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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충주 남한강변을 거닐다_20191001

여느 마을마다 주변 지형지물에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명과 이름을 달아 놓은 걸 보면 옛사람들은 세상 모든 걸 의인화 시키고 동격화 시켜 생명이나 자연을 함부로 경시하거나 차별을 두지 않았다.심지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들판의 바위에도 닮은 것들을 유추시켜 이름을 달아 놓았고, 부를 때도 마치 사람처럼 친숙한 어법을 사용했는데 그렇게 자연스레 배운 것들을 구전으로 남겨 어쩌면 세상 모든 것들과 어울려 공존공생하는 방법을 말문 터지듯 습성으로 익혔다.마을을 한 바퀴 크게 돌며 지형과 그런 친숙한 우리말에 재미난 동화를 경청하듯 세세히 들으며 반 나절을 보내고, 혼자 자리를 떠나 부론으로 넘어 갔다.사실 흥원창으로 갈 계획을 세웠지만 어중간한 여유를 갖다 보니 확고한 목적지를 정한게 아니라 결정 장애를 겪었고..

새벽 이슬_20191001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 자리를 박차고 나와 텅빈 것만 같은 시골 마을의 새벽 공기를 마주했다.아직 여명 조차 서리지 않은 새벽이지만 조금 있다 보면 뉘적뉘적 여명이 암흑을 깨치고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허공을 서서히 밝히기 직전의 시각이라 아무런 인적도, 날벌레도 없는 이 자리에 서서 이슬 내음이 살짝 실려 있는 새벽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신기하게도 가로등 하나 밤새 불이 들어와 위안이 된다.이 빛마저 없었다면 멍한 암흑에 얼마나 심심하고 적막 했을까?마치 황망한 대해에서 만난 등대처럼 이 빛이 내려 쬐이는 곳을 거닐며 세상에 동등하게 뿌려진 대기를 찬찬히 훑는다.처음 이 자리에 섰을 당시 같은 자리에 가로등이 있었지만 시간의 굴레처럼 빛 바랜 전등이 힘겹게 뿌려대는 빛도 지금처럼 의지할 곳 없는 대해..

일상_20190929

귀가 길에 메타폴리스 정류장에 내려 따사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산책 삼아 집으로 걸어간다.휴일 답게 메타폴리스 광장엔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거닐며 가을 구경이 한창이다. 메타폴리스에서 분수대를 지나 창조교로 걸어가는 도중 여러가지 화사한 가을 꽃이 만발하여 눈길을 사로잡았다.가까이 다가가 몇 가지 꽃밭 사잇길로 걷자 가을이 실감나는 맑은 햇살과 바람 내음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스타벅스에 들러 작은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복합문화센터까지 걸어 갔는데 야외음악당엔 언제나처럼 공연이, 특히 하모니카 경연 대회로 선율까지 넘치던 하루다.

생일빵_20190928

30일이지만 그 때가 월요일이라 생일빵을 미리 하고 식사를 나눴다.햇살 눈부신 주말이라 메타폴리스에 사람들이 꽤 많았고, 특히 아이들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활기차게 뛰어 다니는 모습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그러던 사이 다른 사람들은 미리 예약된 빕스에서 기다리고 있느라 허기진 뱃가죽을 잡고 기도 드렸다는 후문이 있었다. 빅사이즈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좀 별로.겉이 바싹해서 좋긴 한데 스테이크 자체가 좀 팍팍하여 입안에서 와닿는 느낌은 그리 훌륭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알게된 샐러드바 중국 국수-뭔지 생각 안나네-는 조합에 따라 면을 제외하고 칼칼한 향이 좋았다.근데 예약하지 않아도 될 뻔 한 게 좀 일찍 가서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 배석했고, 후에도 간간히 빈 자리가 보인데다 빕스를 나설 때 웨이팅..

천리 행군?_20190924

하루 동안 천리 행군 저리 가라다.학가산에서 출발하여 원래 목적대로 대구, 봉화를 거쳐 집으로 갈 심산인데 단순하게 직선길로 가는 것도 아닌지라 고속도로와 꼬불꼬불 국도를 종횡무진 했다. 학가산 휴양림을 빠져 나와 예천IC로 가던 중 어등역 이정표를 보고 핸들을 돌려 반대 방향길로 접어 들어 처음 들어본 시골 간이역에 잠시 들렀다.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혼자 걸어 어등역에 다다르자 굳게 문이 닫혀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 폐역이었다.이런 모습의 간이역은 참 익숙한데 깔끔하게 덧칠해진 외벽은 왠지 이질감이 든다. 어등역 바로 앞은 이렇게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 너머 마을로 접어 들기 위해선 작고 낡은 다리를 건너야 되는데 얼마나 발길을 외면 받았는지 다리는 위태롭고 다리 초입은 수풀이 무성하며, 다리 ..

