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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171031

10월 마지막 날.특히나 옛추억이 무더기로 떠오르는 날이자 깊어가는 가을이 세상을 온통 물들이는 가장 빛깔이 아름다운 날이기도 했다.오늘도 스치듯 찾아간 이 구도는 시나브로 빨간 물감이 번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남아 있던 여름 신록을 대부분 떨쳐 버렸다. 태양을 잠시 피하도록 그늘도 마련해 주는 사이 이 모습과 얼마나 많이 친해졌고, 익숙해져 버렸나 싶다.오늘이 지나 11월이 되면 떠나는 가을을 보내야 되고, 미련도, 아쉬움도 이제 떨쳐내야만 한다.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억에 담고 추억으로 쌓아 놓는 것 뿐. 아이를 데리고 잰걸음으로 어딘가 바삐 가는 한 가족의 모습도 가을 앞에선 그저 아름다울 뿐.

일상_20171029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 부시시한 잠을 떨치고 베란다로 나가 밝은 햇살과 화사한 대기를 맞이하곤 이내 내가 좋아하던 구도로 출발했다.미세먼지가 그나마 적은 날이라 청명한 가을이 만들어 놓은 장면이 궁금했거든. 어찌 저런 빛깔로 물들일 수 있을까!여긴 나무들이 서로 사이가 좋은가 보다. 꽤나 많이 걸었던 가을이자 휴일이기도 했다.

일상_20171028

이른 아침 회사에 들렀다 오후 일찍 빠져 나와 인근 광희문으로 향했다.약속 시각이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산책으로 그 시간까지 기다릴 심산이었는데 늘 말로만 듣던 광희문은 지나가는 길에 눈팅하던 것 말곤 없었고, 근래 중국 관광객들이 이 일대에 많이 오가는 걸 보곤 일정한 호기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딱히 이색적인 광경은 아니지만 산책하면서 이 부근에서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도심에 이런 옛흔적이 그리 많지 않기도 했지만,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잠시 한숨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풍경, 계절이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로 왕십리 떡갈비를 해치운 후 터질 듯 불어오른 배를 달래기 위해 왕십리역으로 가던 중 서늘한 광장에서 홀로 앉아 자리를 지키는 소녀상이 눈에 들어온다.꿈조차 펼쳐보지 못한 소녀의 한 많..

일상_20171027

동탄을 돌아다니다 언젠가 부터 이 구도와 색감에 반해 아침 출근 길에 조금 넉넉하게 집을 출발하여 이 모습을 바라본다. 나무 꼭대기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빨간 색감이 점점 밑으로 번져 내려오는 이 시기부터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보면 가을의 소소한 광경을 오버랩 시킬 수 있는데 잠깐 서 있는 사이 아침 출근길에 잰걸음을 딛는 사람들도 한 번씩 쳐다보며 제 갈 길을 바삐 간다. 퇴근 후에 다시 들러 아침과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보면 폰카가 담지 못하는 가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적당히 싸늘한 날씨는 가을 구경으로 걷다 보면 전혀 한기를 느낄 수 없어 바로 요맘때가 산책이나 활동하기 적기다. 10월 중순까지 요지부동이던 청단풍도 서서히 버틸 재간을 잃고 가을빛 빨간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다.가로등 불빛이 ..

낙엽 떨어지는 길_201710

눈으로 감탄하는 사이 낙엽은 떨어져 버리고, 그 장관은 기억에만 잠시 머무르다 사라져 버린다.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는 건 가을이 우리 곁에 얼마 남지 않아 떠난다는 것.그나마 조악하게 찍은 영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가을이면 이쁘게 물든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어 종종 산책을 하게 되는 거리다. 오산천 산책로 초입에 들어서자 강한 바람이 억척스레 달려 있던 낙엽과 심지어 잔가지조차 날려 버린다.냉혹한 자연이라고 해야 하나, 자연의 순리라고 해야 하나?떨어지는 낙엽은 1회성 눈요기지만 나무들은 이 낙엽을 살찌우기 위해 1년을 기다렸는데 떨어지는 건 찰나의 순간과도 같다.

일상_20171025

늦은 퇴근이거나 말거나, 지치거나 말거나퇴근길에 광역버스 안에서 퍼질러 자다가 부랴부랴 일어나 밖을 쳐다 보니 동탄에 진입해서 좀 지난 상태.1차로 안심하고 야경을 둘러보는데 가을이 내려 앉은 거리 모습이 매혹적이다. 버스에서 내려 하루의 피로를 잊고 거리를 걸었다.나처럼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많은 건 내려야 될 정류장을 지나쳤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가을 야경에 취해 한참을 걷다 서 있는 자리에서 사진도 담아 둔다. 내 눈에 이쁘다고 무턱대고 폰카 셔터를 눌러 버리면 실망하기 일쑤다.조도가 낮아 자글한 노이즈로 기분 망치기 싫어 가로등 불빛이 투과된 나무만 찍었다.아직 폰카의 한곈데 그걸 투정 부릴 수 없잖나.그냥 성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제대로 사용하자는 전혀 까칠하지 않은 내 논리. 며칠 사이 성..

일상_20171024

평소보다 더 걸었던 하루.허나 사진은 거의 없다.왜냐? 많이 걸어서 허벌나게 기운 빠졌응께로~ 넋이 나간 사람 마냥 가을에 취해 오로지 걷다걷다 동탄 남단 탄요공원까지 가게 될 줄이야.결과는 역시 잘 했구나 싶은데 저질 체력의 소유자다 보니 어느 샌가 축 쳐져 버린다. 그리하야 카페에 무작정 들어가 퍼질러 앉아 뜨겁게 혀를 자극하는 커피 한 잔으로 한숨을 돌린다.이렇게 많이 걷고 나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몸 여기저기 쌓인 투정들을 단방에 잠재울 수 있단다.

일상_20171022

10월이 깊어질수록 가을도 깊어져 동네 곳곳은 가을로 활기가 넘친다.요지부동 여름을 안고 있던 나무들이 점점 가을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 시작하는지 잎사귀마다 하루가 다르게 꼭꼭 숨기고 있던 컬러를 터트리기 시작하고,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도 완연한 가을 내음이다. 여름이나 겨울에 사람들이 거의 없던 거리는 심심찮게 산책 중인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그들이 바삐 가야할 목적이 아니란 건 시선을 보면 알 수 있는게 앞만 보며 걷지 않고 주위를 천천히 훑어가며 느긋하게 걸어간다. 반석산과 호수공원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살펴 보면 가을 갈이에 열중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렇게 북적이는 모습을 일 년 중 얼마나 볼 수 있을까?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보면 이들이 가을을 얼마나 ..

일상_20171021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즐기고 터질 것만 같은 배를 달래기 위해 가까운 세교신도시로 넘어갔다. 세교에서 가장 널찍하고 익숙한 곳이 고인돌 공원이라 야심한 밤도 잊고 커피 한 잔 겸 바로 넘어갔다. 너른 잔디 광장과 가을 요맘 때면 지천에 널린 갈대가 볼만한 고인돌 공원은 처음 이 도시가 생길 당시에 종종 왔었다.(세교신도시 가을 갈대밭) 이사 목적은 아니고 세마역이나 기분 전환이 맞겠다.언제나 성격이 밝고 유머 넘치는 매형이 움집 대문에서 익살스런 포즈.명절 이후 첫 저녁 식사라 많이도 포식 했고, 많이도 걸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