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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비바람 속 영일대 해변과 전망대_20230507

바다가 거칠다고 하여 주눅 들지 않았다. 바다를 막는 구조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거칠다고 한들 해변의 모래는 익숙한 고난이자 일상이며, 바람이 표독하다 한들 인간은 극복의 대상이자 삶의 필연이었다. 낯선 도심 산책으로 익숙한 찰나의 시간을 즐겼다. 영일대 해상누각은 1976년 개장하여 포항 시가지에서 접근성이 좋고 해안가에 형성된 식당, 카페 등 상점가가 있어 낮과 밤 모두 즐기기 좋은 포항의 대표 해수욕장 중 한 곳이다. [출처] 영일대 해상누각_오선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다녀온 뒤 숙소에 들어와 바람이 가득한 세상을 창 너머에서 무심히 바라봤다. 세찬 바람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외출 준비를 했다. 파도가 부서진다는 게 저런 걸까? 부서..

동해에서 원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_20220825

이튿날 동해시, 동해 바다와 작별하고,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원주로 출발했다. 지난 봄에 동해 바다를 만난 영덕이 숨겨진 보석이었다면 동해, 삼척은 진품이 검증된 보석이었다. 카페와 펜션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오래된 마을이 그랬고, 야생의 바다와 기암괴석이 그랬다. 올 때처럼 갈 때도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며, 대관령 지나 마치 뿌듯한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가는 기분에 도치되었다. 그 길 따라 도착한 원주는 새로 꽃단장한 간현이었다. 동해를 떠나 동해고속도로에 발을 걸쳤다. 망상해변 구간은 인접한 우측이 망망대해, 동해바다였다. 옥계를 지날 무렵 전방에 특이한 형상의 구름이 보였다. 마치 젊은 시절 한 가정을 떠받치느라 허리가 굽어 더이상 펼 수 없는 우리네 할머니 같았다. 강릉3터널을 지나며 남강릉IC가 가까..

바다를 향한 꿈, 흰여울 문화마을_20220816

바다를 향한 꿈, 오랜 세월 삶의 무게와 맞물려 장독에 묵힌 구수한 장맛처럼 진면목을 드러내고 비상하는 바닷새가 되어 수평선을 출렁이는 아리랑이 된다. 지칠 줄 모르는 바다 바람이 세 평 쉴 틈 없이 몰아넣어도 태초에 솟은 산에 업혀 엄마 품에서 처럼 곤히 졸고 있는 아가처럼 이따금 근원 모를 함박웃음에 기나긴 설움 터널은 지워지고 어느새 갈망의 견고한 돌탑이 머나먼 걸음 마다한 나그네를 동심의 울타리로 안도시켜 준다. 지인과 만나 영도로 넘어갔고, 비가 내릴 듯 말 듯 애매한 날씨긴 해도 그리 덥지 않은 날이라 도보 여행을 곁들이기로 했다. 우선 태종대 초입까지 또 다른 지인이 데려다준 덕에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버스로 중리방파제에 도착했다. 정박 중인 선박들이 수평선에 사이좋게 걸쳐져 있었다. 걸..

저녁 같은 부산 광안의 아침_20220816

이튿날 기상해서 창밖을 내다보자 해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굵은 소나기가 한창 진행 중이라 사람들은 잰걸음으로 사라지거나 실외로 나오지 않았는데 바다 또한 조금은 살벌한 파도가 일렁였다. 대기는 청명한 편인데 하늘에 두터운 구름이 끼어 오전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초저녁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래도 광안리 해변은 나름 멋이 있었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서둘러 내려왔는데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카카오택시는 금방 도착하여 다음 목적지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작은 오지 쉼터, 봉화_20220731

깨진 평온에 심술이 난 물안개 사이로 금세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여울틈 사이로 숨어 있던 생명들이 신기한 구경거리를 만난 양 다가와 툭툭 입을 맞혔다. 하늘이 떨구는 비는 여유의 향미가 곁들여지면 잠자던 자연의 협주곡이 되며, 수줍어 숨어 있던 안개를 춤추게 하며, 침묵하던 바람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래서 살짝 찍는 쉼표는 견줄 수 없이 감미로웠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차가운 여울에 살짝 발만 담근 채 잠잠해진 비를 피했다. 멀찍이 어딘가 숨어 있던 안개가 여울 위로 만개했다. 근래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물이끼가 제법 끼어 있었고, 그걸 먹이 삼아 다슬기도 빼곡하게 있었다. 굵은 빗방울 하나 여울에 튕겨 수정 구슬이 생겼다. 비가 내려 그나마 수량이 늘었고, 물은 원래의 그 청정함을 되찾았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낙동강과 역사의 예던길, 봉화_20220730

