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103

주말 나들이_20151114

근래 주말이면 장거리 여행에 비가 내리거나 해서 자전거를 거의 타질 못했고 어제도 꽤 오랫 동안 비가 추적추적 내려 오늘 글렀구나 싶었다. 오후에 베란다 너머 도로가 자전거 타기에 무리 없는 것 같아 앗싸 가오리를 외치며 일단 가출. 가던 길에 보이는 만추다운 풍경으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아님에도 계절의 약속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이렇듯 자욱한 낙엽을 바닥에 떨구어 놓았다.온 몸을 던지면 폭신할 거 같은데 막상 뛰어 들면 눈에 회오리 일겠지만서리...활동하기도 무난한 날씨라 굳이 두꺼운 옷을 껴입지 않아도 잠시 싸돌아 다니면 적당한 땀이 날 만큼 비가 내린 11월 치곤 포근하다.이른 시간이 아니지만 의외로 날이 좋아 밟은 김에 좀 더 과감하게 오산까지 가기로 했다. 오산천 고수부지를 따라 자전거길로 ..

만추, 이별과 해후_20151106

아침이 찾아든 산중의 가을은 일상에 젖었던 동안 무언가 잊은 약속을 깨친 듯 급히 서둘러 떠날 채비를 끝내고 잠시 빠뜨린 무언가를 고심하고 있다.가을이 떠나면 새벽 이슬이 서리가 되어 무거워지고내리는 비조차 눈이 되어 둔해져 한자리에 오래 머물려 하고가을을 응원했던 나무들은 잎사귀를 모두 써버려 깊은 단잠에 빠지고각양각색의 길들은 반가움을 잊은 채 정색을 할 거다.모든 문명의 소리를 차단한 채 오직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몸짓으로 활개하던 이 숲의 자연은 조만간 찾아올 겨울엔 선명하던 소리조차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가을을 장식했던 자욱한 낙엽을 바람에게 맡기고 추수에 소외된 열매들은 산중에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맡기겠지.떠나는 가을, 만추의 빛 바래고 허허로운 공기를 뒤로 한 채 떠나는 나는 이제 모든 ..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리운 가을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운 발로일까? 바다와 산을 아우를 수 있는 통고산으로 가는 길은 늦은 밤,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행군과도 같았다.영주를 거쳐 봉화를 지나는 36번 국도는 가뜩이나 인가가 드문데 밤이 되면 나 혼자 암흑을 방황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자정이 넘어 잠시 쉬어간답시고 춘양을 들렀더니 온전히 잠든 마을이었는데 외롭게 불을 밝히는 등대처럼 편의점 하나만이 움직이는 불빛의 흔적을 발산 중이라 극단의 반가움이 울컥 치솟았다.춘양하면 일교차가 원캉 커서 해가 진 한밤과 새벽에 거짓말처럼 추운데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여주인은 겨울 무장을 하고 쓸쓸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따스한 두유 두 병을 사서 하나는 완샷! 하나는 품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