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37

기본기에 충실한 순대국, 영월 서부순대_20200204

영월에서 확실히 눈도장 찍은 곳은 영월시장 닭강정, 상동막국수와 더불어 확실한 삼각편대인 순대국밥 되시겠다.도사곡휴양림에서 나와 곧장 영월로 왔지만 아무리 정평난 어라연 여행도 속이 든든해야 지대로 감상하지 않겠나. 처음 들렀을 때는 불친절한 건 그렇다치더라도 반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한국말이 어눌한 사람이라 시간 문제를 갖고 조급하게 판단해서는 안될 거 같아 그냥 그러려니 넘기면 구수한 순대국이 바로 등장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양은 적지만 내용은 실한 순대국_20191023) 휴업이나 밤늦은 시각에 도착하면 이용할 수 없다는 걸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여기서 한 끼 정도는 뚝딱 해결한다.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드디어 만항재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와 주위 공원에 들러 삼삼오오 사진을 찍거나 먼길을 달려온 여독을 풀기 위해 쉬고 있었다.처음 들린 건 아니지만 2016년 가을에 한 번 들린 터라 낯설기는 마찬가지.(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대부분 사람들이 만항재에 잠시 들렀다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것 보면 최종 목적지가 아닌 거듭된 오르막에 잠시 쉬는 정도 같다.그들과 목적지가 확연히 달라 깊은 심호흡과 함께 산골 낮이 그리 길지 않은 걸 감안하여 지체하지 않고 하늘숲길로 향했다.가는 길이 매끈하게 보였지만 예상과 달리 비포장 노면이 그리 좋지 않아 프레임 SUV가 아닌 이상 속도 내기가 힘들어 천천히 길을 따라 전진했다. 만항재에 도착하면 간단..

만항재로 가는 숨겨진 가을_20191023

상동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원래 의도한 대로 상동을 지나 산으로 난 도로를 따라 다시 출발했다.상동은 언제나 마지막 여정의 반환점이었고, 그래서 상동에 도착할 즈음이면 언제나 해는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인데다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동네라 저녁이 일찍 찾아와 상동을 지나는 이 산길은 '언젠가'라는 막연한 여운만 남겨 뒀었는데 이번엔 영월에서 일찍 출발 했거니와 이른 오후 시간이라 막연한 계획을 실현시킬 확신이 생겼다.상동도 조용한데 상동 꼴두바위를 얼마 지나지 않자 인가는 전혀 없고 도로 양 옆 산줄기는 그 틈을 더욱 좁혔다. 이내 차선은 사라지고 오르막길은 가팔라져 이제는 산줄기 가운데가 아닌 산 언저리 포장된 길에 접어 들었고, 그와 함께 인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이 짙은 가을 숲 내음과 적막을 가르..

선명한 가을과 추억이 웅크리고 있는 곳, 상동_20191023

여행의 출발은 늘 솜털처럼 가볍고, 아이처럼 설렌다.영월 시장에서 나름 유명한 닭강정 하나를 옆에 낀 채 차창을 열고 매끈하게 뻗어 있는 88 지방도를 질주하자 가을 대기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그간의 시름을 잊게 해 준다.이 도로를 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건 도로 뿐만 아니라 남한강을 따라 곧게 펼쳐진 큰 계곡이 트여 있는데다 대부분 여행의 첫 걸음이자 길목이기 때문이다. 골짜기를 따라 번져가는 봄 풍경이 매력적이라 올 봄에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같은 자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한 적이 있었건만 막상 사진에서는 웅장한 느낌이 없어지네?(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다시 가던 길을 출발하여 고씨동굴을 지나면서 이내 골짜기 폭과 차로가 줄어들면서 계속되는 곡선길이 ..

금강산도 식후경, 양은 적지만 내용은 실한 순대국_20191023

22일 칼퇴 후 바로 영월로 직행, 도착했을 무렵 6시가 조금 넘었음에도 이미 어둑했고, 영월은 주중이라 그런지 한산했다.이번 여정은 상동을 거쳐 산길을 경유하여 만항재 하늘숲길 가을 정취를 느껴보고, 그 다음날은 영양 생태숲으로 세부적인 계획까지 감안한다면 동선이 꽤 길어 조금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뒤따랐다.그래도 한 달 전부터 벼르던 일이라 첫 여행의 출발점인 영월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재래시장으로 가서 든든한 식사로 순대국을 줍줍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줄곧 섭씨 10도를 웃돌다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라 체감 온도는 더욱 춥게 느껴져 몸이 잔뜩 움츠러 들었는지 따끈한 국물이 구미에 당겼고, 더불어 여기까지 왔는데 시장 음식은 필수 아니겠어!중앙 시장 인근에 주차하느라 동..

