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103

추억을 따라 점점이 산책하다_20171130

도심 구경이라면 서울에서도 지겹게 하는데 왠 대구까지 왔당가?추억의 산책이라는 편이 적절한 표현이겠다.지하철 중앙로역에서 내려 작심한 대로 정처 없이 꽤나 많이 돌아다니며 골목 곳곳을 누비고 다녀 줄곧 잡아도 10여 km 이상 산책을 한 것 같다.정처 없다 보니 지도나 미리 짜여진 경로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골목도 접어 들었다 대로변을 걷기도 하면서 얼추 지난 후의 경로-지도를 보며-는 반월당역>명덕역 방면 남문시장과 헌책방 골목(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유신학원과 대구학원 뒷 골목>동성로 각종 골목길>옛 중앙파출소(맞나?) 인근>약전골목>서성네거리>곽병원>옛 만경관>옛 미도파백화점>학원서림>교동시장 순으로 걸어 다녔다. 서울로 따지면 청계천 헌책방거리처럼 헌책방이 즐비 했던 남문시장 인근은 세상..

도심 산책, 동촌유원지_20171130

전날 밤 대구에 도착하여 인터불고 호텔에 자리를 잡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퍼질러 잤다.어차피 2박 예정이라 느긋하게 보내자는 게 한참 선을 벗어나 버린거지.아무래도 절친 두 명을 만나 소주 한사발 거나 하게 기울인 화근이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추운 날을 이기고자 두터운 패딩 코트를 하나 걸치고 간소한 백팩 차림으로 호텔을 나서 동촌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고, 마침 호텔이 망우당 공원과 동촌 유원지를 끼고 있어 산책하기엔 그만이었다.도심을 도보로 여행 하자는 취지니까 이 정도 쯤이야!망우당 공원 옆 금호강 하천과 연결되는 절벽에 어느 한 곳이 허술하게 뚫린 거 같아 다가서자 실제 이렇게 내려가는 좁은 길이 있다.한 사람 겨우 지나갈 너비에 절벽을 따라 굽이쳐 결국 금호강 고수부지에 다다르자 실제..

낙엽_20171123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길목은 무엇보다 바람이 많다.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지에 달려 버티고 있던 이파리는 이런 세찬 바람에 대부분 떨어지게 되는데 떨어지는 낙엽 사진이라도 찍을라 치면 초점 맞추기도 힘들고, 타이밍 잡기도 무쟈게 힘든다.임의로 초점을 잡더라도 그 초점 거리에 떨어지는 낙엽보다 초점 거리를 벗어난 낙엽들이 워째 대부분이라 갈팡질팡하는 사이 제대로 사진 건지는 건 증말증말 어렵다. 요 녀석도 솔빛 공원을 배회하다 다른 자리로 옮기던 중 한차례 몰아치는 바람에 무더기로 낙엽이 떨어지던 찰나 운 좋게 렌즈에 찍혔지만, 역시나 초점은 안드로메다로 가 버렸다.그래도 사진 상 위치가 이렇게 좋을 수 있겠나?운 좋은 날이었다.

After the rain_20171120

겨울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촉촉히 세상 만물을 적시는 하루다.빗물을 만나 단풍의 붉은 색은 싱그러운 생명을 얻고, 들판의 갈대는 영롱한 색을 얻었다. 비 온 뒤 땅은 굳고, 비와 같이 시련이 찾아온 뒤에도 남은 친구가 진정한 우정이랬던가?저녁 무렵 그친 빗방울이지만 점점 가을 내음이 물러가고, 겨울 정취가 알알이 들어와 세상에 박히는 비 내린 하루 였다.

