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37

낭만의 구름이 머무는 곳, 모운동_20210910

모운동 가는 길. 6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변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더보기 2015.10.20 - [일상에 대한 넋두리] - 사라진 탄광마을, 모운동_20150912 사라진 탄광마을, 모운동_20150912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과거 영화를 누리던 탄광마을이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잔해만 남아 언젠가 다시 그 영광을 꿈꾸고 있는 모운동이 새로운 거듭나기로 이쁘게 단장했 meta-roid.tistory.com 구불구불 길 따라가는 동안 망각이 아닌 잠시 기억 한 켠에 웅크리고 있었음에 놀랄 만큼 한치 망설임 없이 길을 찾아 마침내 초입에 우두커니 자리 잡은 손 때 묻은 '모운동'이라는 말에 정겹던 추억 또한 퇴색되지 않았다. 반가운 친구, 그립던 인연을 만나기 전의 두근..

안타까운 절경, 서강 선돌_20210304

함께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숙명에 구슬픈 서강 줄기는 말없이 흐른다. 어느덧 선돌 머리에 봄을 예고하는 전령사들만 분주할 뿐 여전히 그를 둘러싼 세상은 바람 소리만 사치로 들린다. 산수유 망울이 여차 하면 터질 기세다. 여차 하면 봄이 뿌리 내린다는 것. 양지바른 곳이라 주변을 세심히 둘러보면 봄소식을 품은 흔적들이 보인다. 영화 '가을로'에서 바로 이 구도로 나왔다. 바닥에 넙쭉 달라붙어 매일 조금씩 봄이 전해주는 기운을 영양 삼아 땅을 박차고 나온다. 만나려 해도 만날 수 없는 두 수직 바위는 갈망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숙명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 슬픔을 절경이라 부르고 감탄이라 되씹는다. 흥행하지 않았지만 소설로, 영화로 가을 매력을 흠뻑 발산한 교과서 같은 '가을로'에 살짝 언급되..

시선의 확장, 하늘숲길 화절령_20210228

꽃을 꺾던 나그네는 어디로 가고, 석탄을 나르던 둔탁한 소리는 언제 사라졌을까? 큰 고개 넘어 한숨을 돌려도 사방엔 첩첩산이 끝없는 선을 잇고, 어느새 오르막길에 대한 가쁜 숨이 송이송이 진달래처럼 피어나 감탄사가 되어 피로와 설움을 잊는다. 평지에서의 절망이 깊은 산중에서 희망이 되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왔건만 시간에 쫓긴 변화는 어느새 희망을 절망으로 변질시켜 버렸고, 거리와 빼곡하던 인가는 휑한 공허만 남아 깨진 소주병이 자욱하다. 삶의 시름도 태고의 역사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건만, 그 찰나의 통증은 그다지도 서슬 퍼런 여운이 사무치던가. 공허와 땀내만 남은 운탄고도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추파를 던진다. 2014년 이후 화절령은 처음 밟았다. 그 이후 몇 차례 올 기회가 있었지만 강원랜드에서 ..

떠나는 길의 쉼표, 상동과 솔고개_20201007

하늘숲길에서 빠져 나와 만항재를 넘어 숲길을 지나 상동으로 진입하기 전, 첫 인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잠시 멈춰 산자락이 복잡하게 엮인 상동을 향해 바라봤다. 조금 뜬금 없는 건 인가와 뚝 떨어진 자리에 쉼터가 있어 각종 운동기구들은 덩그러니 외면 받을만 했다. 하늘숲길 아래 고도가 조금 낮아진 곳이라 가을색이 확연히 옅긴 해도 짙은 녹음은 그 절정의 빛을 잃고 이 땅을 서둘러 떠나기 시작했다. 영월군 상동읍(上東邑)은 태백산맥의 중부 산간에 위치한 영월군의 읍이다. 면적은 139.5 km2이고, 인구는 2017년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1,157 명이다. 광산 취락으로 성장해 한때 인구가 4만 명을 넘었으나, 광산 채굴이 중단되면서 인구가 급속히 감소해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읍이다. [출처..

구름이 무거워진 하늘숲길, 돌아 오는 길_20201007

운탄고도의 또 다른 뜻은 구름 양탄자라.. 마치 머리 바로 위에 구름 양탄자가 가을을 따라 남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로 화절령 도롱이연못에서 잠시 쉬는 사이 북적대던 사람들마저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서둘러 왔던 길을 되밟으며 시야가 트인 남쪽 방향에 시선을 거의 고정시키다시피 했다. 아마도 화절령으로 연결되는 산길이 아닐까? 선로는 녹슬었지만 그 고단한 세월을 위로하는 꽃 한 다발이 말없이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가던 길에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던 백운산은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은 구름 속으로 그 모습을 감췄다. 지나던 다람쥐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는데 입을 자세히 보면 겨울 준비를 위한 식량이 한가득 들어 풍선처럼 잔뜩 부풀었다. 화절령 방면으로 갈 때와 달리 돌아갈 때엔 걷는 속도를 높여 시간..

