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132

때론 포근하게, 때론 강렬하게, 파크로쉬_20220316

일 년에 한 번은 꼭 오게 되는 정선, 그중에서도 파크로쉬 또한 꼭 들러 지친 여정을 털어내기엔 적절하고 편안한 베이스캠프가 되어 버렸다. 휴식이라는 컨셉에 걸맞게 사물들 사이에 배치된 여유와 뒤뜰에 추구된 쉼터, 게다가 여기를 찾는 사람들 또한 거기에 맞춰 느림의 보폭으로 추억의 돌탑을 쌓는다. 석탄이 부르는 음악소리에 한껏 춤을 추는 모닥불이 그리웠는지 한참을 앉아 춤사위 공연에 심취하는 동안 밤은 깊어 달무리가 시선의 이불을 펼친다.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러갔다.토 요일 저녁이라 차가 많을 법도 하지만 진부를 벗 meta-roid.tistory.com 두 ..

경적 소리도 떠나버린 간이역, 선평역_20220316

느림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곳이 간이역이다. 곡선과 느린 열차, 공허함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꽃다발이 되고, 강렬한 향수가 된다. 과거엔 설렘을 약속했지만 이제는 잊혀짐을 약속하는 곳, 정선으로 가는 길에 졸고 있는 간이역을 찾아 잠시 그 향취에 시간을 표류했다. 더불어 이름까지 아름다운 간이역을 되뇌어 여정에 뿌려진 향취를 선물 받았다. 별어곡-선평-정선-아우라지-나전-구절... 울진에서 정선으로 넘어가는 길에 들른 태백은 내 여정에 있어 길목과 같은 곳이었다. 커피 한 잔, 올리브영에 들러 스킨 하나를 하고, 저녁 식사와 쉼표를 제공해 준 곳으로 차를 세워둔 곳에 황지연못에서 흐르는 작은 도심 하천을 감상한 뒤 조바심을 버리고 정선으로 출발했다. 태백에서의 둘째 날, 정선아리랑과 바람의 나라_201..

첫 영덕 여정에 만난 청량한 밤바다_20220314

망망대해 포부를 품은 시야는 거침없었다. 나른한 봄이 무색하게 싸늘한 꽃샘추위 일갈은 꽤나 섬뜩한 칼날을 휘두르지만 이미 여유 넘친 봄기운을 이길 수 없고, 허공을 낙서로 일갈한 미세 먼지도 봄소식 쫓은 단비에 주눅 들었다. 정갈한 수평선을 따라 수놓은 일상의 물감은 이렇게 저물고, 저렇게 피어났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한쪽이 완전 바다로 트인 창을 열고 바람에 실린 바다 내음의 청량감에 도치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청명한 밤하늘과 수평선이 미려한 빛을 피웠다. 비교적 오래된 건물과 달리 깔끔한 내부는 바다 조망 뷰를 살리기 위해 온전한 유리로 틔워놓았다. 영덕의 첫 여정에서 첫인상은 꽤 흡족한 밤이었다.

눈 내리는 일상_20220201

바람과 함께 흐르는 눈발 따라 겨울 정취가 활짝 피어나 걷는 내내 목덜미 촉감을 간지럽힌다. 하늘 아래 두터운 장막을 친 구름이 심술 겨워 햇살 가득 삼켜도 어디선가 달래는 낮의 등불이 환하게 켜져 겨울 연가의 달디단 리듬 따라 흥얼거리게 된다. 황막한 겨울 들판이 하얗게 팔을 벌리면 추위에 쫓긴 생명도 포근한 계절의 품에 고이 잠든다. 전날 밤부터 내린 눈이 그치고 아침에 다시 퍼붓기 시작한 눈에 머리가 젖는 것도 잊고 길의 정취에 취했다. 밤새 내린 눈을 껴안는 아침 눈이 대기를 품어 풍성한 발색 가득하다. 특히 오런 장면도 꽤 괜춘한데! 아침 눈이 가장 강렬했던 속내는 잊고 대기에 점점이 찍힌 눈송이는 첫사랑의 풋풋한 추억 같았다. 두텁게 구름이 덮였지만 눈이 증폭시키고 반사시키는 빛의 굴절로 세상..

