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89

일상_20161115

떨어지는 낙엽을 애써 찍으려 해도 희한하게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바람이 잠잠해 진다.불가사의여!몇 번을 찍었건만 바람이 잠잠해져 포기하려 하면 조롱하듯이 세찬 바람이 불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래서 다시 급하게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또 잠잠...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마저 가장 만족할 만한 동영상에 위안 삼자, 신발~ 저녁 식후의 커피 한 사발이 하루의 긴장을 풀어 주는 건 알겠지만 이 날은 더더욱 니미럴 같은 앙금들을 토닥여 줬다.여의도까지 간 김에 순광형 뵙고 왔더라면...가을과 함께 옛 추억들도 되살아 난다.

일상_20161114

퇴근길에 쉰나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니나 다를까 조금 남아 있던 가을 정취를 워찌나 괴롭히는지! 담배 연기를 마시는 잠깐 동안 그 맛을 잊을 만한 이 동정심은 급기야 그리움에 대한 회상까지 촉수를 뻗쳐 지저분하던 폰 렌즈를 닦고 어느새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비가 그친 건 시간이 흘러 제법 마른 땅을 드러내지만 낙엽이 잡아 놓은 억울한 증거는 여전히 품고 있어 금새 범인은 발각 되었다. 추운 만추의 빗방울과 바람에 여전히 저항하는 남은 가을 잔해들은 종내엔 떨어지겠지만 그 빛깔은 여전한 기력을 행사하며 섣부른 아쉬움으로 단정 지으려던 이내 마음을 도리어 위로해 준다. 찰진 재미를 안겨 주는 이 녀석들이 참 좋아 퇴근길이 설렌다.

일상_20161112

미친 듯이 가을을 털어 내는 찬겨울의 강바람.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일까?바람이 부는 대로 가냘픈 몸을 흔들어 대지만 절대 꺾이지 않는다.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기동력이 어느 정도 따라 주는 고로 한 자리에서의 식상함에 젖을 겨를이 없다. 사정 없이 흔들어 대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꺾이거나 뽑히지 않고 조롱하듯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너희들의 부드러움을 난 얼마나 경탄했던가! 부는 바람과 남은 가을 정경에 아이들이 신나서 사진 찍어달라고 보챈다.너른 고수 부지의 잔디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보기 좋구먼. 갈대 너머에서 강렬하게 웃어대는 햇살 가을이 만들어 놓은 나무 터널이 작별을 예고하는 추풍낙엽.이 터널이 보기 좋아 자전거를 타..

일상_20161106

바야흐로 만추를 지나 겨울을 맞이해야 될 시기.일상이 바쁜들, 휴식도 있기 마련이고 그 빠듯할 것만 같던 일상도 기실 시간의 이기심은 내 착각이나 마찬가지다. 추위와 더불어 자전거 라이딩도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산을 갔다 올 만큼 내 엔진은 아직 건재하니까 두 세 바퀴 돌 겨를에 한 번 갔다 오는 정도로 급격히 짧아졌음에도 그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더 챙긴다.그래서 짧아진건가?오산천 고수 부지는 가을이 지나 심심찮게 갈대밭의 일렁임을 목격할 수 있다.이 곧게 뻗은 공원길에 사람 구경하기가 더 힘들만큼 여유를 허벌나게 때릴 수 있다지? 자욱한 키다리 갈대숲 너머 맑음터공원 전망대가 '내 키가 더 크거든!' 외치듯 꼬나보고 있는데 늘 보던 인공구조물은 이미 식상해 있던 터에 가을 옷을 입은 갈대는 도..

일상_20151122

그 동안 등안시 했기에 모처럼 감행한 대청소는 어찌나 지난한지.부쩍 짧아진 낮시간으로 뒤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해는 뉘엇뉘엇 넘어갈 채비로 조바심이 생겨 커피도 못챙기고 급히 자전거를 몰고 집을 나섰다.날씨도 겨울이 오려는 길목이라 전형적인 우중충한 분위긴데 앞만 보고 오산천으로 달렸더니 날씨에 동화될 겨를조차 없었다. 한창을 달리다 문득 오산 맑음터 공원이란 단어가 떠올라 시간의 여유가 넉넉치 않지만 외도를 해봤다. 자작나무가 서로 옹기종기 모여 재잘거리는 듯 부는 바람에 남아 있는 이파리들이 살랑거린다.겨울이 오면서 가지조차 마치 벌거벗은 듯 뽀얀 속살을 드러내곤 허허로운 찬바람에도 미동 않고 서 있는 모습이 곧 다가올 눈발 날리는 겨울을 암시하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정취를 여기서 보게 되는구먼.어릴..

