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556

그 설레임... 가을

해 질 무렵 동탄 산책로에서 산책 중에 아파트 숲을 가르는 석양.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건 가을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름답기 때문에...올해엔 가을의 기다림이 이리도 설레고 행복할까?하늘이 불타서 잿빛이 될 지언정, 파란 물감을 실수로 쏟아서 하늘이 온통 푸를 지언정, 가을 하늘을 보고 있다면 언젠가 가슴에 담고 싶고 만지고 싶다.

그 길목엔 가을이 오고

높고 푸르던 하늘이 괜한 설레발은 아니었나 보다.언젠가 오리라 확신은 있었지만 그 조바심이 평정을 잃게 하더니 때론 의심까지 들었었던 나.그 의심이 확신의 등을 밀려할 때 아침 저녁으로 그 냄새가 달라졌다.그건 여름이 흉내낼 수 없는, 살면서 내 오감이 지각할 수 있는 범위의 본능이었고 그 기대에 걸맞게 멋진 모습으로 어느새 내 옆에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가을 하늘은 내가 가당찮게 여길 만큼 먼 곳에 있으면서도 팔을 한껏 뻗으면 금새 닿아 살랑거리는 물결이 손등을 간지럽힐 듯 유혹의 손짓을 쉼 없이 보낸다.그 구름은 물 속에 손을 담궜을 때 자칫 단조로운 느낌에 대한 실망을 거두고자 상상조차 불가능한 부드러운 촉감을 선사해 줄 것만 같다.그건 손으로 잡을 순 없지만 상상하는 자들의 어떤 부드러움도 능히 ..

한가로운 석양과 갈 길 바쁜 노을

석양은 내일 같은 자리에 오리란 약속과 확신이 있지만 노을은 그 모양도 다르거니와 내일에 대한 기약은 없다.다만 석양에 비해 더 화려하고 거대하리란 막연한 기대만 주고 사라진다.이런 간결한 석양과 노을과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가을 편지를 써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수신처는 그저 하늘이지만 누군가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전이할 수 있다면 이 하늘은 충분히 매력이 있단거다.

하늘 구름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언젠가 부터 공식화 되어 세상 누구보다 가장 친한 벗이 되었다.심연의 공간에 떠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단장하곤 대지를 내려다 보면서 지상의 모든 것들을 동경하며하늘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표식으로 시각적인 부드러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그렇다면 구름은 하늘과 지상의 동경을 이해로 풀어 주고 맺어 주는 가교인 셈이구나.

장 보러 가는 길

광복절에 하나로마트로 고고씽~ 굳이 하나로마트냐고? 거긴 번잡하지 않고 비교적 걸어 갔다 오기 가까우며 지금 마트가 있는 자리 주위는 도심가에서 반대방향이라 조용한 곳이라서 종종 산책 삼아 갔다 오게 된다. 걸어가는 길엔 이렇게 넓고 조용한 인도와 잔디 밭이 있다.인적도 뜸하고 그 옆을 지나는 차량도 뜸하다.잔디 밭엔 각종 나무와 꽃들이 벗이 되어 주더라. 하나로마트 옆에 이런 참깨밭도 있다.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요 참깨 가지들이 한껏 기지개를 하고 있는 듯하다.꽃이 피기 시작하려는 것보니 여름의 정점에 서 있는 것 같다.작고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여느 꽃처럼 화사함은 어느 것 못지 않다.참깨밭 너머엔 이렇게 유화 같은 하늘도 파릇하게 펼쳐지고 있다. 에타르트라고 하는 하나로마트 바로 앞에 조용한 ..

조용하지만 아담한 산책로

가끔 여길 찾아서 산책을 하게 되는데 덥거나 혹은 추울 땐 쓸쓸한 벤치만큼 이 산책로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광복절 휴일이랍시고 지나가는 길에 잠시 녹색이 화사한 잔디를 밟아봤더니 그 송곳한 느낌이 정겹다.이 길 바닥엔 이렇게 돌이 깔려 있어서 보폭을 맞추기 쉽지 않아 보는 것만큼의 실용성은 없지만걷다 보면 이 돌 주위에 흩어져 있는 잔디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촘촘한 돌만 밟게 되더라.그나마 벤치 주위엔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지 곳곳에 잔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지만이 곳 외엔 잘 정돈된 잔디가 가득하다.휴일만큼이나 편안하게 쉬고 있는 산책로를 담으며...

석양, 그리고 땅거미

광복절 전날 퇴근 무렵에 서쪽 하늘에 겹겹이 드리운 색조.그 자태 너무 탐스러워 사진을 연신 담아 본다.한 컷 찍고 나면 더 고운 빛이 물들까 싶어 다시 눌러 보고, 또 다시 눌러 대고...석양이 남겨 놓은 미세한 파동의 빛 잔해가 어두워 오는 하늘에서 마지막으로 작렬하면서 한 하늘에 셀 수 없이 많은 스펙트럼을 남긴다.

휴일 힐링 프로젝트

더워도 넘무 덥다.이거 어디 멀쩡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날이 아니다 라고 한다면 여름에 실망시키지 않는 대구나 전주-내가 살아 보니 여긴 덥긴 덥더라-를 생각해 보면 이런 푸념은 고문 당할 짓이여.이열치열이라고 얼큰한 국물 한 사발에 푸짐한 점심 너끈히 드시고 또 가출(?)해 버렸다.처음에 땀이 나기 시작할 즈음엔 고통스럽기도 하고 화닥질도 나지만 그 밴댕이 소갈머리 자~알 억누른 채 고비만 넘기면 그까잇꺼 별거 없어부러~이왕 사기를 화끈하게 올려 놓은 김에 동탄 끝까지 땡겨 보자. 동탄나들목이 바로 좌측에 보이는, 산책로의 끝까지 와서 잠시 쉬어 본다.산책로의 끝이자 그 길과 평행선을 그리는 인공 개울-인공하천이란 표현보단 이게 이쁘다. 아니면 인공여울?-의 끝이기도 하다.전방 우측에 현수막이 개울물이..

구름은 흘러 가는 중

엑백스에 아트필터 효과를 주고 열불나게 눌러 버렸더니 슬라이드로 보면 월레스와 그로밋처럼 클레이 애니메이션 같다. 하늘에 구름이 떠 가는게 아니라 짙푸른 강물에 새하얀 크림을 풀어 놓으면 강물이 흘러 가는대로 하얀 크림이 서서히 풀어 헤쳐지며 덩어리 채 떠가는 느낌이 든다.이런 파란 바탕에 윤곽이 뚜렸한 구름을 보고 있으면 강 한가운데 가만히 서서 흐르는 강물을 보는, 내가 상류로 굽이쳐 올라가는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아마도 누구나 그런 기분은 느껴 봤을 거라.근데 가만히 있는 정적인 기운을 깨고 손을 뻗어 이 하얀 덩어리를 손으로 만져 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감촉에 왠지 사람의 체온과 흡사한 미지근한 질감.내가 파란 하늘과 구름을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다.덕분에 몰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