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봄의 비바람도 반갑던 하늘자락공원_20220331

사려울 2023. 2. 24. 04:39

산 위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는 전망대는 세찬 비바람도, 집어삼킬 듯 기세 당당한 구름도 천적은 되지 못했다.
옷깃 여미는 추위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늦잠 자는 봄나물을 깨울 수 없는 노릇이라 한 줌 봄소식을 코끝에 챙겨 돌아가며 산 위 우뚝 선 전망대는 작은 위안에 콧노래가 되어준다.
봄소식 가득 품은 빗줄기는 굳이 피하려 우산을 쓰지 않아도 마치 때가 되면 만나 소주잔 함께 나누는 친구 같아 옷 젖는 걱정보다 그 정겨움은 비할 바 없다.
짧은 시간이라도 좋고, 여유 충만한 시간이라도 좋은, 그래서 산중에 알싸한 봄과 비의 화음에 설레게 떠난다.

산 정상 가까운 곳에 양수발전소가 있고, 그 일대를 공원화 시켜 이렇게 멋진 전망대를 세워 숨겨진 절경을 찾으란다.

싸늘한 봄비에 맞게 기온도 서늘한데 이렇게 걷는 동안 눈도 즐겁고, 한기가 묵직하던 몸도 가벼워졌다.

전망대에 들어서면 나선형 무장애길을 타고 돌면서 뿌듯하게 올라가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비바람이 유독 세차 뺨에 닿는 빗방울조차 힘이 느껴진다.

전망대 꼭대기에서 보이는 세상들.

짙은 구름에 덮여 넓은 세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전망대 꼭대기까지 무장애길인데 예천은 여행자를 위한 배려로 완전 무료 개방해 놓았다.

하루 등불이 꺼지기 일보 직전.

그칠 줄 모르는 비를 맞아도 저린 마음은 설렌다.

심취한 놀이에 빠진 아이 마냥 그저 즐거운데 그냥 그 기분을 깨우지 않던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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