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로 가는 길에 약속처럼 들른 꼴두바우는 구름도 쉬어가는 평온과 시간의 쉼터다.
먼 길 달려온 피로와 허기를 달래며 가을하늘을 이고 있는 바위의 고뇌를 바라보다 문득 솔고개처럼 승화된 슬픔을 미소로 화답하는 첫인상에서 잠시 한숨 돌리길 잘했다는 위안으로 다독인다.
이 바위에 가을이 물들어 풍류의 향기를 더듬으며 다시 가던 길 재촉한다.
꼴뚜바위? 꼴뚜바우? 꼴두바우?
사람도, 구름도 쉬어가는 깊은 계곡 마을은 시간이 지날수록 잠재된 소박함이 단물처럼 배어 나온다.
만항재 가는 길에 급히 몸을 숨기는 꼬물이가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냥이다.
얼른 자리를 피하지만 멀리 도망가지 않고, 깊은 산중에 언뜻 품종묘인 걸 보니 필시 누군가 지나는 길에 인적이 없는 곳을 골라 유기한 게 분명하다.
일말의 양심이 있어 인적이 없는 곳을 골라서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딱 이 경우 같은데 때마침 쟁여둔 밥이 넉넉해 녀석이 보이는 자리에 밥을 두긴 했지만 떠나는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사람 손에서 자란 녀석이 이런 깊은 산중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가까이서 봤을 때는 페르시안이나 터키시 앙고라 같았다.
비록 털에 땟자국이 있어 회색처럼 보였으나 분명 하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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