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114

일상_20240922

한 주가 지나지 않았는데 한가위 연휴에 그리도 사람을 괴롭히던 폭염은 순식간에 물러나고 그토록 바라던 전형적인 가을이 다가왔다.전날 이케아에 갔다 기운이 쏙 뽑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뒤늦게 산책을 나서 맨발 걷기의 메카가 된 반석산으로 향했고, 겁나 쾌적한 날씨 속에서 만 보를 훌쩍 넘겨도 피로감을 느낄 수 없었던 천국에 있었다.폭염이 불과 며칠 전이라 갑자기 북녘에서 밀려온 서늘한 바람이 밤에는 상대적으로 춥게 느껴졌건만 활동을 시작하자 최적의 기온으로 맞춰졌고, 게다가 적당한 구름이 햇살을 가려 외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가을하늘은 언제 봐도 감동이란 단어를 능가할 그 어떤 표현도 생각나지 않았다.그만큼 눈을 뜨고 활동하는 자체로 행복의 달달함이 느껴질 정도였다.반석산에 오르자 금요일 밤부터 전날 ..

한가위 노을 아래 곡교천 은행나무길_20240916

올여름만큼 '기록', '역대'라는 말을 남발한 적이 있었을까?완연한 가을로의 길목인 한가위 연휴조차 폭염의 맹위에 가을이 올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연일 한여름과 같은 후덥지근한 폭염도 모자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 도저히 참지 못해 9월 초 며칠을 빼곤 에어컨이 열일하는 여름이자 초가을이었고, 때마침 한가위 연휴를 맞아 큰누님이 홀로 친정집에 행차하시어 큰 마음먹고 동탄과 가까운 명소인 아산 곡교천으로 출발했다.내 신조가 더울수록 땀을 흘려야 더위에 둔감해지며, 겨울 또한 추울수록 활동을 해야 몸이 움츠러들지 않을 뿐더러 그런 가운데 겨울의 신선하고 순도 높은 추억이 쌓이는 벱이라 아산 곡교천 나들이를 제안하자 모두 덥석 물었다.[이전 관련글] 멋진 겨울 작품, 곡교천 은행나무길_20200211사실 아산은..

일상_20240815

명절을 앞둔 시점에 걷기 운동 겸 머리 벌초도 할 겸 3.5km를 걸어 단골 미용실로 가는 길에 뒤늦은 폭염을 실감했다.연신 흐르는 땀방울에 등골이 간질간질했고, 얼굴과 머리는 흠뻑 젖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당시엔 땀범벅이었다.뜨겁긴 해도 가을 바람과 건물 내에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혔는데 가던 길에 여울 공원의 능소화는 뜬금없긴 해도 멀리서 봤을 때 이쁜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렸다.지난달 벌초 갈 때와 비교해서 열린 꽃망울이 적긴 해도 꽃의 본능을 가득 담은 진수답게 그 빛깔은 곱다는 표현 이상이었다.머리 벌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서녘 석양의 고운 빛결에 감탄의 화답을 마지막으로 5일 연휴 중 이틀은 소리소문 없이 흘러갔다.

일상_20240903

퇴근에 맞춰 체육공원으로 향하는 길.실원마을, 덕성마을을 새긴 멋진 입석을 지나 걸어가는 길은 대략 1km 남짓, 걸어가는 길에 여전한 더위 속에서 가을 바람이 살짝 스쳤다.체육공원에 도착하여 하루 1만보를 채우기 위해 몇 바퀴만 돌았는데 출입할 수 없는 장고개로 문득 호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옛 시절엔 교통이 지금처럼 좋지 않아 고갯길은 길목이나 마찬가지였을 터, 이제는 인적이 차단되어 수풀만 무성했다.며칠 동안 꾸준히 다녀본 결과 퇴근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나 10여 명의 사람들이 걷기 운동을, 가끔 몇 사람들이 모여 축구나 러닝을 즐기는 곳인 만큼 이 마을에 비교적 호화로운 시설이 들어서 운동하기엔 정말 호사였다.해가 부쩍 짧아졌다는 걸, 그리고 여전히 진행형이란 걸 체감할 수 있는 건 ..

반기는 빛내림, 청송_20240610

부산을 떠나 경주를 거쳐 연이어 이어진 계곡을 따라 청송에 들어서자 석양에서 퍼지는 거대한 빛내림이 청명한 하늘을 대신했다.주왕산에 가기 위한 첫걸음, 청송의 작은 기억을 만들 차례였다.[이전 청송 관련글] 찰랑이는 은하수 물결, 청송자연휴양림_20201110얼마 만에 만나는 은하수인가!온통 암흑 천지 속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는 동안 바람도 잦아들어 함께 별을 헤아린다.출렁이는 별빛 파도를 따라 총총히 흐르는 은하수는 어디로 바meta-roid.tistory.com 단아한 주왕산 계곡, 절골_20201111이미 가을은 떠나고 머물다 간 흔적만 공허하게 남아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에 희미해져 가는 내음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을 버리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계곡은 간헐적으로 방문하met..

신촌_20240603

신촌에 가면 막연히 청춘이 회상된다.누구나 스스로에 대한 그리움의 초상으로 남은 낭만, 자유, 처절함, 그리고 마성의 항변이 있다.그래서 누구나 신촌에 가면 가슴 뿌듯해진다.연일 청명한 하늘에 석양이 찬조출연.여기가 창민 노래방이란 프로의 무대가 되는 곳이구나!곡성 형 병문안 갔다 모처럼 대화를 나눈 뒤... 석양도 지고, 하루가 질 무렵.나도 집으로 돌아간다.

부천_20050815

그래도 한 때는 뻔질나게 사용했던 샘숭 카메라는 동급의 보급기 중 구린 화질에 덩치도 크고 디자인도 그에 걸맞게 구렸다.그래서 애국심 마케팅에 속으면 안되는데 이전이나 이후에도 번번히 속는 과정에서 내성이 쌓여 무조건 애국심을 내세우면 의심부터 하고 본다.애국심이야 좋은 의미긴 하나 기업에서 그걸 좋은 동기로 쓰는 게 아니라 돈 벌어 먹는 왜곡된 순수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거나 마찬가지.화질이 그렇게 구린 줄 알면서도 하는 수없이 덜컥 구입했던 만큼 많이 굴리는 수밖에.여전히 부천의 이곳 교차로 일대는 막히는 게 정상이 되어 버렸다.그래도 이곳에서의 삶은 모든 게 익숙했다.

추억의 사색 2024.07.03

기나긴 여정의 끝, 안동 학가산온천_20240412

돌아서는 길은 늘 허전한 지 석양의 뒷모습 또한 그렇게 쓸쓸할 수 없었다.근래 물가 대비 온천을 통틀어 6,500원이란 수를 본 게 얼마 만인지.착한 가격 때문이라도 좋은 인상만 남을 수밖에.안동학가산온천은 천년고찰 광흥사를 품에 안은 학가산의 동남쪽에 위치하며, 조선 세조 때에는 길 떠난 중앙관료나 일반인들이 여행길에 쉬어가는 두솔원이 있던 자리였습니다.학가산 줄기 지하암반 690~940m에서 용출되는 깨끗한 수질과 하루 1,325t의 풍부한 수량으로 1,200여 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현대식 시설입니다. 알카리성 중탄산나트륨형 온천으로 수질이 부드럽고 온열에 의한 진정작용이 있어 특히 혈액순환, 신경통, 불면증, 피로회복 등에 좋습니다.특히 수면방에 설치된 산소공급기는, 분당 8ℓ의 산소를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