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40328

사려울 2024. 5. 30. 22:11

시나브로 봄이 왔고, 그걸 뒤늦게 눈치챈 뒤에야 겸연쩍어 시선을 낮춰 그 컬러의 향기에 잠시 여유를 찾는다.
벌써 이 들판의 존재들을 깨우고 있었음에도, 비가 내려 행여 흩어지고 달아날까 물방울 아래 가뒀음에도 뭐가 그리 건조한 삶을 추종한 건지 파릇하던 봄의 기대를 잊고 지냈다.
그리 작은 프레임과 그 작은 세상에 가둬둔 내 삶을 이렇게 달래 보는 것도 그나마 좋은 방법 아니겠나.

퇴근길에 동탄역 인근에 내려 이발하러 가는 길에 생소한 고수부지를 지나면서 개나리에 이끌리듯 데크로 향했고, 개나리 안내로 세상의 봄에 초대받았다.
개나리 십장생처럼 공간에 스스로 갇히지 말라고.

이발을 하고 나와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여울공원 봄소식이 무척 싱그러웠고, 특히나 만개를 시작한 목련과 그 꽃잎에 낮까지 내린 빗물이 맺혀 싱그러움을 증폭시켰다.
난 봄꽃을 무척 좋아하는데 어느샌가 그 좋아하는 것도 제대로 못 보며 시간을 멍하니 보낼 때가 많았다.

여울공원을 넘어 노작마을을 지나는 길에 산수유는 벌써 만개를 시작했다.
이렇게 기분 전환에 그만인 것을.
마치 츄르 두 개를 먹은 기분이었다.

깊은 겨울잠을 깨고 보니 동료들은 아직 깊은 잠에 빠진 영산홍의 머쓱타드한 상황.
이발을 빌미삼아 퇴근시간 산책은 꽤 짜릿했다.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_20240401  (0) 2024.06.15
냥이_20240328  (4) 2024.05.30
선 굵은 주말과 휴일 사이, 부산 기장 장례식장 조문_20240323  (0) 2024.05.30
냥이_20240322  (0) 2024.05.28
냥이_20240321  (0)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