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13

광주_20170923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 숙박을 보던 중 예나 지금이나 유명한 숙박 브랜드는 볼모지 같다.그나마 라마다호텔이 평도 괜춘하고 위치도 상무지구 요지에 있어 이틀 예약했지.눈에 보이는 건물 측면에 객실을 배정 받았는데 한 면이 완전 통유리에 버티컬로 가려져 바깥에서 안을 본다면 아슬아슬하게 보일 수도 있겠더군.대낮이나 야경 보기엔 안성맞춤이지만 기분은 까리뽕 하기도 하고 거시기 하기도 했다.그래도 상무지구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먹을 거리, 구경거리 걱정 안해도 되것소. 전날 정신 없이 잠을 청하고 이튿날 내 기준으로 조금 일찍 일어나 렌트카 회사로 출발하며 기념으로 한 장 찍어뒀는데 그나마 광주에서 적당히 넓직하며 깔끔한 객실 아닌가 싶다.각설하고!!!이제 먼 길을 떠나려는데 여기서 겁나 지체해서 쓰..

광주행 열차_20170922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축지법을 써 서울역으로 날아갔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전남 광주, 화순, 담양 일대.서울역에서 광주 송정역으로 출발하는 열차가 있어 일찌감치 예약, 빠듯한 시간에 앞만 보며 뛰다시피 잰걸음으로 도착하자 몇 분 여유가 있다. 얼마만의 호남 나들이인가?올 초여름 이후 약 3개월 만인데 겁나 오래 지난 것 같다.KTX에 자리를 잡자 밑도 끝도 없이 몰려 오던 졸음에 떠밀려 정신 없이 한잠 때리고 일어나 보니 정읍역을 지나 멀리 소소한 야경이 보이고, 앉아 있는 정면엔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화순 동복호가 있었다.등잔 밑이 어두운 벱이여~설레는 기분을 다잡느라 막상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청풍호처럼 흘러간다_20170917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될 하루의 아침엔 무거운 발길을 끌어 붙잡는 가을 하늘이 세상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하루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거지만 '어떻게 보냈는가'를 동력의 원료로 하여 '얼마나 만족 하였는가'라는 최종 결과에 따라 극단적인 기분이 표출되는 게 아니겠나.언제나처럼 거대한 호수에 또 하나의 하늘이 펼쳐져 있고, 물결은 거울처럼 다소곳 하기만 한 청풍호를 뒤로 한 채 하늘에 구름이 미끄러지듯 고속도로를 살팡살팡 달려 보금자리로 왔다.

화사하고 역동적인 변화, 상동_20170916

흔적과 더불어 기억 또한 잊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상동을 찾고 뒤이어 밤이 되면 제천을 잠시 찾기로 했다. 상동에 오면 시간도 고갯마루를 넘기 힘들어 잠시 머무르는지 과거의 흔적을 한 걸음 늦게 지우고, 지워지기 전 남아 있는 그 흔적들에 대한 호기심과 흩어지려는 기억을 다시 추스리기 위함이었다. 시기적으로 완연한 가을이 내려 앉기 전이라 여전히 여름 색채가 강했지만 미묘하고 사소한 변화는 여름조차 막을 수 없는 순응이었는지 미세한 가을 파동은 조금만 주시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

솔고개를 지나다_20170916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래서 무심코 넘겨 버릴 수 있는 여행의 길목에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자연은 식상해 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동네 인도 주변에 아무렇게나 태동하는 자연의 터전조차 계절까지 넓게 잡지 않고 하루를 비교해 보더라도 신선한 일상의 한 단면 같아 소소한 변화에도 급한대로 폰카를 이용해 담아 둔다.2년 전 방문했던 상동은 길목 켠켠이 쌓여 있던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차에서 내려 첫발을 내딛는 순간 내 기억의 의심이 기우인 양 정겨움이 생생하게 되살아 나며 마치 옆 동네를 방문하는 듯 친근한 착각에도 빠졌다. 가는 길에 마주치는 자연에선 아직 가을을 느낄 수 없고,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자리를 잡은 여름이 좀처럼 떠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상동으로 가는 길목에 항상..

