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천 139

가을 일상_20241019

거의 한 달에 한 번 마빡 잡초 뽑는 날.워낙 활동하기 좋은 가을이라 예약한 시각보다 훨씬 앞당겨 느긋하게 걸어 헤어샾에 도착했다.무심하게도 모처럼 떠난 여정 중엔 연일 청명하던 날이 미세먼지로 안타깝게 하더니 다녀온 뒤로 연일 청명했다.멀리 칠보산, 건달산도 선명하게 보이던 날이라 3km 넘는 거리를 걸어 단골 헤어샾으로 출발.화성 전체가 완연한 가을이 내려앉자 온통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다.동탄에서 웬만한 아파트 단지나 밀집 지역의 공원엔 축제와 장터가 열려 사람이 북적거리며 활기가 넘쳤는데 2동탄으로 넘어오자 그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어 여울공원을 걷던 중에도 멀리 축제 소리가 요란했다.부쩍 짧아진 낮이 아까워 얼른 머리 잡초를 뽑고 밖을 나와 돌아가는 길에 요란한 축제의 장터로 스며들자.여울공원은..

동탄에서의 가을 밤 산책_20241008

그야말로 생활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낮엔 활동하기에 있어 조금 덥긴 했지만, 해가 지고 밤이 깊어갈수록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마음에 쏙 들어맞는 날씨와 기온이었다.조금 빠르게 걷는다면 기분 좋은 범위 안에서 체온이 올라가며 거북하지 않은 선에서 등판에 살포시 땀의 흔적이 느껴졌고, 가만히 있으면 전형적인 가을의 청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앉은 자리에서 사이다 한 잔을 들이킨 기분이었다.원래 그리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 밤 마실 산책을 나섰지만 인덕원 일도 잘 마무리된 여운이 더해져 살짝 기분이 중력을 이긴 상태라 동탄여울공원을 거쳐 반석산을 우회하여 노작문학관을 지나 무장애길을 타고 복합문화센터까지 꽤 많은 걸음수를 채웠다.그래도 체력적인 버거움을 전혀 눈치 못 챈 건 역시나 가을의 힘..

일상_20240823

저녁이 되어서도 찜통같은 더위는 여전해 잠시 걷는 사이 온통 땀에 절었다.가까운 거리를 잠시 걷겠다는 당초의 생각과 달리 이왕 온몸이 땀에 절은 김에 오산천 산책로까지 걸었고, 역시나 반석산에서 발원하는 작은 여울 일대는 서늘했다.습한 공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서늘해서 그런지 여기를 지날 때마다 걷는 속도를 늦춰 잠시 더위를 식혔다.동네 한바퀴를 돌고 아이스 한 잔 뽀개러 가는 길에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한 지점에서 멈칫 했고, 뭔가 싶어 거기로 쳐다 보자 요 녀석이 바로 범인(?)이었다.내가 냥이를 좋아해서 그런가 몰라도 얌전한 렉돌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네 집사가 내가 아닌 걸 넌 다행으로 여겨!만약 내가 집사였다면 널 맨날 가만 두지 않을테니까, 뇬석아!

일상_20240606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안에 작은 것들은 끊임없이 변했다.병점과 동탄 도심 한가운데 구봉산-센트럴파크-반석산-여울공원으로 이어지는 공원은 가장 규모가 거대하여 변화에 둔감할 법하지만, 언제부턴가 산책로를 임시 폐쇄하여 오산천을 넘나드는 육교가 들어선다는 암시를 했었고, 임시 폐쇄 되었던 산책로의 개방과 동시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육교는 단순히 두 곳을 연결하는 가교에서 벗어나 유명 관광지에서 보던 전망대와 육교를 아우르는 거대 구조물이 들어서는 중이었다.그럼에도 여름은 틈틈이 파고들어 활기가 가득했고, 땀으로 흥건할지언정 기나긴 낮으로 되돌려줬다. 임시 폐쇄되었던 구간이 다시 개방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산책로에 접어 들었다.오산천을 넘는 육교가 들어설 자리에 단순 가교가 아닌 거대 구조물이 들..

일상_20240530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봄이 떠날 채비를 끝냈고, 여름이 고개 문턱을 넘었단다.연두빛 파랑이 찰랑이다 이제는 짙은 녹음 넘실거리며 그 생명의 활기를 만난 사이 등골에 땀이 맺혔다.장미가 탐스럽게 익은 걸 보면 확실히 여름 빛깔들이 물들기 시작한 거라 새로운 계절을 즐길 일만 남았다.한 달에 한 번 있는 머리 벌초하는 날.퇴근길에 동탄역 방면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고 전 정류장에 내려 치동천변을 따라 걷다 지그재그 데크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렇게 걷는 게 약 40분 가량이라 이제는 벌초를 위해 걷던 게 어느새 걷는 김에 벌초를 하는, 주객이 한참 전도되어 버렸다.도심 한가운데 꽃밭도 넓고 습지도 푸르다.같은 동탄인데 2신도시는 뭐든 간에 규모가 몇 곱절 거대했다.벌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산 오색시장까지 도보 여행_20240512

