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깊은 밤의 청승_20161015

사려울 2017. 3. 24. 01:32

태백에서 저녁을 해치우고 또다시 앞만 보며 달려 오기를, 통리역-동활계곡(지루할 만큼 겁나 길고 깊은 계곡)-삼척 호산을 거쳐 삼척과 울진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을 들렀다.(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2015년 가을에 삼척을 왔던 차, 잠시 들렀던 그 깔쌈하고 조용한 기억이 남아 어차피 지나는 길이겠거니 싶어 아예 일정으로 넣어 버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착해서 한참 있다 떠날 무렵에 만난 차 한 대와 그 차에 실려온 두 명의 사람이 유일한 객이었다.

작고 단순한 공원치곤 그 구성이 매우 독특한 도화공원은 공원 자체가 특이하다기 보단 그 주위에 등고차가 심한 지형을 당당하게 뚫고 도드라지게 솟은 작은 봉우리 형세라 까마득한 아래의 풍경부터 여러 산 너머에 펼쳐진 동해 바다까지 볼 수 있어 여타 공원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공원하면 개성적인 조경이나 빼어난 경치를 벗삼고 있는게 대부분인데 여긴 개성적이지도, 주위 풍광이 빼어나지도 않음에도 단순하다고 볼 수 없고 자연이 만들어 놓은 특이한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케이스라 왠지 여기 있으면 편안한 기분은 덤이라 할 수 있겠다.



윗 공원과 아랫 공원으로 나눠져 있다면 계단을 내려와 아랫 공원의 벤치에 앉아 윗 공원을 바라 보면 공원 가로등의 환한 불빛에 팔각정을 비롯하여 실루엣만 보인다.

물론 여기서도 음악이 빠질 수 있을 소냐!



점점 당기면서 찍어 보면 그 실루엣에서 특징을 알 수 있을꼬나?



이건 왜 초점이 안 맞지?

그래도 다녀온 만족감이 가장 중요하니까 이런 사진이라도 올려 놓아야지.

10시가 좀 넘도록 거의 한 시간을 앉아 노닥거렸는데 오지의 텅빈 공원에서 크게 음악을 틀어 놓고 가을 밤바람을 맞는 기분이 어떤지 알랑가?

그 알맞은 날씨만으로도 기분이 업 되는데 가을에, 멋진 경치-밤이라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에, 듣기 좋은 음악에, 거의 일 년여 동안 처음으로 같이 떠나는 동지들과의 여행에, 뱃속은 한우 기름으로 채워졌고 손엔 식지 않은 커피가 들려져 있고 어느 민가에서 태우는 뗄감과 낙엽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히고 잠시 후 너른 콘도에 들어가 모처럼의 알콜 파티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시간이 그냥 멈춰 버렸으면 좋을 거 같은 여행 중의 가을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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