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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의 시작, 망이산성_20200822

왜 그리 산성을 찾아다니세요? 근래 들어 종종 받는 질문인데 별 다른 의미 없어요 라고 하면 당연히 안 믿는다. 그렇다고 많은 산성을 오른 건 아닌데 최근 몇몇 사례가 있다 보니 그런 질문을 받는 건 당연지사. 여주 파사산성, 담양 금성산성, 오산 독산성, 안성 죽주산성, 이번에 찾은 음성 망이산성 정도 뿐인데? 근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산은 힘든데 산성은 상대적으로 큰 힘 들이지 않고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파수가 되려면 높거나 사방이 트인 곳이 제격이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낮으면서도 사방이 트인 곳에 산성을 쌓아 주변 동태를 살피며 때에 따라 침략에 대한 방어를 해야 하는지라 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산성에 오르면 주변을 두루 둘러볼 수 있을 뿐..

시간의 침묵, 동탄호수_20200808

줄곧 내릴 것만 같던 비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인 사이 호수 산책로를 걷는다. 호수에 비친 세상 그림자가 휘영청 늘어서 무거운 하늘을 잠시 가리며 근심을 잊으라 한다. 그 울림에 무심히 걷다 어느새 다시 굵어지는 빗줄기가 금새 인적을 증발시키고, 덩달아 초조한 아이처럼 잰걸음으로 비를 피한다. 이렇게 사진이라도 남기길 잘했다. 찰나는 그저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내 인생을 하나씩 엮어 나가는 조각들이라 무심하게 지나는 것들이 내게 간절했던 기회일 수 있다. 올해도 이미 반 이상 뒤로 했지만 뒤늦게 깨달은 바, 그래서 다행이고, 그로 인해 용기를 내고, 그래서 도전한다.

새벽 내음_20200515

가족들의 쉼터가 있는 오지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쉴 새 없이 비가 내린다. 방수 재킷을 걸치고 잠시 빗소리를 감상하다 보면 세상 시름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지고, 자칫 무료할 것만 같은 문명이 차단된 곳임에도 화이트 노이즈가 있어야 될 자리에 차분한 대화가 자리 잡는다. 평소 얼마나 다양한 문명의 도구에 시간을 바쳐 왔던가. 이른 새벽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지저귀는 새소리는 건조한 소리에 익숙한 청각에 단비를 뿌려준다. 동 틀 무렵 밤새 지치지 않고 흐르는 여울로 나가 지저귀는 새소리를 곁들인다. 잠에 취한 눈에 비해 머릿속은 놀랍도록 맑아진다. 산골에 맺힌 빗방울은 도시와 달리 더 영롱하고 쨍하다. 아주 미묘하게 약초향이 가미된 영락없는 미나리와 같은 녀석은 산미나리란다. 이미 꽃이 만발하여 먹기..

생태숲의 숨겨진 얼굴에 반하다_20191024

숲속광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세세히 가을을 낚은 뒤 생태숲 가장 깊이 있는 하늘광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고프로로 계속 촬영을 하며 허술하게 둘러봤던 소나무숲을 천천히 둘러봤다.허나 그 전까지 몰랐던 진면목, 하늘을 향해 높게 뻗은 빼곡한 소나무숲이 압권이었다. 하늘광장에 도착하여 비록 가늘어진 빗줄기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는 상태라 비를 피할 수 있는 야생허브원 앞 천막에 타입랩스를 작동시킨 상태로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뽀개고, 광장 일대를 돌아 다녔다.그 전에 그리 많던 전나무가 대부분 잘려져 나간 상태인데 노랗게 변하는 잎이 그대로 인걸 보면 얼마 전에 나무를 쳐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가을에 맞춰 녹색 이파리가 가지에서 부터 샛노랗게 물드는 모습이 전나무숲을 이룬 상태에서 빛결이 고왔던 걸..

생태숲에 도착, 다시 미련처럼 내리는 비_20191024

통고산에서 빠져 나와 서둘러 영양으로 향했다.옥방까지는 이제 편하게 올 수 있어 그만큼 시간을 단축 했고, 그 이후로는 예의 그 고불고불한 산길을 넘어 영양 생태숲으로 넘어 왔는데 출발할 때 불길한 예감은 산길을 넘어 오는 동안 확신으로 바뀌어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작년 10월에 2차례 먼 길 마다 않고 방문 했건만 유독 여기 오는 날만 골라서 비가 내리더니 올해도 어김 없이 비가 마중 나왔다.뭔 일이다냐!몇 번 왔다고 길은 이제 익숙해 졌는데 비까지 익숙해지면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해 안타까워 부득이 아이폰으로만 촬영 했던 작년과 똑같이 올해도 그럴 판이었고, 도착해서 차창 밖은 세찬 비바람이 낯선 자의 방문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러고 보면 여기 방문 했던 첫 해..

가을 빛결 큰 골짜기에 흐른다_20191024

전날 태백에서 봉화 현동을 거쳐 통고산으로 오던 길은 뜬금 없는 비가 퍼부어 산간지대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실감케 했고, 짙은 밤이 만연한 오지 답게 도로는 지나가는 차량 조차 거의 끊긴 상태였다.아무리 그렇더라도 밤의 정점이 아닌 21시도 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태백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함께 도로를 질주하던 차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음악에 집중하느라 속도 게이지가 한창 떨어진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고독한 밤길에 생명의 흔적들이 거의 없었다.통고산 휴양림에 도착하여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통나무집으로 들어가 싸늘한 방을 잠시 데우는 사이 기억에서 잠시 지워졌던 소리가 사방에 가득했다.바로 통나무집 앞을 흐르는 여울 소리.2015년 만추 당시 이용했던 통나무집 바로 옆이긴 해도 3채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

일상_20191007

새벽부터 더 깊은 가을을 재촉하는 제법 굵은 비가 내렸다.오후가 기울 무렵 우산을 쓰고 자주 걷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텅빈 산책로에 선명한 비소리가 듣기 좋아 걷던 사이 노작 호수 공원까지 걸었다. 얼마 전까지 이파리가 무성하던 나무가 올 들어 자주 드나 들던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길바닥에 자욱한 낙엽과 더불어 나뭇가지가 급격히 앙상해져 여름 동안 멋진 그늘과 볼거리를 만들어 주던 나무 터널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외에 이 길 내내 따라 붙는 빗방울 소리가 가을을 앞둔 마당에 듣기 좋은 선율 마냥 가슴 설레게 한다.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을 보면 늘 드는 생각이 곱게 뿌려 놓은 보석처럼 영롱하다.비가 그치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녀석들이라 보석으로 비유한 들 틀린 말은 아..

일상_20190921

주말에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가을 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 가을 내음이 물씬하여 가벼운 방수 코트를 하나 걸치고 공원을 나갔다. 걷기 좋은 나무 터널 아래 바람을 타고 온 미세한 숲의 향기가 잠자고 있던 미소를 깨운다. 오후가 무르익을 수록 빗줄기는 더욱 가늘어져 얇은 방수 코트 위에 송알송알 빗물이 영근다.걷기 좋은 산책로를 따라 가는 동안 공원이 텅빈 것처럼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부쩍 줄어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이 반가울 때가 있던 날이다. 적막의 한가운데 서서 비와 바람의 곡조를 음미한다.이렇게 가벼운 비는 도리어 활동에 큰 지장이 없고, 묘한 적막의 단맛이 느껴진다. 해 질 무렵 구름을 뚫고 석양이 비춰 육중하던 구름을 붉게 태워 허공으로 날려 버린다.어찌나 이 색감이 고운지. 가을에 감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