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49

비 그친 여름 녹음, 독산성_20200801

바삐 달려온 폭우가 숨 고르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사이 동탄과 인접한 독산성을 올라 마음의 때를 훌훌 털어버린다. 연일 사위를 둘러싸던 비구름이 잠시 하늘로 오르자 세상도 모습을 배시시 드러내며 밝은 미소의 신록도 겸연 쩍어 서서히 고개 든다. 문명이 졸고 있는지 지나는 바람 소리에 치찰음은 들리지 않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텁텁함도 없다. 아담한 뒤뜰에서 철 없이 뛰어노는 냥이 가족의 발랄함에 문득 부러운 시선이 묻어난 걸 보면 무척이나 빈정대는 시선에 이골이 났나 보다. 산은 아무 말이 없다지만 때론 우매한 생각에 훈계와도 같은 일갈은 있다. 둘이 만나 하나의 안락한 접점을 이뤘다. 나풀거리는 개망초 군락 너머 세상은 그리 간결하지 않다. 행복한 가족의 품, 이 행복 오래 누리길. 무거운 정적의 보적사에..

도심의 작은 쉼터, 독산성_20200717

억겁 동안 세속을 향해 굽어 보는 나지막한 산에 둥지를 틀고 앉아 잠시 기댄 문명의 한 자락. 그 담벼락에 서서 흐르는 공기를 뺨으로 더듬어 본다. 마치 하나의 형제처럼 산성과 사찰은 나약한 의지를 위로하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많은 바램들을 몽롱한 목탁 소리로 바람처럼 흩날린다. 많은 시간을 버텨 왔지만 앞으로 맞이해야 할 시간의 파고가 미지의 세계를 가르는 두려움처럼 막연한 시련과 희열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의지의 등불이 꺼지지 않기를, 또한 자연의 포용이 변치 않기를 기대하는 포석 같다. 석양의 볕이 꺼지며 하나둘 밝혀지는 문명의 오색찬연한 등불이 특히나 아름다운 저녁이다. 도심에 둘러 쌓인 작은 녹지치곤 꽤나 멋지다. 사람들의 발걸음만큼이나 분주한 까치가 알싸한 데이트에 여념 없다. 독산성에 오르..

구례와 지리산을 마주한 오산 사성암_20200319

지리산 노고단과 섬진강, 사람들의 터전인 구례를 마주한 오산은 무릇 다른 산들이 질투할 만한 천리안을 빙의시켜준다. 텅 빈 사성암의 위태로운 벼랑 위에 서서 한눈에 모든 걸 구겨 넣듯, 그러면서도 과하지 않고, 여유와 여백을 멋들어지게 채워 넣은 구례 일대를 보는 사이 세찬 바람을 따라 시간도 금세 흘러가 버린다. 구례에 온 시기가 절묘했던 건 한동안 대기가 뿌옇게 흐리다 이날만큼은 대기가 깨끗하고 화창했다.-구례가 고향인 사우의 말에 의하면- 곡성 지인과 함께 구례로 다시 넘어와 사성암으로 안내한다. 구례에 오면 '고곳은 꼭 가봐야제'라며, 주말 휴일엔 산아래 셔틀버스만 이용 가능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때마침 평일이라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사성암까지 차량으로 통행이 가능했다. 막상 사성..

일상_20180129

홍천과 김제를 다녀온 후 차에 주인을 원망하듯 뽀얀 먼지가 소복히 쌓여 있다.새차를 한 게 얼마 만인지 기억에 나질 않아 마침 햇살 좋은 오후에 자동 세차 한 판 땡기고 물을 훔치고자 부근을 돌아 다니던 중 고속도로에 치여 존재 조차 모르고 있던 아주 자그마한 유적지 겸 공원에 들렀다.행정 구역상 오산이긴 하지만 동탄 옆이라 걸어서 가더라도 금새 당도할 만한 거리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에 휑한 바람 뿐이라 잠시 둘러 보며 시간의 흔적들을 자근히 유추해 본다. 북오산 나들목 옆 토끼굴을 지나면 뜬금 없는 장소에 크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공원이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때론 적막이 필요할 때 들리면 되겠구먼.오래 머무르지 않았지만 그 사이 가끔 지나치는 차량은 있어도 사람은 전무후무하다. 이 공원의 주인..