가을 여행의 첫날_20170915

여행의 첫 날?이지만 숙소로 잡은 청풍리조트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11시를 살짝 넘어 첫 날의 의미는 무색했다.앞 전 회사 복지프로그램으로 예약한 사례가 종종 있어 의례히 레이크호텔로 알고 도착했지만 호텔 뒷편 언덕에 자리 잡은 힐하우스 콘도미니엄이란다.사실 난 청풍호에 붙어 있는 레이크호텔이 좋은데.(겨울 청풍호의 매력_20150214, 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 사라진 탄광마을, 모운동_20150912, 가을이 오는 청풍호_20150913)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이 떡! 버티고 있고 널찍한 방이 하나 딸려 있는, 매끈하게 리모델링한 힐하우스는 사실 레이크호텔과는 달리 콘도미니엄이라 가족 또는 2인 이상의 동행자가 있을 때 어울리는 컨셉이라 2박 지내는 동안 좀 썰렁하긴 했다.여전히..

봄의 절정에서 호수를 품다, 두나_20170410

숙소로 잡아 놓은 휴양림 통나무집으로 돌아와 오마니께서 손주를 데리고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난 10년 만에 찾은 계명산 휴양림 숲길을 걸으며 해가 지기 전 잽싸게 사진 몇 컷을 찍기로 했다.할머니께 터지기 시작한 말 문에 굳이 찬물 끼얹을 필요도 없고 가끔 가는 여행에 대한 피로도가 일찍 쌓여서 두 분을 두고 혼자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가을 하늘 만큼 높고 청명하던 충주의 하늘은 마치 호수를 마주 보고 펼쳐 놓은 바다인 양 깊고 드넓었다.안타까움이라면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서둘러 계명산 숲길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떨어진 콩고물 찾는 사람처럼 두리번 거리며 비탈진 산으로 향했다.계명산 휴양림 숲길은 10여년 만에 왔건만 통나무집은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산책로는 완전 달라졌다.(..

작은 동그라미의 꿈, 뱅앤올룹슨 A1

2016년 5월 말에 선택한 베오플레이 A1은 넘사벽 가격과 드자인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B&O, 일명 뱅앤올룹슨의 엔트리-라고는 하지만 가격은 첫 출시 때 한화 40만원에 육박했다-에 해당되는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로 소리도 정평이 나 있던 친구였다.당시 비슷한 용도로 보스 사운드링크 미니와 하만카돈 에스콰이어 미니, UE Boom을 사용 중이라 구입 전 고민이 많았었는데 굳이 이 친구를 선택한 건 휴대성과 출력을 어느 정도 충족했기에 가능했다. 풍채 늠름한 A1은 요따구로 가죽 스트랩이 있어 걸면 걸린다(많이 들어 본 문구?)광고나 블로거들의 포스트를 보면 카라비너로 가방에 걸어서 다니는 사진을 많이 봤는데 실제 그렇게 했다가 줏대 없이 덜렁이면서 요리조리 돌아가 들리는 소리가 균일하지 않았고 은근 음..

설 익은 가을을 떠나며_20161016

시간은 참 야속하다.집착의 조바심을 드러내며 붙잡으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물처럼 비웃듯 더 빨리 빠져 나가 버리곤 조소를 띄우는 것만 같다.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듯이 멍하니 멀어지는 시간을 쳐다 보는 사이 일행도 헤어지고 서서히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안타까움은 집이 싫어서 라기 보다는 쉽지 않은 기회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싫음이다.그 어느 누구도 단잠의 달콤함을 마다 하겠는가?하늘에선 짠 한 감성을 자극하는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작년 기억을 상기 시켜 보겠노라고 불영계곡의 둘러 가는 방법을 택해 강을 거스러 오르는 힘찬 연어처럼-어디서 많이 들어 본 제목인디?- 계곡의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이전에 지나며 들렀던 가을에 비해 확실히 덜 익어 신록..

깊은 밤의 청승_20161015

태백에서 저녁을 해치우고 또다시 앞만 보며 달려 오기를, 통리역-동활계곡(지루할 만큼 겁나 길고 깊은 계곡)-삼척 호산을 거쳐 삼척과 울진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을 들렀다.(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2015년 가을에 삼척을 왔던 차, 잠시 들렀던 그 깔쌈하고 조용한 기억이 남아 어차피 지나는 길이겠거니 싶어 아예 일정으로 넣어 버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착해서 한참 있다 떠날 무렵에 만난 차 한 대와 그 차에 실려온 두 명의 사람이 유일한 객이었다.작고 단순한 공원치곤 그 구성이 매우 독특한 도화공원은 공원 자체가 특이하다기 보단 그 주위에 등고차가 심한 지형을 당당하게 뚫고 도드라지게 솟은 작은 봉우리 형세라 까마득한 아래의 풍경부터 여러 산 너머에 펼쳐진 동해 바다까지 볼 수 있어 여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