눈 내리는 명동_20220131

서울의 설야...라고 하기엔 길이 미끄러워 댄스를 추는 바람에 회사 주변만 몇 컷. 눈꽃이 가장 이쁠 때가 바로 눈이 내려 쌓이기 시작하는 즈음인데 마치 목화솜이 활짝 핀 마냥 뽀송하고 뽀샤시했다. 하늘 등불이 모두 꺼지고, 가로등만 반짝일 때 수줍음 많은 눈꽃은 미약한 불빛을 먹고, 환한 향기를 발산했다. 기세등등한 눈발이 잠시 쉴 무렵, 풍성한 눈꽃이 피기 시작했다. 하얀 도화지 같은 눈밭을 보니 영화 Let Me In의 클로이 모리츠 화보가 연상되었다. 한 차례 눈 내린 명동거리. 사진으로 보면 명동이 다르게 보인다. 그래도 명동은 명동이었다.

담양에 단골 숙소, 메타펜션_20211220

늦게 출발한 대가로 담양엔 늦은 밤에 도착했지만 백양사 방면에서 오는 길은 고속도로와 진배없는 형태에 차량도 거의 없어 정말 느긋하게 달려 미리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메타펜션은 회사를 통해 부담 없는 단가로 비교적 오래된 건물에 비하면 관리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담양메타펜션 시간 조차 쉬어가는 담양의 대표 펜션, 메타프로방스의 낭만과 운치가 어우러진 메타펜션,12개동 70개 객실 보유 www.metapension.com 지난해 방문 당시에 도착과 동시에 투숙객은 임실피자 할인이 된다고 해서 주문했더니 배달은 안된다고?! 마치 말장난하는 거 같아서 패쑤!하고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다한 덕에 손쉽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펜션 측에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니까 펜션 배달은 당연한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강 야경 너머 워커힐_20211210

선물은 받았으니 한 해가 바뀌기 전에 써먹어야 되겠다 싶어 시험 교과목을 잔뜩 싣고 인덕원에 잠깐 들러 서면 자료만 번개처럼 건네주고 곧장 워커힐로 방향을 잡았다. 초저녁 시간대라 인덕원에서부터 워커힐까지 도로는 거의 주차장 수준이었는데 광장동에 도착할 즈음엔 비교적 시간이 지나 차라리 저녁 식사를 해결하자는 심산에 워커힐에 들르지 않고 곧장 구리로 향했고, 43번 국도는 어느 순간부터 탁 트여 신나게 밟던 차 2016년인가? 지나는 길에 들러 식사했던 기억을 더듬어 찾자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내부에 들어갔을 때는 딱 1 테이블만 손님이 있어 비교적 썰렁했는데 회상하며 왕돈까스를 시켜 급 허기진 속을 채웠다. 90년대에서 밀레니엄으로 넘어오는 시기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돈까~스 클럽. 지나는 길에 ..

포근한 적막, 우포생태촌_20211024

무거운 적막은 내게 있어 평온이요, 이따금 허공을 가르는 차량의 질주는 낯선 길을 함께 하는 친구 같다. 가느다란 불빛 한 줄기조차 없는 생태공원의 암흑 속에서도 생명의 미묘한 파동은 도시에서의 위협적인 곁가지와 달리 미약한 등불 마냥 냉혹한 계절과 문명의 역습에 움츠러 신음하는 마지막 희망의 몸부림이다. 생태촌 앞에서 나지막한 냥이 울음소리에 반사적으로 다가서 한 움큼 밥을 내밀자 어린 냥 둘이 다가와 허기와 경계 사이에서 잠시 갈등을 하더니 결국 생존의 본능에 어쩔 도리 없이 발치 앞에서 다급히 식사한다. 동이 트고 세상의 역동이 눈을 뜨자 햇살이 부서지는 대지가 삶을 노래하는 곳, 우포에서 가을바람에 이끌린다. 합천에서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대구에서 큰누님을 모셔드릴 겸 죽전 부근 일식집에서 식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