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산 153

일상_20180813

일상을 기록할 겨를 없이 바쁜 나날이다. 잠깐 주변을 산책하거나 여가 활동을 하는 것도 거의 없이 오로지 회사와 집,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마음의 짐만 둔 학업은 늘 지고 다니는 무거운 배낭 같았다. 유난히 더운, 폭염이란 단어가 일상화 된 이번 여름은 더더욱 여행이나 외부 활동의 발목을 잡았고 이마저도 큰 마음 먹지 않았다면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을거다. 잠깐 걷는 사이 땀은 자연 발원하는 강물처럼 몸 전체를 순식간에 젖게 했고, 그걸 대비해서 챙겨간 음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을 드러냈다.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걷던 중 하늘 위를 유영하는 까치 한 마리는 지친 어깨를 펴고 걷던 걸음을 재촉시켜 줬다.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게 까치는 악동처럼 다른 조류나 마당에서 키우는 개, 고양이를 괴롭히던 ..

일상_20180708

일요일 이른 아침, 동녘하늘에 시선이 빼앗겼다.새벽 노을이 모두가 잠든 사이 하늘을 캔버스 삼아 섬세한 붓으로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그걸 보고 지나치기 힘들어 육교에 올라 잠시 멍 때렸다. 거대한 도화지 하늘에 이글대는 태양을 채색시킨 구름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은 마치 익숙한 손놀림으로 휘갈긴 뒤 세상이 잠에 깰새라 황급히 자취를 감추고 서두르느라 그림을 방치해 버렸다.아주 잠시지만 여운이 남는 아침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가을 같은 초여름 날씨라 마치 너른 대해가 뒤집혀 머리 위에 쏟아진 듯 청명하고 깊다.장마의 빗줄기가 대기 먼지를 씻어낸 뒤 하늘의 청량감이 극에 달한 휴일 낮은 여름 답지 않게 바람의 냉기가 묻어 났고, 더위를 잊은 채 제법 많이 걷고 나서야 등골에 땀이 송골하게 맺혀 덩달아..

일상_20180617

근래 후덥지근한 날씨에 비하면 조금은 서늘한 휴일 오후.반석산 둘레길을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걷자 시원하다고 하더래도 여름 답게 사정 없이 쏟아지는 땀줄기를 부는 바람에 잠시 식힌다. 둘레길 양 옆에 개망초가 걷는 이들을 반긴다. 바닥엔 밤꽃이 자욱하게 떨어져 며칠 욱일승천하던 밤꽃향이 금새 가라앉았다. 복합문화센터 안쪽에 텅빈 야외음악당에 앉아 작은 스피커로 음악을 틀자 무료하던 공간에 활력이 들어선다.여전히 많은 밤꽃이 부는 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이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장마와 지루한 찜통 더위를 예감할 수 있다.

일상_20180614

복합문화센터는 연중 문화와 예술, 아름다움이 넘쳐 난다.저렴하거나 아님 무료로 유명 가수 공연을 눈 앞에서 생동감 넘치게 관람할 수 있고,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연주도 조금만 부지런 하면 챙겨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일 년 중 대부분 화사한 꽃이 나열된 화분이 펼쳐져 있고, 그 꽃들이 뿜어대는 화려하고 향긋한 물결을 접하며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다.그래서 종종 날짜나 시간을 따지지 않고 습관처럼 복합문화센터로 향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또한 가고 오는 길은 늘 기분이 공중부양한 양 적당히 흥분되고, 즐겁다.

일상_20180613

하지가 가까워지자 밤은 금새 꽁무니를 감추고 달아나 오래 동안 낮을 누릴 수 있다.그게 여름의 매력 아니겠나아주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날, 새벽 첫 차를 지나 보내고 두 번째 차를 기다리는 잠시 동안 주위를 맴돌며 여명을 쫓는 해돋이와 노을을 바라 본다. 육안으로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 오렌지 빛은 가을 석양도 부럽지 않을 만큼 곱고 아름답다.이런 걸 보면 하늘이 아무렇게나 뿌린 것 같은 색채도 어느 하나 허술하거나 예사롭지 않다.

