하늘로 솟구친다.

구름을 뿌려 놓은 듯한 전경은 실제 그 자취가 선명할 때 본다면 실로 주체할 수 없는 신비감에 한 동안 시선이 묶여 버린다.



동쪽의 전망대는 대기가 맑고 깨끗한 날이면 동탄과 세교를 위시해 기흥과 오산, 공세까지 한 눈에 보인다.

3년 전 처음 방문했을 당시-2011년 독산성 세마대를 가다-에도 강한 햇살에 비해 대기는 뿌옇게 흐려져 있어 탁 트인 전망을 보긴 쉽지 않았고 근래 밤에 찾았을 때도 그리 맑지 않았던데다 그 날도 비가 완전 그친게 아니었던 터라 작은 아쉬움은 가까운 미래를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동편에서 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만나는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과 바위.



동탄 메타폴리스가 희미하게 보인다.



예전 종이 있던 자리에 한 마리 새도 만나고.



걸으면서 18mm 렌즈로 넓게 세상도 담아봤다.



과거 성문이었던 자리와 흔적인데 남문이라지만 방위는 동남이다.




독산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가 길 가는 이들의 행로에 틈틈히 나타나 산책을 도와 준다.



산성 답게 성 내부도 이렇게 고도차가 급격한 곳이 있다.

사진 중간 즈음해서 남문이다.



보적사가 북편을 향하고 있다면 여긴 남쪽을 향하는 지세가 가파른 곳이다.




남쪽에 성심학교가 내려다 보인다.



처음 방문했었던 당시와 비교해 잠시 쉬어갈 `배려'들이 마련되어 있다.

둘레길 곳곳에 꽃밭이라던가 지도, 부연 설명이 곁들여진 보드와 이런 벤치들은 전망대이자 산성인 독산성과 세마대의 특성상 강한 햇볕이 내리 쬐이는 날이면 성곽 가까이 그늘이 없어 산책시 힘든 일이 다반사인데 현명한 배려임에 틀림 없다.

특히나 성곽에서 안 쪽 방면에 울창한 나무들 아래 이런 간소한 벤치는 계절을 떠나 훈훈한 것 같다.





여기가 암문인가?

남쪽을 향해 성문이라고 하기엔 그 규모가 작다.





암문이 맞다.

역시나 산성 답게 성곽 외부의 산비탈은 경사가 심한데 그나마 성문은 성곽의 비탈에 비한다면 양반이다.

성곽 산비탈은 거의 절벽 수준으로 상당히 가파른데 급경사에 이런 정갈한 성곽을 쌓은 당시 치열한 생존의 단상이 아닐까 싶다.

그 때와 다른 의미로 남아 있는 현재는 처절한 생존이 시간에 필터링 되어 다소곳한 아름다움의 결정체만 남게 되었다.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틈을 이용해 나처럼 산책하러 온 사람들이 종종 발견된다.



멀찌감히 지나서 멀어져 가는 암문인데 역시나 출입하기 힘들만큼 비탈의 경사도가 심하다.



서문에 다다르기 전, 멋진 전망을 앉아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벤치를 두었고 그 주위엔 돌탑이나 꽃밭을 꾸며 놓았다.

잡초가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하는 시절임에도 깔끔하게 정돈된 걸 보면 누구 못지 않게 이 곳에 애정을 느끼는 분의 세심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서문을 지나면 이렇게 난이도가 있는 오르막길이 나오고 그 굽은 길을 돌면 원래 출발지였던 보적사가 나온다.

서문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크게 굽이치는 성곽과 전망대 역활을 하는 곳을 향해 셔터를 눌러 봤다.




서문은 이렇게 나즈막하고 문 위에 넓고 편평한 돌이 없다.

성곽의 일부가 유실된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건지는 모르겠다만 문에서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평화롭게만 보인다.



서문에서 마지막 전망대를 바라보고 한껏 줌을 당겨 찍었다.

성곽을 구성한 돌과 넝쿨이 어울려 고전적인 멋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착각에 빠질만큼 매력적이다.



서문과 전망대 중턱인 북문에서 서문을 바라보면 사람이 드나들기 수월하도록 돌계단을 깔아 놓았다.

실제 독산성을 방문하면 보적사 외에 이 서문에서도 심심찮게 사람들이 출입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시선을 반대로 돌리면 전망대와 북문을 연결하는 성곽이 눈 앞에 고스란히 펼쳐 진다.



조금 더 전망대를 확대해 보면.



새 한마리가 주위를 멤돌며 지저귀는 소리가 비 온 뒤 깔끔해진 공기 냄새에 흥겨운 곡조를 읖조리는 것 같다.

나중에 몇 마리가 더 어울려 나무를 넘나들며 한바탕 흥겨운 산책을 거닐더라.

그 소리는 약간은 습해진 공기에 반하듯 쨍하게 지축을 공명시킨다.



내가 그냥 명한 북쪽 전망대는 바로 여긴데 홀로 벤치 하나가 적적함을 달래고 있다.



전망대 앞에 큰 바위가 이건데 성곽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마찬가지로 넝쿨이 성곽을 은폐하듯이 빼곡하게 덮으며 자라고 있다.



마지막 문인 북문은 이렇게 조용하게 알듯 모를듯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았다.

사람들의 출입은 힘든지 길은 없고 이름 모를 여러 들풀들만 무성할 뿐이다.



북문을 지나서 있는 전망대는 보적사를 기준으로 좌측편이라 하겠다.

허허하게 너른 벌판을 앉아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시야가 트인 곳인데 이곳에서 보면 화성평택고속도로의 끝자락을 발치에 보이고 그 고속도로의 끝편에서 뻗어나가는 몇 줄기 도로의 흐름도 볼 수 있을 만큼 광활한 시야를 확보된다.

보적사가 속한 동문이 동탄, 병점, 수원 일대의 문명지를 관망할 수 있는 곳이라면 북서쪽을 향하고 있는 이 곳은 녹색이 가득한 벌판과 틈틈히 솟구쳐 있는 언덕배기들을 수월하게 관망할 수 있는 곳이라 하겠다.



요렇게 친절한 둘레길 가이드도 있는데 난 반대쪽인 동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돈 탓에 한 바퀴가 끝날 무렵 이걸 보게 되었으니 당장은 써먹을 수 없는 지도가 되어 버렸다.






익숙한 보적사의 부분부분들.




보적사에 가면 아주 연세가 많으신 이 분을 보게 된다.

누가 지나가도 본채 만채하는데 눈이라도 힐끗하며 쳐다 보는 것 조차 보기 힘든데 내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 렌즈를 들이 대니 그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를 아시는지 빤히 쳐다 본다.

여지껏 보적사를 많이 올라가 봤지만 평소와는 다른 사진을 담으려 했는데 여기 계신 스님이 나가란다.

그것도 짜증 섞인 투로 아주아주 매몰차게...

어느 정도 득도를 했다면 스님이시고 득도에 관심이 없으면 땡중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듯 한데 그 이야기가 공명되는 듯 하여 내려 오는 길에 씁쓸한 미소 한 번 날려 주고~


한참을 비가 내리다 잠시 그친 일기는 여기저기 뿌려 놓은 구름이 마치 솜이불 마냥 포근하게만 느껴진다.

그렇다고 갑갑하기는 커녕 심호흡조차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 잠깐의 설레이는 시간에 이처럼 멋진 세상을 접할 수 있음으로써 수면과도 같은 달콤한 시간의 맛을 잊지 못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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