오산에서 동탄까지 왕복 2만보를 간신히 채웠음에도 보이는 봄의 전경들은 단조롭지 않고 이채로웠다.어느 하나 의식하지 않고 약속처럼 다가와 각양의 미모를 선보이는 봄꽃들, 그리고 들판에 홍수처럼 넘치는 봄기운에 뒤섞여 작은 소용돌이를 이루는 수많은 생명들의 조화가 어느 하나 낯설지 않으면서 어색하거나 무미건조하지 않고 제 역할에 충실했다.여기에서 획 하나 변형시켜 여름이라 해도 그 또한 어색하지 않은, 자연은 모서리 하나 없는 유연한 곡선이며, 끊김 없는 연속적인 이음에 틈틈이 향기를 숨겼다.거리 곳곳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화려한 꽃들로 치장되어 어느새 보는 사이 사진까지 찍게 되었다.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소유의 욕구, 그래서 이 아릿다움을 갈취하게 되면 범법자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폰카 속..

비 내리는 날, 아까시 향 가득한 산책_20240506

올해 마지막 향기 불꽃을 태우는 아카시는 강한 빗줄기에 진화되고, 그렇게 작별의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유난히 짙은 향을 명징한 기억으로 남겼지만, 유별나게 강한 봄비 속에 사라져가는 많은 봄의 흔적들은 그렇게 말끔히 잊혀져 버렸다.동탄에서 오산까지, 다시 오산에서 동탄으로 빗속을 걸으며, 아카시 향수를 맞는 행복, 괜히 청승이 아닌 삶에서 결핍에 대한 고찰이라 하겠다.봄비치곤 꽤 많은 양이 지속적으로 내렸지만 큰 우산 하나 들고 밖으로 나와 오산천변을 따라 오산으로 걸어갔다.자전거를 이용해 뻔질나게 다니긴 했어도 걸어서 오산까지는 처음이었는데 지난번처럼 아까시 향에 취해 처음으로 도전해봤다.특히 사랑밭 재활원 부근 수변엔 아까시나무가 많아 곧장 거기로 향했는데 굵은 빗줄기에 꽤 많은 꽃이 떨어졌다.금반..

아까시향 바람, 동탄_20240501

모처럼 동네 산책으로 10km 이상 걷기 도전.여느 해와 비교해 봐도 아까시향이 풍년이라 20km를 걸어도 입에 개거품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행복한 오감의 위력을 절감했다.아카시향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거기에 이팝을 비롯하여 각종 봄꽃들과 들판을 뚫고 나오는 신록이 더해져 국토종주를 해도 될 만큼 발자욱마다 희열도 넘치던 날이었다.아까시나무는 미국 원산의 콩목에 속하는 낙엽활엽수로 한국에서 흔히 부르는 아카시아는 사실 미국 원산의 이 아까시나무로, 호주 원산의 아카시아와는 다른 식물이다. 실제로 아까시나무에서는 하얀 꽃이 피고, 아카시아에서는 노란 꽃이 핀다.과거에 미국 원산의 이 나무(pseudoacacia)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아카시아'로 잘못 불리게 되었는데, 일본의 영향을 받았던 과거 한..

일상_20240421

불현듯 찾아왔다 말없이 가버린 그 계절, 그 시절.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소중했던 순간, 시간이었다.또한 그래서 기다리고, 가슴 열어 맞이한다. 오산천을 비롯하여 아직은 조성 중인 자라뫼공원에 전날 내린 비의 흔적에 휴일 여유가 내려앉았다.다시 오산천을 넘어 정갈한 가로수길을 걸었다.신록과 소생의 끌림은 비교적 강했기 때문이었다.걷는 사이 봄꽃에 마음이 휩쓸렸다.요즘 서울 중구나 동탄은 인도가 변신 중이었다.너른 인도 한가운데 소소한 정원을 조성하여 계절 색이 짙은 생명들이 뿌리를 내렸고, 바로 옆에서 걸음을 응원했다.수국이 벌써 핀 건가?아직 봄이란 말이야, 벌써 여름 생명이 얼굴을 내밀면 안 되지!정처 없이 걷다 오산 외삼미 저수지까지 걸었다.비와 구름이 뒤섞인 날씨도 때에 따라서 반가웠다.들판 민..

일상_20240328

시나브로 봄이 왔고, 그걸 뒤늦게 눈치챈 뒤에야 겸연쩍어 시선을 낮춰 그 컬러의 향기에 잠시 여유를 찾는다.벌써 이 들판의 존재들을 깨우고 있었음에도, 비가 내려 행여 흩어지고 달아날까 물방울 아래 가뒀음에도 뭐가 그리 건조한 삶을 추종한 건지 파릇하던 봄의 기대를 잊고 지냈다.그리 작은 프레임과 그 작은 세상에 가둬둔 내 삶을 이렇게 달래 보는 것도 그나마 좋은 방법 아니겠나.퇴근길에 동탄역 인근에 내려 이발하러 가는 길에 생소한 고수부지를 지나면서 개나리에 이끌리듯 데크로 향했고, 개나리 안내로 세상의 봄에 초대받았다.개나리 십장생처럼 공간에 스스로 갇히지 말라고.이발을 하고 나와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여울공원 봄소식이 무척 싱그러웠고, 특히나 만개를 시작한 목련과 그 꽃잎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