해답을 듣지 않아도 좋다. 어떤 혼탁한 푸념에도 거울빛 드리운 모습 너머 속삭임에 위안을 낚아 가슴 고이 두더라도 사무친 질곡이 스스럼없이 열린다. 자연은 그저 방치했을 뿐인데 방종이 깨뜨릴 수 없는 포용의 온기는 그 어느 성벽보다 견고하고, 심연은 가늠할 수 없다. 출렁이는 다리를 걸으며 불안의 씨앗은 메말라 싸늘한 잡념의 죽어가는 잡초가 되고, 집요 하던 추회는 기름진 돌뿌리가 되어 절벽에 새겨진 미소의 청사진이 된다. 잠시 이 자연을 만나는 동안 해답을 듣지 않아도 좋다. 예던길은 봉화 청량산과 안동 도산을 잇는 국도 35번 주위의 강변길로 퇴계 이황이 젊은 날 입신을 위해 즐겨 걷던 옛길이다. 은퇴 후 노년에도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으며 그가 세상을 뜬 후에도 많은..

그 곡선의 편안함, 말티재 휴양림_20220614

크게 휘어진 길이 불편하여 직선에 몸을 맡기는데 어느새 그리워 다시 구부정길을 찾는다. 잠시 돌아가면 늦춰진 속도로 길 가 방긋 핀 꽃내음에 웃을 수 있고, 몸에 닿을 새라 화들짝 피하던 빗방울도 낭만의 강변을 유영하는 반딧불이가 된다. 그 굽이길을 뒤로하고 둥지 흙을 밟자 어느새 작은 굽이길이 뒤따라 함께 뛰어놀자 조른다. 그게 정겨운 길이고, 그게 굽이길이다. 말티재 또는 말티고개는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고개로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 산 4번지와 38번지 일대에 위치한다. 하단부는 해발 약 270m, 정상부는 해발 약 430m로서 차이가 160m 가량이나 되는 험한 고개다. 속리산에는 오랫동안 존재한 박석 길이 유명하였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에 구경 오..

봄의 비바람도 반갑던 하늘자락공원_20220331

산 위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는 전망대는 세찬 비바람도, 집어삼킬 듯 기세 당당한 구름도 천적은 되지 못했다. 옷깃 여미는 추위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늦잠 자는 봄나물을 깨울 수 없는 노릇이라 한 줌 봄소식을 코끝에 챙겨 돌아가며 산 위 우뚝 선 전망대는 작은 위안에 콧노래가 되어준다. 봄소식 가득 품은 빗줄기는 굳이 피하려 우산을 쓰지 않아도 마치 때가 되면 만나 소주잔 함께 나누는 친구 같아 옷 젖는 걱정보다 그 정겨움은 비할 바 없다. 짧은 시간이라도 좋고, 여유 충만한 시간이라도 좋은, 그래서 산중에 알싸한 봄과 비의 화음에 설레게 떠난다. 산 정상 가까운 곳에 양수발전소가 있고, 그 일대를 공원화 시켜 이렇게 멋진 전망대를 세워 숨겨진 절경을 찾으란다. 싸늘한 봄비에 맞게 기온도 서늘한..

구름도 연모한 수로부인 헌화공원_20210630

수로부인 헌화공원 임원항 뒤편 남화산 정상에 위치한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와 '해가' 속 수로부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절세미인으로 알려진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이다. 남편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수로부인이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돌산 위에 핀 철쭉꽃을 갖고 싶어하자 마침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꺾어다가 바치고, 가사를 지어 바친 것이 4구체 향가인 '헌화가'다. 임해정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바다 속으로 끌고 갔는데, 백성들이 노래를 부르자 다시 수로부인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노래가 신라가요인 '해가'다. 공원에는 이 수로부인 전설을 토대로 한 다양한 조각과 그림 등이 조성돼 있다. 이와 함께 산책로, 데크로드,..

자연의 작품, 도화공원_20210630

도화동산 [정의]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고포리에 있는 동산. [건립경위] 2000년 4월 12일 강원도에서 발생하여 26,794㏊의 피해를 입힌 사상 최대의 동해안 산불이 삼척시에서 울진군으로 번져 오기 시작하였다. 이에 민·관·군은 합심하여 22시간에 걸쳐 다음날인 4월 13일 산불을 진화하였다. 이에 군민이 사력을 다해 산불을 진화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울진군에서 피해 지역인 북면 고포리 지역에 도화(道花)인 백일홍을 심어 도화동산을 조성하였다. [변천] 울진군은 국도 7호선 확장·개통으로 새로운 경상북도 관문 지역의 경관을 정비하여 울진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2006년 10월부터 12월 말까지 북면 고포리에 도계지역 정비 사업을 실시하였다. 또한, 강원도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경상북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