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화로의 불씨처럼 하루가 꺼질 무렵_20240729

사려울 2024. 8. 6. 23:10

이제는 회사 동료, 사우에서 각자 지인으로 갈라지게 된 멤버들을 소환하여 3년 전 그때처럼 음악 소리에 바비큐를 곁들인 불멍을 때리며 추억도 나눴고, 아쉬움도 달랬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힌 것처럼 각자 역할을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자리를 세팅한 뒤 저녁 식사와 더불어 술이 몇 순배 돌자 그간 공유했던 시간들을 끄집어내 함께 웃고 떠드는 사이 금세 어둠이 찾아왔고, 요란하게 달라붙는 날파리도 어느샌가 잠잠해져 그간 쌓였던 마음 봇짐을 풀어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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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파티가 끝나고 남은 술과 음료를 곁들여 캠프파이어가 끝나갈 무렵 남은 장작이 화로에서 열정을 태울 때 빙 둘러앉아 나누던 대화도 절정에 달했고, 어느새 밤은 깊어 갔다.

모든 장작이 거의 다 타고 남은 숯이 붉게 물들었을 때 불꽃처럼 타오르던 대화도 잠잠해져 하나둘 자리를 정리했고, 그 무렵 길게 소리를 내뿜던 음악 소리도 사그라들었다.

환하게 켜놓은 서치라이트에 이름 모를 날벌레들과 나방들이 미친 듯 허공을 휘젓고 있을 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갯짓을 하던 거대 장수풍뎅이 하나가 어딘가에 부딪히며 데크 위에 내려앉았다.

줄곧 잡아도 중지 두 마디보다 조금 더 길었던 녀석이라 꽤 거대하게 보였는데 이렇게 환한 불빛을 찾아왔고, 그대로 집어서 풀 속으로 날렸다.

한 녀석과 의자에 앉아 밤하늘을 보며 대화를 나눌 때 곧 쏟아질 듯 초롱초롱한 별빛에 밤하늘 삼매경에 빠져 사진을 찍었는데 희미한 구름이 지나는 바람에 제대로 별빛을 담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이 걷히자 희미하지만 명확한 은하수도 볼 수 있었음에도 그 감동에 사진 찍을 겨를 없이 감탄사를 연발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렇게 녀석들과 함께한 시간은 희미한 불씨처럼 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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