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묘입양 16

냥이_20200225

가족이 된 지 한 달이 넘어 받은 선물이 많은데 유독 털이 잔뜩 달라붙은 찍찍이 테잎 뭉치만 선택하고 뻔질나게 앞발 페인트 모션 축구를 즐기는 이유가 뭘까? 한참을 그렇게 정신 없이 놀다 아무 데나 배를 깔고 누워 잠깐 자는가 싶다가도 사람이 지나다니면 벌떡 일어나 '어이, 집사! 그냥 가지 말고 내 목덜미 스담 해 주시지~'라고 눈빛으로 말한다. 물론 모른척 하고 있으면 다가와 껌딱지가 되지만. 정신없이 쫓아다니다 잠시 쉬는 중, 스담 해 달라는 눈빛이다. 피로를 푼다고 잠시 엉덩이를 바닥에 붙였는데 왜 이리 눈꺼풀이 무겁냥~ 자리를 가리지 않고 벌러덩 드러누워 혼자서 열심히 논다. 호박색 눈빛이 꽤나 아름다워 특히나 이 사진에 애착이 간다. 느낌 사는데~

냥이_20200223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해서 티비 동물농장에 심취한 나머지 옆에서 사진을 찍거나 불러도 마지 못해 눈길만 건성으로 주곤 이내 동료들 모습을 주시한다. 가장 편한 자세로 미동도 않고 그냥 보는 수준을 넘어 거의 째려보는 수준이다. 지나친 감정이입의 부작용으로 티비 앞에 앉아 주인공으로 착각하는 거 아닌가? 한번씩 부르면 그제서야 눈길 한 번 마지못해 준다. 때론 티비에 바짝 붙어 빤치도 날리고, 빤히 쳐다 보게 되는데 진지한 그 눈빛이 사람 같다.

냥이_20200222

회사 동료가 선물해 준 쇼파형 스크래쳐는 집에 오는 즉시 제2의 둥지가 되어 이제는 쇼파와 스크래쳐는 의례히 녀석의 쉼터가 되어 버렸다. 거기에 다른 동료는 캣타워나 캣폴을 선물해 주겠단다. 고마워서 어쩌나. 내가 올라타거나 다리를 걸칠 것도 아닌데 이런 감사는 이 녀석이 해야 되는거 아닌가? 스크래쳐는 제2의 둥지다. 밤엔 쇼파에서, 낮잠은 스크래쳐에서... 확실하게 분류된 용도라 쇼파와 스크래쳐 끼리 싸울 일 없다. 이런 게 자주 있어 생활의 루틴이 되었다. 스크래쳐에서 혼자 놀다가... 그대로 낮잠을 자는데 극도로 불편한 자세와 달리 표정은 너무 평온하다.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자 웅크린 상태로 시선이 떨어지지 않게 계속 주시하고 있다. 외출한다는 걸 알고 있다. 출근할라 치면 이렇게 발밑에 납쭉 ..

냥이_20200220

입양 한 달이 지나자 급격하게 변신했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살림살이에 관심도, 호기심도 없던 녀석이 이제는 내 집이란 걸 알고 꽁꽁 숨겨 왔던 끼를 발산했다. 일일이 검열하고, 숨겨진 걸 찾아내고... 그러다 냉장고 밑에서 10원짜리 동전도 찾아 냈지만, 이제는 살림살이 허투루 하게 두지 못하겠다. 괜한 걱정에 행여 삼킨다면 큰 일이거든.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쫓아다니지만 여전히 가벼운 발걸음에 민폐 수준은 아니고, 차라리 주눅들어 차분한 것보다 명랑하여 익살 다분한 게 낫다. 사진에서는 얼굴이 넙디디하게 나왔지만 실제 손가락 4개 합친 것보다 얼굴이 작은 녀석이라 직접 보는 가족들마다 이 녀석을 귀여워하고 심지어 전화 통화의 첫인사말이 "고 녀석" 잘 있냐는 말에 주객이 전도되는 건 하루아침에 일어날..

