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쇼트헤어 19

냥이_20200216

겨울도 미련이 남았는지 봄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부푸는 시기에 눈과 함께 한파가 밀려왔다. 냥이의 겨울도 막바지에 다다랐는지 하루 종일 퍼질러 자던 액체 같은 생활에도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눈보라치며 느지막이 한파가 찾아올 무렵, 겨울잠을 자는지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있다. 춥지 마라고 방석을 덮어 주자 그것도 모르고 잔다. 잠깐 눈을 뜨는가 싶더니... 또 잔다. 자다가 몸부림인지 몸을 한 번 굴리고 계속 잔다. 저녁 무렵까지 자던 녀석, 동네 한 바퀴 돌고 해가 지고 나서도 같은 자리에서 계속 잠만 잔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부시시한 눈으로 앉아 있을 때 이렇게 괴롭혔지만 별로 관심 없는 표정이다. 일어나 좀 뛰어 다니는가 싶다가도 눈이 마주치자 간식 달라고 보챈다. 간식을 먹고 식사를 한 뒤에 이..

냥이_20200215

컴 앞에 앉아 있으면 여전히 소리소문 없이 다가와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이내 잠든다. 귀여워 스담하는 사이 녀석이 이빨을 들이밀어 굳은 표정을 짓자 녀석이 삐친 모습이 마치 모카 커피 같다. 그러다 방바닥에 살며시 내려 놓고 잠시 용무 보는 사이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는데 옆에 엎드리자 꿈틀꿈틀 다가와 품으로 들어 올려고 한다. 이런! 겨털이 삐져 나왔군.

냥이_20200214

수술이 잘 되어 일 주일하고도 하루만에 칼라를 제거하며 한 고비 넘겼다. 칼라가 채워졌을 때는 측은 했는데 이렇게 원래의 자유를 찾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런데 여전히 사람한테 붙는 껌딱지 본능은 풀지 못하고 자리를 잡고 있으면 어슬렁 걸어와 벌러덩 누워 버린다. 그리곤 심술 궂은 눈빛으로 눈이 맞을 때까지 째려 보고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아무 생각 없이 뻗은 다리에 넙쭉 달라 붙어 눈치 주는 녀석이라니... 냥이를 키워본 건 어릴 적 쥐잡이로, 나머지 대부분은 댕댕이를 키웠었는데 어쩌면 냥이를 키우는 건 완전 초보라 아는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신기한 건 목욕을 보름 전에 시켰건만 몸에서 악취가 전혀 나질 않는다. 댕댕이는 이 정도면 묵혀둔 오징어 냄새가 나는데 냥..

냥이_20200112

익숙하지 않은 칼라로 하루 종일 자거나 잠시 눈을 뜨고 있을 땐 자리 가리지 않고 뒹군다. 그래도 개냥이 본성을 버리지 않고 잘 참아줘서 다행이다. 미치도록 그루밍 하고 싶은데 몸을 굽혀 혀를 내밀어 봐도 칼라에 막혀 헛그루밍에 공허할 뿐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사람한테 기댄다. 그래도 보채거나 서럽게 울지 않는데 그게 안쓰럽다. 칼라를 채워 얼굴만 보이니까 헬로키티 같네. 꼭 이렇게 사람한테 기대거나 붙어야 된다. 기생충은 양분을 빨아먹는다면 냥이는 관심과 사랑을 빨아 먹는다. 사람한테 붙는 환경이 여의치 않으면 이런 식으로 붙어서 안하무인, 발 떼기 어렵게 만든다. 얼굴에 털이 잔뜩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핥고 싶을까? 말 못하는 생명이라 그래서 더욱 안쓰러운가 보다.

냥이_20200210

아직은 미칠 듯한 불편을 감수하고 익숙하지 않은 칼라를 착용하고 있어야만 한다. 칼라를 벗겨 내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제 집에 들어가지 못해 바둥거리거나 또는 폭이 좁은 곳으로 들어가다 칼라가 부딪혀 좌절될 때 안스럽지만 상처와 건강을 위해 냥이가 원하는 걸 속시원히 긁어 주지는 못한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한 마디. "조금만 더 참자~" 여전히 일상 중 낙은 잠이다. 늘 아이폰으로 찍다 몇 컷 카메라를 들이밀고 매크로 촬영을 해봤다. 동영상을 찍으려니 뭘 아는지 무척 뒤척인다. 가끔 잠꼬대로 송곳니가 살며시 입술을 비집고 세상으로 탈출하려 한다. 대부분 얼마나 잠에 취했길래 흰 양말을 벗지 않고 단잠을 주무실까? 그러다 몸을 뒤척이곤 엎드려 누워 언제나 처럼 얌전히 잔다. 잠에서 깨면 배가 고프다고,..

냥이_20200207

땅콩을 뗀 날. 냥이에게서 확연히 달라진 건 그루밍을 절대 용납치 않는 칼라가 채워진 것. 아주 미칠려고 그런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데 이 녀석은 얼마나 미치게 핥고 싶을까? 밥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해 집사 고생길 안봐도 훤하다. 그로 인해 늘어난 건 이 녀석이 정리하지 못한 털인데 이거 완전 장난 아니다. 사람한테 달라 붙는 천성이 있어 주위 사람들 옷은 어김 없이 털이 빼곡하야 조만간 냥이로 돌연변이 될 기세, 이왕이면 이쁜 냥이 옷으로 변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 절 드려야 하나? 그래도 쳐다 보고 있으면 러블리하다. 약을 먹고 나면 잠에 취해서 잠만보 저리가라다. 칼라가 어색하고 불편하다지만 여전히 퍼질러 자는 녀석의 자세는 그냥 봐도 편안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입양 왔던 날과 비교해 가..

냥이_20200206

중성화 수술 하기 전, 조만간 닥쳐 올 운명을 모르는 듯 평화로운 꿈나라에서 잠 먹방에 취해 아무리 떠들어도 정신 없이 자고 있는 냥이. 근데 왜! 대부분 잠에 취한 사진을 찍었을까? 깨어 있을 땐 사람한테 엉겨 붙느라 사진 찍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잔병은 완쾌했고, 이제 평화가 찾아 오는가 싶었는데 중성화 수술을 남겨 뒀다. 오늘은 푹 자렴~ 원래 있던 양탄자를 치우고 면재질 카펫을 마련해서 깔았더니 녀석이 무척 좋아한다. 희안하게 극세사나 부드러운 털 재질을 싫어하고 이렇게 재질적 특징이 없는 면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