일상_20180917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로 햇살은 뜨겁고 대기는 덥다.햇살을 피한 응달은 시원하고 햇살이 내리 쬐이는 양지는 따갑다. 그럼에도 센트럴파크를 돌아다니다 습관처럼 카메라로 여기를 담아 두고 아주 오랜만에 세마대로 향했다. 세마대 보적사에 있는 익살맞은 불상들은 한결 같이 포동포동하다.사찰마다 불상이나 벽화의 특징들이 조금씩 차이 날 때가 있는데 그게 종파의 영향 때문일까? 아님 주지스님의 취향에 따라 다른걸까? 보통 세마대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보적사를 통한 산행이라 대부분 첫 전망은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살짝 자리를 옮겨 줌으로 당긴 것과 가장 넓은 화각으로 찍은 차이? 강아지들이 빼곡하다.이 사진을 찍는데 7세 정도된 한 아이가 이 강아지풀숲으로 뛰어들더니 한 손에 뭔가를 끼고 나오는데 뎁따시 큰..

일상_20180522

석가탄신일로 저녁 식사로 오산 매운 갈비찜. 비교적 푸짐한 양에 생각보다 맵지는 않다.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라 저녁에 급 매운 맛이 땡겼던 탓에 매운 갈비를 찾게 되었지만, 역시 네이버 블로그에 등록된 홍보 전문 블로거들에 대한 신뢰가 완전 무너졌다.일전에 병점 매운 갈비에 대해 극찬을 하던, 소위 맛집이라는 검색어를 날려 낚아 오는 녀석들은 한결 같이 협찬 의혹이 농후했기 때문에 등록된 리뷰를 훑어 보고 거의 공식화된 전철을 밟는 글들이 많을 경우 무조건 패스.허나 이날은 실패로 돌아가 글도 없고, 맛도 삐리리했다.

일상_20171102

한창 뻔질나게 타던 자전거 루트는 오산천을 따라 도심을 피해 질주(?)하기 좋은 구간이고, 차와 섞이는 구간이 거의 없어 안전하기도 하다.음악을 곁들여 자전거를 타는데 오고 가는 차량을 신경 써야 한다는 건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다.집중력이 흩어지면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체력적인 부담이 고스란히 뻗쳐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가을 아니랠까봐 주위 풍경과 활동 요건은 더할나위 없다.지나가는 시간이 안타까울 정도. 돌아오는 길에 오산천 뚝방 중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고지에 올라 섰다.여기에서 피자를 먹은 적도 있었다지~ 사랑밭재활원 부근 가로수들이 멋지다.동탄이 탄생하기 전부터 있던 조그마한 도로를 따라 이렇게 가로수가 이쁘게 자랐다. 본격적으로 동탄에 진입하면 좀 더 아기자기한 가을 풍경이 연출된다. ..

일상_20171021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즐기고 터질 것만 같은 배를 달래기 위해 가까운 세교신도시로 넘어갔다. 세교에서 가장 널찍하고 익숙한 곳이 고인돌 공원이라 야심한 밤도 잊고 커피 한 잔 겸 바로 넘어갔다. 너른 잔디 광장과 가을 요맘 때면 지천에 널린 갈대가 볼만한 고인돌 공원은 처음 이 도시가 생길 당시에 종종 왔었다.(세교신도시 가을 갈대밭) 이사 목적은 아니고 세마역이나 기분 전환이 맞겠다.언제나 성격이 밝고 유머 넘치는 매형이 움집 대문에서 익살스런 포즈.명절 이후 첫 저녁 식사라 많이도 포식 했고, 많이도 걸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