가을 열매 설익은 하늘숲길, 화절령 가는 길_20201007

가을이면 달골 마냥 찾는 곳 중 하나가 정선 하늘숲길(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하얀 하늘숲길을 거닐다_20200203)로 고산지대에 조급한 가을과 더불어 눈앞에 첩첩이 펼쳐진 산능선의 미려한 행진곡이 멋진, 단순히 연결의 의미로 채워진 길이 아닌 감상의 의미가 가미된 길을 찾았다. 그 길을 나서기 전, 큼지막한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채우기 위해 아침 시간대 고한에서 동네를 둘러둘러 겨우 찾은 카페에서 듬직한 내용물을 담아 차로 총총히 가던 중에 만난 담벼락 아래 나팔꽃 무리들이 살랑이는 바람살에 나풀거렸다. 나팔꽃에 새겨진 별이 북극성처럼 갈 길을 잃지 마라고 토닥여 주는 걸까? 잠시 고개 숙여 환한 응원을 받았다. 6년 전에 밟았던 운탄..

여정의 단골 메뉴, 영월 순대국밥_20201006

정선 사북으로 가던 중 출출한 속을 채우기 위해 영월로 빠져 저녁을 때웠다. 서부시장 순대국밥집에 들어가자 퇴근 후 간단히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로 인해 식욕은 배가 되었다. 전체적인 양은 적은데 속고기는 푸짐한 영월 순대국밥집이다. 오후 6시반이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속은 채워야 스것지?

망경대산 휴양림에서 맞이하는 밤눈_20200204

송창식의 밤눈이 생각나는 강원도 오지의 눈. 서울에서 눈이 온다고 길 조심하라는 말에 믿기 힘들다는 듯 커튼을 열어젖히자 눈 올 기미조차 없더니 거짓말처럼 전화 끊고 이내 세찬 바람에 실린 눈발이 날린다. 호랭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밤눈은 양반 되기 글렀다. 아주 짧지만 강렬한 눈발이 날린 뒤 갈길 바쁜 나그네인 양 이내 그쳐 버렸다.

요람기를 반추하다, 거운분교_20200204

어라연을 다녀온 뒤 생각보다 넉넉한 시간을 활용해 잠시 들렀다 옛생각으로 회상에 젖었던 정겨운 교정. 정문에 들어서자 어릴 적엔 그토록 넓던 운동장이 어느샌가 손바닥만하게 느껴졌다. 원래 그 자리를 지키던 학교가 줄어들리 없으니 내가 인식하는 극치가 올랐다고 봐야겠지. 교문을 들어서서 좌측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어릴 적 주머니와 신발을 가득 채우던 모래밭이 나온다. 교문 우측에 넓고 편평한 자연석으로 된 벤치가 있다. 앉아 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몸을 맡긴 해 잠시 사색에 잠겼다. 평균대라고 하나? 올림픽 체조 선수를 따라 한답시고 많이도 깡총거렸던 평균대가 급격히 좁고 위태로워 보였다. 그 평균대의 쇠락처럼 하루도 쇠락하여 해가 잦아들며 뜨거운 석양이 마지막 혼신을 태우고, 이내 찾아올 시골 밤에..

깊이 숨은 보배, 영월 어라연_20200204

거두절미하고 영월 시내에서의 목적인 끼니를 해결한 뒤 곧장 시내를 빠져나와 마음에만 두고 있던 어라연으로 향했다. 제 집 드나들 듯 영월은 참으로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연고도, 지인도 전혀 없던 영월을 찾게 된 건 근래 몇 년 전부터의 인연인데, 물론 문화 컨텐츠의 파괴력을 익히 잘 알고 있어 영화 라디오스타를 통해 내겐 영월이 스타와도 같은 곳으로 실제 환상이 깨지는 사태를 겪고 싶지 않아 정선, 태백 가는 길에 필히 거치는 길목임에도 의도적으로 들리지 않아 환상의 신선도는 꽤나 오래 버텼다. 결국 영월에 목적을 두고 첫 발을 들인 건 2015년 가을부터 곳곳을 누비며 다녔고, 숨겨진 비경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정선으로 가는 길목이자 접근성이 좋아 큰 마음 먹지 않아도 이제는 만만한 싹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