봉화에서 영월을 넘어_20190714

우구치 계곡을 경계로 경북 봉화와 강원 영월이 만나는데 이렇게 결정한 길이 생각보다 길고 험난 했다.가는 길은 멀고 고갯길은 이내 끝나 버릴 것처럼 평탄해지다 다시 급격 해지길 여러번 거듭되자 드디어 완만한 내리막길이 나오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도로의 컨디션을 떠나 원래 다니던 루트인 봉화-영주-제천-충주에 비해 훠얼씬 시간 소요가 많았다. 사진이 짬뽕 되어 버렸는데 여긴 행정 구역상 영월로 우구치를 넘어 급격한 내리막길이 완만해지는 작은 산골 마을 어귀였다.높고 구불구불하 고갯길을 넘자 풀리는 긴장처럼 작지만 멋진 산골 마을이 인상적이었다. 여긴 각화사 한 켠에서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의 진원지 중 하나로 깊은 수풀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곳이다.비가 내리긴 해도 약간 후덥지근한 날이라 이 소리가..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상동 가는 길_20190422

만경사를 거쳐 상동으로 가던 중 통과 의례로 거치게 되는 솔고개는 나도 모르게 주차를 하고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 천천히 오르게 된다.하루 종일 따가울 만큼 강렬한 햇살이 내리 쬐이며 그에 더해 힘겹게 오르던 솔고개를 넘어 서자 하나의 성취감과 더불어 단조롭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특이한 풍채에 반해서 마법의 덫에 걸린 양 끌려 가는게 아닐까? 솔고개의 주인공 소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면밀하게 살펴보면 세월의 굴곡이 무척이나 많이 패여 있다.한 해가 지나도록 뭐가 그리 달라 졌겠냐마는 자주 올 수 없는 길이라 변화를 찾는게 아닌 존재 과시에 안도한다. 솔고개 너머 단풍산은 여전히 아래를 굽이 살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산신령처럼 이 지역을 다스린다.늘 무고하게, 그리고 앞으로도 둥지처럼 평온하게 지키는 파..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첫 목적지 망경대산으로 가는 길은 곳곳에 도사리는 봄 물결이 발목을 붙들어 가는 길이 쉽지 않다.분명 몇 년 전에 비한다면 도로는 산을 뚫고, 강을 넘어 쉽사리 첩첩한 산골로 이어져 수월해 졌지만, 시선에 미련의 덫을 놓는 봄 운치로 체증이 심한 도로를 힘겹게 전진하는 품세다.이미 다음 봄을 기약하고 떠난 봄의 전령사들이 북녘으로 넘어 가기 전 이 골짜기에서 긴 여정을 위해 한숨을 고르며 쉬고 있나 보다. 영월 시내를 지나 남한강이 흐르는 협곡에서 양 옆 산세에 널려 있는 봄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어느 정도 달리다 고씨동굴 조금 못 간 지점 베리골 교차로 버스정류장에 잠시 차를 세워 놓고 사진 몇 장을 찍는데 햇살이 워찌나 따가운지 홀라당 익는 줄 알았다.전형적인 봄이라고 하기엔 약한 더위를..

영원히 만나지 못할 두 바위, 서강의 선돌_20190329

칠족령 칼 끝에서 신선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 곳은 영월 방면이다.정확한 목적지보다 저녁을 먹기 위해 영월 상동막국수를 찾던 길로 자차로 가장 먼저 정선을 방문하던 연당-평창 미탄-정선으로 이어지는 길의 반대 방향으로 되짚는 길이다.물론 옛 추억과 동행 하면서...사북-태백으로 이어지는 국도가 완공되고, 진부에서 정선으로 연결되는 길이 매끈해 지면서 더이상 찾지 않던 길인데 이참에 그 길을 따라 가면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한창 공사 중인 구간도 있고, 이미 매끈해진 길도 있지만 도로와 달리 마을은 고스란히 연결되어 있어 추억을 상기하기엔 문제가 없었고, 당시 구간과 다른 건 연당이 아닌 문곡에서 영월로 빠져 길을 따라 진행 했다.그렇게 가던 중 작은 고갯마루에서 '선돌'이라는 ..

칼끝 벼랑에 서다, 하늘벽 구름다리_20190217

전망대에 텐트를 쳐 놓고 크게 음악을 틀어 놓은 채 불륜 행각을 벌이던 사람들의 이기심에 기분이 '드그브자!'였지만 내 아까운 시간을 마냥 희생시킬 수 없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하늘벽 구름다리로 출발한다. 전망대에서 비집고 들어가 겨우 건진 사진을 확대해 보면 구름다리가 어렴풋이 보인다.물론 처음엔 저게 구름다리라고 생각도 못했고,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또한 사진엔 없지만 이정표 상에 전망대 0.1km가 하늘벽 구름다리 0.9km를 조금만 지나 전망대 바로 앞과 구름다리로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 상에는 구름다리가 0.5km 남았단다.실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고 이정표 수치를 봐도 안맞다.이 날 구름다리를 가며 사진을 찍는 도중 거기 가겠다고 어느 정도 가야 되는 건지 묻는 분이 계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