일상_20151121

해가 부쩍 짧아진 가을 막바지에 자전거를 타던 중 가끔 눈에 들어오는 가을 잔해, 만추의 장면들 몇 컷. 바람이 한차례 씻어버린 길가에 단풍 낙엽이 재잘거리며 살아가고 있다.잠시 벤치에 앉아 커피 한 모금 들이킨 향의 여운이 꽤 길게 남는다. 길의 굴곡을 따라 짬짬이 얼굴 내민 붉은 빛깔이 여전히 반갑다.바닥에 자욱한 낙엽을 보자면 얼마 남지 않은 올 가을과 함께 성큼 다가온 겨울의 암시이기도 하다. 동탄 사랑의 교회 뒷편 저류지 공원을 지날 무렵 유별나게 잘 익은 단풍이 발목을 잡았다.부쩍 추워진 날씨 탓도 있지만 자전거를 조금이라도 경쾌하게 타고 싶은 욕심에 간소한 차림으로 다니느라 카메라는 집에서 쉬게 놔둔 채 아이뽕 카메라를 십분 활용한다.살짝만 보정해 주면 이렇게 화사한 느낌을 지대로 표현해 주..

주말 나들이_20151114

근래 주말이면 장거리 여행에 비가 내리거나 해서 자전거를 거의 타질 못했고 어제도 꽤 오랫 동안 비가 추적추적 내려 오늘 글렀구나 싶었다. 오후에 베란다 너머 도로가 자전거 타기에 무리 없는 것 같아 앗싸 가오리를 외치며 일단 가출. 가던 길에 보이는 만추다운 풍경으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아님에도 계절의 약속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이렇듯 자욱한 낙엽을 바닥에 떨구어 놓았다.온 몸을 던지면 폭신할 거 같은데 막상 뛰어 들면 눈에 회오리 일겠지만서리...활동하기도 무난한 날씨라 굳이 두꺼운 옷을 껴입지 않아도 잠시 싸돌아 다니면 적당한 땀이 날 만큼 비가 내린 11월 치곤 포근하다.이른 시간이 아니지만 의외로 날이 좋아 밟은 김에 좀 더 과감하게 오산까지 가기로 했다. 오산천 고수부지를 따라 자전거길로 ..

만추, 이별과 해후_20151106

아침이 찾아든 산중의 가을은 일상에 젖었던 동안 무언가 잊은 약속을 깨친 듯 급히 서둘러 떠날 채비를 끝내고 잠시 빠뜨린 무언가를 고심하고 있다.가을이 떠나면 새벽 이슬이 서리가 되어 무거워지고내리는 비조차 눈이 되어 둔해져 한자리에 오래 머물려 하고가을을 응원했던 나무들은 잎사귀를 모두 써버려 깊은 단잠에 빠지고각양각색의 길들은 반가움을 잊은 채 정색을 할 거다.모든 문명의 소리를 차단한 채 오직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몸짓으로 활개하던 이 숲의 자연은 조만간 찾아올 겨울엔 선명하던 소리조차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가을을 장식했던 자욱한 낙엽을 바람에게 맡기고 추수에 소외된 열매들은 산중에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맡기겠지.떠나는 가을, 만추의 빛 바래고 허허로운 공기를 뒤로 한 채 떠나는 나는 이제 모든 ..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리운 가을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운 발로일까? 바다와 산을 아우를 수 있는 통고산으로 가는 길은 늦은 밤,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행군과도 같았다.영주를 거쳐 봉화를 지나는 36번 국도는 가뜩이나 인가가 드문데 밤이 되면 나 혼자 암흑을 방황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자정이 넘어 잠시 쉬어간답시고 춘양을 들렀더니 온전히 잠든 마을이었는데 외롭게 불을 밝히는 등대처럼 편의점 하나만이 움직이는 불빛의 흔적을 발산 중이라 극단의 반가움이 울컥 치솟았다.춘양하면 일교차가 원캉 커서 해가 진 한밤과 새벽에 거짓말처럼 추운데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여주인은 겨울 무장을 하고 쓸쓸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따스한 두유 두 병을 사서 하나는 완샷! 하나는 품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