힘찬 개울소리가 휘감는 학가산 휴양림_20190924

역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늦잠을 잤다.밤에 도착한 학가산 휴양림은 조성된 지 오래된 흔적이 역력하여 숲속의 집에 들어서자 특유의 냄새와 더불어 구조 또한 가파른 계단이 연결된 복층이 딸려 있었다.허나 오래된 만큼 위치 선정이 탁월하여 통나무집 바로 옆이 견고한 제방으로 다져진 개울이라 여름 피서로 오게 된다면 바로 옆 개울로 뛰어 들어 물놀이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다듬어져 있었고, 비교적 가파른 길을 통해 듬성듬성 배치된 통나무집이 꽤 많았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개울로 트여 있는 발코니 창을 열자 바로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힘차게 흐르는 개울과 그 너머 쨍한 가을 햇살이 바로 비췄다. 텅빈 숲을 오롯이 채우는 물소리가 아름다운 선율의 뉴에이지 음악처럼 밤새 들리며 회색 도시에서 찌든 소음을..

학가산으로 가던 중_20190923

추분이라 조금 늦었다고 예천 도착할 즈음 이미 해는 넘어가고 밤이 찾아와 마땅한 저녁 끼니 해결할 곳을 찾던 중 2년 전 방문했던 식당에 찾아갔더니 아직 영업 중이라 급히 저녁을 해결한다. 평일 밤8시 무렵 사위는 적막 그 자체고 전날 내린 남부지방 호우 여파로 식당 앞 개울 물소리는 힘차다. 숯불제육은 불향이 살짝 가미되어 있어 먹기 좋고, 오겹살이라 쫄깃한 식감이 있다. 시골 기준으로 늦은 밤이라 사진 찍을 겨를 없이 줍줍하기 바빴는데 특히나 여기 청국장은 괜춘한 편이다.청국 알갱이가 그대로 살아 있는 건 아니고 살짝 으깨 놓았는지 맛은 그대로 살아 있고, 굵게 갈아 놓은 멸치와 섞여 감칠 맛이 난다.폭풍 흡입 하고 나서 쥔장 내외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지만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화법이 처..

일상_20190921

주말에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가을 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 가을 내음이 물씬하여 가벼운 방수 코트를 하나 걸치고 공원을 나갔다. 걷기 좋은 나무 터널 아래 바람을 타고 온 미세한 숲의 향기가 잠자고 있던 미소를 깨운다. 오후가 무르익을 수록 빗줄기는 더욱 가늘어져 얇은 방수 코트 위에 송알송알 빗물이 영근다.걷기 좋은 산책로를 따라 가는 동안 공원이 텅빈 것처럼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부쩍 줄어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이 반가울 때가 있던 날이다. 적막의 한가운데 서서 비와 바람의 곡조를 음미한다.이렇게 가벼운 비는 도리어 활동에 큰 지장이 없고, 묘한 적막의 단맛이 느껴진다. 해 질 무렵 구름을 뚫고 석양이 비춰 육중하던 구름을 붉게 태워 허공으로 날려 버린다.어찌나 이 색감이 고운지. 가을에 감탄..

마을 수호신, 원주 부론_20190915

보호수이자 시골 마을마다 전해져 오는 전설 같은 당산나무들. 마을의 평온과 번영을 지켜 주는 갖가지 전설이 설사 꾸며진 이야기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이 수호령에 무던히도 많은 위안과 안도를 꿰차고 시련을 극복해 왔었다. 수 백 년, 거센 바람과 병충에도 견뎌 온 걸 보면, 또한 지나는 길에 제 한 몸 바쳐 뙤약볕을 막아 그늘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치부할 수 없는 생명의 존엄을 느낄 수 있다. 강원/경기/충북이 만나는 지역이자 원주/여주/충주가 인척이 지역은 사투리도, 지역 성향도 비슷하다. 부론의 보호수로 나무가지가 집 안으로 뻗자 그 자리를 내어줬던 과거 흔적들이 이제는 잘려져 나가고 차단되어 버렸다. 훈훈한 장면이었는데... (시간의 파고에도 끄덕없는 부론_20150307, 추억과 시간이 만나는 곳)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