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떠나는 길의 쉼표, 상동과 솔고개_20201007

사려울 2022. 12. 26. 21:46

하늘숲길에서 빠져 나와 만항재를 넘어 숲길을 지나 상동으로 진입하기 전, 첫 인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잠시 멈춰 산자락이 복잡하게 엮인 상동을 향해 바라봤다.

조금 뜬금 없는 건 인가와 뚝 떨어진 자리에 쉼터가 있어 각종 운동기구들은 덩그러니 외면 받을만 했다.

하늘숲길 아래 고도가 조금 낮아진 곳이라 가을색이 확연히 옅긴 해도 짙은 녹음은 그 절정의 빛을 잃고 이 땅을 서둘러 떠나기 시작했다.

영월군 상동읍(上東邑)은 태백산맥의 중부 산간에 위치한 영월군의 읍이다. 면적은 139.5 km2이고, 인구는 2017년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1,157 명이다.
광산 취락으로 성장해 한때 인구가 4만 명을 넘었으나, 광산 채굴이 중단되면서 인구가 급속히 감소해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읍이다.
[출처] 상동읍_위키백과
 

상동읍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상동읍(上東邑)은 태백산맥의 중부 산간에 위치한 영월군의 읍이다. 면적은 139.5 km2이고, 인구는 2017년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1,157 명이다. 광산 취락으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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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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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하고 역동적인 변화, 상동_20170916

흔적과 더불어 기억 또한 잊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상동을 찾고 뒤이어 밤이 되면 제천을 잠시 찾기로 했다. 상동에 오면 시간도 고갯마루를 넘기 힘들어 잠시 머무르는지 과거의 흔적을 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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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의 얼굴마담, 꼴두바우는 여느 설화처럼 구슬픈 사연이 녹아 저리 우뚝 서 있다.

꼴두바우 공원에 데크길은 비교적 온전히 보전되어 있었다.

매년마다 들러 이길을 걷지만 마치 강한 방부제 처리가 되어 그 모습과 빛깔을 잃지 않는 것만 같았다.

상동 버스터미널.

상동 시장길이었단다.

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그 많던 상동 사람들로 인해 얼마나 북적거렸을까?

몇 년 전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던 시계방은 어느 순간 문이 굳게 닫히고, 불이 꺼져 버렸다.

터미널 앞 광장.

상동에서 아주 잠깐 머물고 이내 솔고개로 떠났다.

언제나처럼 솔고개는 가던 길 멈춰 잠시 소나무 자태를 훑어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명소라, 또한 집으로 가기 위한 길목이라 먼길 떠나기 전 들르게 된다.

처음 정선으로 떠날 때 코로나19 걱정이 많았었는데 다행히 증상도 없었고, 새로 시작한 학업의 고된 일정과 도심 생활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던 때문인지 이틀 여행 덕분에 간극이 좁아진 심적 여유를 다시 되찾게 되어 홀가분하게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관문, 솔고개 소나무가 막장으로 향하는 수많은 생명의 넋두리였다면 이번엔 먼 여정을 떠난 여행자의 갑갑한 긴장을 풀어주는 안내자였다.

더불어 멋진 산세의 단풍산은 그런 세속의 토속신이라 칭해도 충분했다.

한 때 번영했던 마을은 광산의 쇠퇴와 함께 뿔뿔이 흩어져 이제는 천 여명 남짓 남아 동네 곳곳은 옛흔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몇 년 전부터 꽃길이 조성되고, 건물 외벽엔 그림이 들어서 새로운 생명이 꿈틀 거렸다.

다른 지역에서 대부분 벚꽃잎이 떨어질 즈음에 꽃망울이 만개하고, 가을이 찾아들 무렵에 절정의 가을을 만날 수 있어 봄과 가을의 매력을 두 번 즐기고 싶다면 상동 일대를 찾으면 된다.

과거라는 디딤돌이 있기에 현재라는 실상이 있듯 전국 각지 고난의 흔적은 현재 대한민국의 초상이 되고, 과거 흔적이 가장 고스란히 남은 곳 중 하나가 상동이다.

거대한 협곡과도 같은 지형에 둘러싸여 인가는 길가에 길게 늘어서 있고, 즐비한 인가에 비해 거리는 지독히도 적막하다.

언제부턴가 텅 빈 집터와 무너져 내린 집들, 퇴색한 간판은 변화로 꿈틀대며 친숙한 문화가 들어차 조금씩 활기가 태동하고, 지나던 차량의 둔탁한 엔진소리가 반갑던 시절을 지나 제법 오고 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남긴 건 남겨둔 채 떠난 흔적에 들어차기 시작하는 온기를 도화선 삼아 시간은 잃어 버릴 지언정 웃음 소리는 다시 넘치길, 모든 지난 이야기들이 시간에 떠밀릴 때 지금이라도 남은 이야기가 자아내는 회상의 기쁨도 공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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