냥이_20200218

중성화 수술 이후 확연히 달라진 점은 활력이다. 물론 잠자는 시간은 비슷한데 깨어 있는 동안 확실히 활동적이고 호기심에 따른 모험심이 강해졌다. 입양 1달이 지난 시점에서 수술 이전까지 관심 없는 물품에 대해 아무리 흩어 놓아도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면 지금은 공간이 조금 비어 있는 책장에 뛰어 올라 쉬고 있다거나 작은액세서리에 대해 재미난 놀이(?)를 찾아내어 혼자서도 사냥 본능을 드러낸다. 털을 제거하기 위해 돌돌이를 사용하고 털에 흥건해진 테잎을 떼어내어 말아 놓았더니 그걸 가지고 쥐잡이 놀이처럼 앞발로 톡톡 쳐대며 축구를 한다. 사냥놀이에 민첩성 뿐만 아니라 과격한 모습도 드러내고, 사냥감에 대한 집착은 더욱 커졌다. 방석 아래 꿈틀대는 사냥감을 발견하여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몇 가..

냥이_20200216

겨울도 미련이 남았는지 봄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부푸는 시기에 눈과 함께 한파가 밀려왔다. 냥이의 겨울도 막바지에 다다랐는지 하루 종일 퍼질러 자던 액체 같은 생활에도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눈보라치며 느지막이 한파가 찾아올 무렵, 겨울잠을 자는지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있다. 춥지 마라고 방석을 덮어 주자 그것도 모르고 잔다. 잠깐 눈을 뜨는가 싶더니... 또 잔다. 자다가 몸부림인지 몸을 한 번 굴리고 계속 잔다. 저녁 무렵까지 자던 녀석, 동네 한 바퀴 돌고 해가 지고 나서도 같은 자리에서 계속 잠만 잔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부시시한 눈으로 앉아 있을 때 이렇게 괴롭혔지만 별로 관심 없는 표정이다. 일어나 좀 뛰어 다니는가 싶다가도 눈이 마주치자 간식 달라고 보챈다. 간식을 먹고 식사를 한 뒤에 이..

냥이_20200215

컴 앞에 앉아 있으면 여전히 소리소문 없이 다가와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이내 잠든다. 귀여워 스담하는 사이 녀석이 이빨을 들이밀어 굳은 표정을 짓자 녀석이 삐친 모습이 마치 모카 커피 같다. 그러다 방바닥에 살며시 내려 놓고 잠시 용무 보는 사이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는데 옆에 엎드리자 꿈틀꿈틀 다가와 품으로 들어 올려고 한다. 이런! 겨털이 삐져 나왔군.

냥이_20200214

수술이 잘 되어 일 주일하고도 하루만에 칼라를 제거하며 한 고비 넘겼다. 칼라가 채워졌을 때는 측은 했는데 이렇게 원래의 자유를 찾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런데 여전히 사람한테 붙는 껌딱지 본능은 풀지 못하고 자리를 잡고 있으면 어슬렁 걸어와 벌러덩 누워 버린다. 그리곤 심술 궂은 눈빛으로 눈이 맞을 때까지 째려 보고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아무 생각 없이 뻗은 다리에 넙쭉 달라 붙어 눈치 주는 녀석이라니... 냥이를 키워본 건 어릴 적 쥐잡이로, 나머지 대부분은 댕댕이를 키웠었는데 어쩌면 냥이를 키우는 건 완전 초보라 아는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신기한 건 목욕을 보름 전에 시켰건만 몸에서 악취가 전혀 나질 않는다. 댕댕이는 이 정도면 묵혀둔 오징어 냄새가 나는데 냥..

냥이_20200112

익숙하지 않은 칼라로 하루 종일 자거나 잠시 눈을 뜨고 있을 땐 자리 가리지 않고 뒹군다. 그래도 개냥이 본성을 버리지 않고 잘 참아줘서 다행이다. 미치도록 그루밍 하고 싶은데 몸을 굽혀 혀를 내밀어 봐도 칼라에 막혀 헛그루밍에 공허할 뿐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사람한테 기댄다. 그래도 보채거나 서럽게 울지 않는데 그게 안쓰럽다. 칼라를 채워 얼굴만 보이니까 헬로키티 같네. 꼭 이렇게 사람한테 기대거나 붙어야 된다. 기생충은 양분을 빨아먹는다면 냥이는 관심과 사랑을 빨아 먹는다. 사람한테 붙는 환경이 여의치 않으면 이런 식으로 붙어서 안하무인, 발 떼기 어렵게 만든다. 얼굴에 털이 잔뜩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핥고 싶을까? 말 못하는 생명이라 그래서 더욱 안쓰러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