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103

늦은 저녁 식사_20181109

금요일이라 동탄으로 가는 고속열차가 막차를 제외하고 모두 매진이다.수원행 KTX도 사정은 여의치 않지만 역방향+통로+출입구(승객들이 가장 기피하는 위치) 잔여석이 있어 불편하더라도 예매, 수원역 도착 시각은 20시 35분으로 부실한 저녁으로 인해 허기가 극에 달했다.하는 수 없이 수원역에서 국수 하나 먹고 갈 심산으로 찾다 보니 제일제면소가 있다. 집에 오자 마자 나를 반기는 만추의 단풍으로 주차장 출입구 옆에 나뭇잎 풍성한 청단풍이 뒤늦게 익었다.그래서 자주 사진도 찍고 지나면서 눈길도 주는 나무다. 제일제면소에서 세트 메뉴를 먹었는데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금새 해치운걸 보면 무척이나 허기 졌나 보다.수원역 제일제면소는 이번이 두번째 방문으로 전혀 자극적이지 않지만 토핑에 따라 육수맛의 풍미가 확 달..

첫째 주 캠퍼스 특강_20181108

3주, 목금요일 동안 특강으로 다시 대구에 내려와 캠퍼스 땅을 밟는다.물론 정규 과정은 모두 끝났고 1차 시험 결과는 아직 발표 전이지만, 괜한 자신감으로 따놓은 당상급의 결과를 예상해서 다음을 준비한 것.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예상은 멋지게 맞았다.정규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자신감과 함께 꾸준히 준비를 한 학우들은 2차 준비를 위해 대구로 모였고, 입과 자아도취에 빠진 학우들은 대부분 쫑났다.학업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었던 학우들은 정규 과정이 지나 그간 얼굴을 보지 못한 그리움이 있어 함박 웃음으로 첫인사를 나눴는데 한결 같이 보고 싶다거나 그 때가 좋았다는 푸념을 늘어 놓는다.더불어 3주간의 특강 첫 날이라 저녁 시간에 함께 모여 보고 싶었던 넋두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사람만 반가운게 아니라 그간..

일상_20181104

전날 김포 한강신도시 구래동에서 소주 한 사발 박살내고 검단 오류동에서 뻗었다.11월 4일은 사우의 결혼식도 있고, 때마침 양촌에 지인도 계시고 해서 넉넉하게 출발하여 찾아 뵙고 부평 결혼식장으로 고고~!! 자욱한 가을 정취.이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지인 내외분 뵙고 출발, 집이 지척인데 왜 안 들어오냐는 반가움과 서운함 섞인 말투에 결혼식 시각이 애매해서 그런 거라고, 그래도 그 형님은 무척 서운해 하신다.동글동글하신 형님인데 조금 수척해 지셨어. 부평에서 사우 결혼식을 끝까지 빛낸 휴일이었다.

일상_20181031

10월의 마지막 날이자 만추의 흔적들이 쏙쏙 들이 나타나는 시기. 솔빛 산책로는 특히나 단풍이 많아 뒤늦은 가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잇길이다.한창 보강 공사 중인 솔빛초교가 그 너머 있다. 뜨거운 석양이 오산천 너머 세상을 달궈 붉게 물든다. 걷다 지치면 잠시 쉬고, 쉬다 보면 제법 한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만추에 올라섰다.가을이 떠나려는 공원은 벌써 사람들이 떠나 황망한 석양과 싸늘한 바람이 맴돈다.여름 내내 검붉던 홍단풍은 일찍 지는 것과 달리 청단풍은 가을이 깊도록 푸른 신록을 지키며 단풍 특유의 붉은 색을 띌까 의문이었는데 만추가 가까워질 무렵에서야 급격히 붉어지며 홍단풍과 달리 청명한 가을 기운을 빼닮은 선명한 선홍색을 띈다.가을... 이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고 설레는 어감이다.

일상_2181027

가을 밤의 산책은 떠나기 전 설레고, 나서면 취한다.낮에 자전거를 타고, 밤에 다시 걸으며 꽤나 피곤할만도 한데 전혀 느끼지 못하고 밤이 늦도록 반석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오산천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반석산 둘레길을 따라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서서 동탄2 신도시 야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셀카봉으로 감도를 낮추고 장노출을 했지만 자동 모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왠지 속은 각인데?! 나루마을을 지날 무렵 셀카봉에 끼워진 아이폰을 들어 가로수에 들이 대 본다.바람이 야속해질 만큼 쉬고 있는 가을을 유난히도 흔들어 댄다. 여간해서는 미동도 하지 않는 계절인데 자글대는 바람에 귀찮은 속내를 숨기고 남쪽으로 떠나겠지?

다시 찾은 통고산의 가을_20181026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은 통고산 휴양림이다.각별한 추억, 특별한 가을이 있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통고산은 일시에 변해 버리는 가을이 아니라 제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타고 계절의 옷을 입는다.통고산에 도착하자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빗방울은 조금 가늘어지고 가볍게 흐린 날이라 어둑하기 보단 화사하게 흐린 날이었다.쨍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표현이 좋고 가느다란 빗방울이라 조금 비를 맞는 감수만 한다면 활동하기 무난하다. 통고산 휴양림 초입 안내소에 잠시 내려 매년 찾아올 때마다 인사를 나눴던 분과 잠깐 대화를 하고 바로 진입 했고, 첫 만남은 여전히 인상 깊은 단풍의 향연이 나를 반겼다.평일이라 통고산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차를 이용해 천천히 앞으로 진행해도 어느 하나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추억을 정리하며_20171130

숨 가쁘게 지나간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인 인터불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엔 친구들과 조촐하게 한 잔 박살내고 느긋하게 걸어갔다.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이 걸어 본 게 얼마 만인가?초겨울 치곤 서늘 했지만 든든하게 입어서 대기에 노출된 뺨만 살짝 얼얼한 정도라 걷기 딱이다.가져간 블루투스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해 짱짱하게 틀고 텅빈 공원을 걷는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망우당공원 곽재우 동상 부근을 지날 무렵 출발할 때 강가 절벽은 세상 모든 평화를 품은 듯 고요하다. 가볍게 요동치는 금호강 너머 고수 부지는 일찍 찾아온 추위로 텅 비었다.망우당공원도 평소 발길이 거의 없는데다 추위로 호텔까지 걷는 동안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강가 절벽 위 전망 좋고 운치 있는 소나무 밑 벤치는 여전히 텅비어 있어 잠시 내가 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