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시선의 확장, 하늘숲길 화절령_20210228

사려울 2023. 1. 17. 04:33

꽃을 꺾던 나그네는 어디로 가고, 석탄을 나르던 둔탁한 소리는 언제 사라졌을까?
큰 고개 넘어 한숨을 돌려도 사방엔 첩첩산이 끝없는 선을 잇고, 어느새 오르막길에 대한 가쁜 숨이 송이송이 진달래처럼 피어나 감탄사가 되어 피로와 설움을 잊는다.
평지에서의 절망이 깊은 산중에서 희망이 되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왔건만
시간에 쫓긴 변화는 어느새 희망을 절망으로 변질시켜 버렸고,
거리와 빼곡하던 인가는 휑한 공허만 남아 깨진 소주병이 자욱하다.
삶의 시름도 태고의 역사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건만, 그 찰나의 통증은 그다지도 서슬 퍼런 여운이 사무치던가.
공허와 땀내만 남은 운탄고도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추파를 던진다.

2014년 이후 화절령은 처음 밟았다.

그 이후 몇 차례 올 기회가 있었지만 강원랜드에서 옆길로 새는 화절령길이 만추만 되어도 비탈길이 얼어붙는 바람에 위험천만해서 되돌아가기 일쑤였고, 하이캐슬 콘도는 어느 순간부터 회사 복지 프로그램에 빠져 있어 의지조차 잊어버렸던 게 아니었나 싶다.

하긴 거기서도 도보로 만만한 거리는 아니었는데 하늘숲길을 여정에 끼워 넣어 이참에 차를 몰고 올라왔고 다행히 하이캐슬 뒷쪽 화절령 거의 근접한 공터까지는 차량 통행이 가능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어딘가 싶어 주차를 해놓고 도보로 오르는데 다른 차량이 영월로 넘어가는 길이 있는가 물어봐서 길 따라 화절령을 넘으면 된다는 말에 헤어졌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왔다.

군데군데 빙판길이라 미끄러워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포기하고 차를 돌렸단다.

그냥 밑에 주차하길 잘했다.

화절령으로 걸어가던 중 왜 미끄러운지 알 것 같았는데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한 빙판길과 질펀한 진흙탕길을 피해 무사히 도착했다.

화절령에 한무리 멋진 전나무숲.

지난번 하이원 팰리스호텔에서 출발해 도롱이 연못 일대까지 왔었던 길.

내린 눈들이 쌓이고 얼어 완전 빙판길이 되어 버렸다.

밟은 적 없는 새비재 방면 길을 선택했다.

다행인 건 여전한 추위로 비교적 대기가 맑고, 코로나19로 서쪽에 위치한 중국에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미세 먼지 농도가 약해 서풍의 오염도가 낮았다.

엽기적인 그녀로 유명해진 타임캡슐 공원 부근 새비재까지는 편도 17km가 넘기 때문에 어렵고 중간 위치 정도 되는 두위봉 부근까지 목표로 잡고 의기양양 출발했다.

작은 언덕이 남쪽을 등지고 있어 눈이 그대로 쌓였다.

호기심에 언덕을 올라가 보자.

거대한 전망에 감탄사도 잊은 채 서 있었다.

하이원탑과 그 너머 백운산 정상까지 막힘 없이 보였고, 능선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리프트의 가지런한 행렬도 또렷했다.

백두대간의 장엄함을 알 수 있는 찐 전망대였다.

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시선만 조금 좌측으로 돌리면 숨 고르던 화절령도 보였다.

멀리서 보면 왜 고갯길인지 알 수 있다.

전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어울린 화절령에 진달래 만발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멀리 태백 매봉산 선풍기와 바람의 언덕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아이폰의 초광각으로도 모두 담지 못하는 광활함을 단숨에 마주한 기분이란...

사실 정선으로 출발 전 회사에서 기가 막히는 이슈가 좀 있었고, 그게 잡념의 꼬리를 단단히 물어 떼어낼 방법을 찾았건만 순간 꼬리며 앙금까지 모두 공중분해해 버렸다.

다시 새비재 방향으로 출발, 얼마 가지 않아 이런 쉼터가 있었다.

쉼터 지키미.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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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쪽 매봉산과 선바우산, 단풍산이 시선의 동일한 곡선상에 있었다.

큰바위 얼굴들이 모인 걸까, 아님 신선들이 잠시 쉬고 있는 걸까?

마치 산중턱에 가부좌를 틀고 쉬고 있는 것 같다.

화절령까지 1.5km, 새비재까지 15.1km 거리란다.

마음은 새비재로 떠나 보내고 걸음은 뒤따라 가야겠다.

하늘숲길이 함백산, 백운산, 두위봉 등 일련의 산줄기 남쪽에 걸쳐 있어서 양지 바른 곳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눈 녹은 곳이 많긴 해도 중간중간 나무 그늘이나 산자락에 가려진 곳은 이렇게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은 곳도 많았다.

화절령에서 출발한 지 약 4km 정도 걸었을 무렵 길 옆에 이렇게 멧돼지가 땅을 긁어 놓은 흔적이 있었다.

오래 되지 않은 흔적이라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심조심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자세히 보면 산중턱에 이런 재단 같은 모양의 바위와 바로 옆에 멋진 나무가 있었다.

신선이 내려와 잠시 쉬고 가는 쉼터일까?

백두대간의 산세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런 미려한 선이 있어 감탄하게 된다.

올 때 지나왔던 쉼터.

화절령이 가까워져 어느 정도 긴장된 마음을 풀고 앞서 봤던 멋진 찐 전망대에서 충분히 즐기지 못한 전망을 즐겼다.

화절령에서 에너지 보충한 뒤 역시나 주차를 해놓은 공터로 내려갔다.

과거 탄광을 말해 주듯 흙이 꽤 검다.

공터에서 오르다 보면 두 갈래 갈림길이 있는데 물론 하늘숲길에서 만나긴 하나 하나는 만항재 방향 도롱이 연못길, 하나는 앞서 이용한 새비재 가는 길로 예전 탄광이 번창하던 시절에 닦여진 길이란 공통점이 있다.

화절령길로 주행하여 강원랜드 근접할 무렵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도로 초입이 음지라 당연히 내린 눈도 잘 녹지 않거니와 잠시 녹은 눈도 저녁이 되면 얼기 일쑤라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이 길을 이용해서 주행하는 건 쉽지 않다.

이번엔 운이 좋은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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