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일상_20200608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건강 검진은 강제성이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종합 검진이라 사람들이 몰리는 하반기를 피해 일찌감치 받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 아주대병원과 삼성병원 수원센터가 있던데 후자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위내시경에선 대기 시간이 꽤 길었지만, 앉은 자리에서 한 번 졸고 일어나자 차례가 다가왔다. 대체적으로 깨끗하고 정갈한 시설보다 더욱 인상 깊었던 건 40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광교와 영통 일대의 전경이다. 심지어 동탄까지 보인다. 검진 결과는 2주 정도 지나서 나오겠지만 스스로 주문을 외자. 별일 없을 거야~!! 광교 초입에 위치한 건진센터라 창 너머 정갈한 광교가 펼쳐진다. 멀리 동탄도 보인다. 오전 일찍 건강 검진을 시작했고, 수면 내시경이 끝날 무렵엔 정오가 가까워질 정도로 꽤나..

초여름 정취에 취한 들판, 여주_20200607

여주 벌판을 뒤덮은 계절의 정취를 보면 봄과 확연히 다른 여름이 보인다. 묘하게도 난감할 것만 같은 계절은 추억을 남기며, 붙잡고 싶은 미련은 떨칠 수 없는데 앞선 편견으로 나래도 제대로 펼치지 않은 계절에 대해 가혹한 질곡을 씌워 버린다. 후회에 길들여지기 싫어 무심한 일상도 감사하려는 습관은 절실하다. 길들여진 습관을 탈피하기 힘들어 그 위에 호연한 습관을 덧씌울 수밖에. 단조롭지 않고 세월의 굴곡 마냥 들쑥날쑥한 벌판에 한발 앞서 여름이 자리 잡았다. 석양을 등진 흔한 마을길에, 흔한 마을을 지키는 각별한 나무. 석양이 뉘엿뉘엿 서녘으로 힘겹게 넘어간다. 여름의 햇살이라 하늘과 세상 모두를 태울 기세다. 고추 모종이 결실의 꿈을 품고 무럭무럭 자란다. 감자꽃이 뾰로통 피어 올 한 해 거듭 나기가 쉽..

냥이_20200606

살다 살다 이런 애교 많은 냥이 처음 본다. 한국말이 가진 어감에 딱 들어맞는 말, 양념 같은 우스갯소리를 조금 섞자면 잔망스러운 냥이라 하겠다. 어느 가족이라도 비교적 오래 보이지 않으면 방에 기다리는 살가움이란... 때론 어미 없이 자란 동정과 측은까지 불러일으키는데 가족 왈 "간식 달라고 나지막이 부르는 소리와 사람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모습에 때론 눈물 난다." 그래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노라면 스스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는 순수함이 반갑다. 하루 종일 낮잠 잘 때 빼곤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가족이라 인지한다는 방증 같다. 테이블에선 꼭 자리 하나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고, 대화를 할라 치면 꼭 고개를 내밀어 일일이 지켜보며, 사람 음식엔 관심 없다. 그러다 ..

일상_20200605

새로운 밥이 왔다. 원래 캐닌 키튼+헤어볼케어를 같은 비율로 섞어 울 냥이와 동네냥이들 먹였는데 키튼-물론 시기도 살짝 맞지 않는다-이 떨어지고, 가장 베이직한 피트 10kg짜리와 비교적 중간 가격대의 국산 제품을 섞었더니 더 잘 먹는다. 울 냥이도, 동네냥이들도 좀 더 맛나게 먹는 느낌이라 피트, 헤어볼케어, 국산 비율을 4:1:5로 레시피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점점 녀석들이 내가 온 걸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모여드는 데다 가까이 그릇을 둬도 경계심이 부쩍 줄어 큰 망설임 없이 그릇으로 모인다. 내가 이뻐하는 녀석은 늘 뒤늦게 오는 바람에 제대로 못 먹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더 친해지길 기다려야 된다. 냥마을에서 처음으로 내게 다가와 몸을 문지르고 간 얼룩이는 넋살도 좋거니와 식사도 치즈 얼..

냥이_20200604

캣타워에서 유유자적하는 시간이 늘어나 이제는 수시로, 시도 때도 없이 즐긴다. 처음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급기야 뻗기 까지. 비록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한 자리에서의 시간이 이렇게 엮인다. 껌딱지라 무턱대고 한 자리 차지하는 녀석이 식사 시간이 끝날 때까지 졸고 있다. 그러다 식사가 끝나 모두 흩어지면 녀석은 재미난 놀이 마냥 캣타워로 자리를 옮긴다. 회사 사우가 마련해준 캣타워는 설치와 동시에 녀석이 바로 애용하던 장소 중 하나다. 처음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는 눈꺼풀이 야속하다. 포도젤리와 모시주머니. 처음엔 모시주머니도 모르고 배에 물풍선이 달려 있다고 병원에 곧장 데려갔었다. 이걸 처음 본 수의사쌤이 씩! 웃으며, 정상적인 냥들..

케냐AA_20190823

아이스 하면 케냐AA가 거의 내 입맛이다.과하게 톡 쏘지 않으면서 흙 내음? 꽃 내음?이 끝 여운으로 남고, 그러면서 깔끔하게 떨어진다.흔히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로 아이스 단골 손님이기도 한데 이거 맛 들이고 나면 콜롬비아 수프리모가 지나치게 무겁고 부담스럽다.맥컬티 제품 1kg 짜리 2개를 구입하면 한 달 조금 더 먹는데 여주 다녀와서 집에 들어오자 마자 샷3개 내려 마시자 뭔가 풀리지 않던 숙원이 해갈되는 기분이다.

일상_20190831

8월의 마지막 여명에 이글거리던 여름의 암흑이 걷히고 가슴 속에 품어 두었던 그윽한 설렘을 풀어 본다.1년 전 여름에 비해 그리 냉혹하지 않았다고 한들 사람은 늘 순간에 마음을 졸이며 과거의 지나간 고난을 잊어 버린다.경험이 조언은 해줄 지언정 선택은 현재의 몫이자 그 선택 또한 고난의 시작이며, 행복의 과실이기도 하다.이런 자연의 장관에 잠시 넋 놓고 감동을 해 본 8월의 마지막 날,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