베란다 정원과 지상의 가을_20171115

울오마니께서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한 번도 소홀함 없이 가꾸시던 베란다 정원을 모처럼 훑어 보자 어린 생명들이 시나브로 성장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단풍 싹은 이파리 하나 달랑 열렸지만 가을이랍시고 붉게 물들어 소담스런 분위기를 만들었다.모든 생명들은 유년시절에 한결 같이 귀엽다고 했던가? 단풍보다 2년 형인 소나무는 더디게 크는 것 같지만 매년마다 성장을 실감할 정도로 곁가지와 이파리가 부쩍 늘어났다.단순히 눈에 보이는 양분과 햇볕만을 먹고 사는게 아니라 애정도 먹어서 그런지 집 안에서 자라기 힘든 이 야생에 길들여진 녀석도 지칠 기색 없이 야금야금 성장해 간다. 길가에 강인한 생명력으로 관심을 끌어달라는 듯 단풍은 절정의 붉은 옷을 입고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서서히 이파리는 오그라 들고 있어 겨울..

일상_20171113

밤에 열린 야시장에 주민들이 북적댄다.호기심에서 두리번 거리던 어릴적 생각하며 쭉 둘러 보며 크게 달라질 건 없나 보다.월요일 한 주의 시작이 그리 호락하지 않았던지 사람들이 꽤나 많이 찾아와 솔빛공원 길이 발 디딜 곳 없다.예나 지금이나 야시장 분위기는 비슷해서 음식이나 상품 뿐만 아니라 놀거리도 가득하다. 밤 늦게 까지 계속된 야시장에 기습 추위가 찾아와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우박이 우수수 떨어져 겨울을 실감하게 된다. 바닥에 떨어지는 우박이 소나기와 함께 많이도 떨어지고, 이내 자취를 감춘다. 잠시 비를 피하는 사이 투명 아크릴 지붕 위에 이렇게 우박이 자리 잡고 야시장을 구경하러 온 사람 마냥 잠시 맺혀 자리를 뜰 줄 모른다.야시장의 볼거리에 대한 호기심은 사람도, 우박도 주체하..

자욱히, 낙엽이 떨어진다_20171110

겨울이 오려는지 바람이 제법 쌀쌀하고 단단해졌다.어김 없이 세찬 바람이 떨구는 낙엽은 자욱할 정도로 많아 겨울까지 든든히 버텨줄 것만 같던 무성한 나뭇잎들이 일시에 우수수 떨어져 금새 가지만 남길 기세다. 조급한 마음에 초점 조정도 하지 않고 그냥 사진을 찍는 실수를 하다니!매년 요맘 때면 초점 조정해서 사진을 찍어야지 다짐하면서도 막상 세찬 바람이 불면 한꺼번에 낙엽이 몽땅 떨어질까 싶어 성급히 사진을 찍어 버리니 주위 사물은 선명하고 정작 포커스 온 대상인 낙엽은 두리뭉실해져 버린다.얼마나 정신을 빼앗겼으면 아예 셔터를 길게 눌러 연사가 다다다다 찍혀 버리는 구만.아쉽지만 올 만추는 이걸로 만족해야지.그냥 넘어가 버린 과거를 생각하며 위안 삼자.

반갑다, 첫 눈_20161126

일상 시계와 인생의 시계는 영원히 만나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며 가끔 좁아지거나 멀어질 뿐이다. 아마도 그 시계가 겹쳐지면 인생의 허무함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센치해지는 본능으로 인해 일상을 등안시 하기 때문에 조물주가 두 시계를 각기 다른 주머니에 두게 하여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가을에 대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어느새 겨울 예고를 귀띔하듯 쌓이기도 전에 보란 듯이 증발해 버리는 눈발을 뿌리며 단잠을 깨우곤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된다.첫 눈?첫 번째가 가진 설렘은 첫 눈처럼 짧고 아쉬워 오래 동안 가슴에 두란 건가?그 첫 눈이 고맙게도 휴일에 여유와 함께 동행하란다. 시간이 한참 지나 올리는 사진인데 어디서 찍은 거지?나름 매뉴얼 포커싱의 진가가 발휘되는, 허공에 하염 없이 날리는 눈발이 첫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