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구름이 무거워진 하늘숲길, 돌아 오는 길_20201007

사려울 2022. 12. 26. 21:42

운탄고도의 또 다른 뜻은 구름 양탄자라.. 마치 머리 바로 위에 구름 양탄자가 가을을 따라 남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로 화절령 도롱이연못에서 잠시 쉬는 사이 북적대던 사람들마저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서둘러 왔던 길을 되밟으며 시야가 트인 남쪽 방향에 시선을 거의 고정시키다시피 했다.

아마도 화절령으로 연결되는 산길이 아닐까?

선로는 녹슬었지만 그 고단한 세월을 위로하는 꽃 한 다발이 말없이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가던 길에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던 백운산은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은 구름 속으로 그 모습을 감췄다.

지나던 다람쥐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는데 입을 자세히 보면 겨울 준비를 위한 식량이 한가득 들어 풍선처럼 잔뜩 부풀었다.

화절령 방면으로 갈 때와 달리 돌아갈 때엔 걷는 속도를 높여 시간을 줄였고, 가끔 지나쳤던 가을 흔적들이 있다면 걸음걸이를 살짝 늦출 뿐 멈추지는 않았다.

올 초 하늘숲길을 찾았을 때 백운산 전망대길로 귀띔해 줬던 지도를 다시 만났고, 괜히 반가웠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지역이라 산세는 하나같이 거대하고 끝날 줄 모른다.

방아나물.

길 옆 작은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거의 도착, 만항재로 가는 갈림길에서 멈춰 서서 거대한 협곡 같은 상동 부근 산길에서 화끈거리는 발에 휴식을 줬다.

몰려든 구름을 스쳐 미세한 빛내림이 연출되는데 가만히 앉아 일대를 감상한 것만으로도 시간은 훌쩍 지나버렸다.

아쉬움에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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