일상_20180611

초여름에 약속한 듯 찾아온 밤꽃은 장마가 오는 6월 중하순이면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장마와 지루한 찜통 더위가 찾아오는 전조이기도 하다. 반석산 일대에 밤나무가 많아 요맘 때면 어김 없이 밤꽃향의 습격이 시작되는데 바람이 불 때면 산 중턱에 하얀 물결이 파도치는 모양새다. 복합문화센터 뒷산 언저리에 거대한 밤나무가 마치 한겨울에 눈이 소복히 쌓인 나무 같다.이제 '여름이구나' 새삼 실감하며 잠시 걷던 사이 등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일상_20180609

개망초가 지천에 피기 시작할 시기다.아니나 다를까 들판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이고, 향도 매캐하다. 내가 좋아하는 반석산과 오산천 사이 산책로는 나무 터널이 꽤나 멋지다.신도시 나이 만큼 자란 나무들이 제법 가지를 많이 드리우고 뻗어 대낮에도 햇살이 가려져 유독 시원한데다 공기 또한 솔향이 가미된 은은한 향이 걷는 내내 기분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공간을 가득 매운 개망초에 나비들이 하염 없이 날개짓을 하며, 불어대는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나비 한 마리와 그 주위를 끊임 없는 날개짓으로 맴도는 또 다른 나비 한 마리. 바람에 풀들이 누웠다가 금새 일어난다.바람이 많던 날이라 풀들이 바람결을 따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찾아온 여름에 한층 기분을 들뜨게 한다.

일상_20180429

코가 비뚤어지도록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커피 한 잔. 활동하기 좋은 날인데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소냐.강렬한 햇살에 전형적인 봄날이라 고글 끼고 동네를 배회해 본다. 얼마나 햇살이 강했으면 동네마다 거리들은 한산했다.그나마 공간을 메우는 건 재미 있는 놀이에 빠져 강렬한 햇살을 잊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을인가 착각을 들게 만드는 홍단풍이 짙은 붉은 색을 입고 내리쬐는 햇살 아래 뜨거운 빛을 반사 시킨다.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맞는데 햇살이 부담스러워 그 쬐는 태양 아래 있으면 금새 땀이 맺히는 열기를 느꼈다. 호수공원에서 자라는 갈대들은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 다시 반석산 방향으로 잠시 오른 뒤 이내 동탄복합문화센터로 하..

일상_20180315

초저녁 어둑해질 무렵 서둘러 산책길에 나선다.교육이나 업무니 해서 머릿속은 왜 그리 복잡하나 싶어 생각을 단순히 정리하기 위한 명분이랄까?때마침 봄비가 내려 피기 시작하는 봄의 싱그러움이 기분 전환에 안성맞춤이었다. 동양 파라곤을 지날 무렵 비가 잠시 소강 상태로 하늘을 우러러 사진 한 점 남기자는 심산이다.우산을 두고 얇은 우의를 걸쳐 거추장스런 물품은 손에 없으니까 뭐든 적재적소에서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에코스쿨 옆 반석산 계단길로 올라 둘레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 보기로 하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야자 매트에 내리는 빗물이 방울로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낙엽 전망 데크로 오르는 길에 밑을 응시하고 있는 벤치가 나름 운치 있다.물론 사진으로 담으면 공간감이 상실해서 그 느낌이 나지 않지만...

일상_20180312

봄이 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낮이 길어졌다는 거다.낮이 길어졌다는 건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는 거고, 그래서 하루가 알찬 기분이 든다.반석산 둘레길이 4km 남짓하지만 일반적인 산책로와 달리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고로 1시간 정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되면 이내 땀은 흥건히 차오른다. 오산천 전망 데크를 지나면 작은 여울까지 계속되는 내리막인데 산 너머 해가 지는 석양이 산에 걸려 있다.가던 길을 재촉하지 않으면 이내 어두워져 자칫 둘레길에서 트위스트를 출 수 있응께로 앞만 보고 걷는다. 앞만 보며 걷다가도 겨울색이 짙은 땅에 봄의 싹이 솟아나는 걸 보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신기한 듯 쳐다 본다.황막한 땅에 이런 싹은 여전히 왜소하지만 기다린 친구 마냥 한눈에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