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69

일상_20171011

퇴근길 단풍이 반긴다.이미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홍단풍과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청단풍.허나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면 늦게까지 잎사귀를 부여 잡고 그제서야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은 사람들을 위해 더욱 곱디고운 단풍의 빛깔을 보여주는 게 바로 청단풍이다.경쾌한 퇴근길에 이 모습을 보면 환영해 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황금 한가위 아흐레 날_20171008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유형지에 끌려가는 기분이다.그렇다고 집이 싫은 건 아닌데 아쉬움의 심보가 터져서 그런걸까?평택에서 자고 부시시 일어나 햇살 강한 오전에 쉬엄쉬엄 전철을 타고 갈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돌아가며 보충된 체력을 이용하여 오산을 한 바퀴 돌다 가기로 했다. 이렇게 햇살이 좋은 하루다.황금 연휴는 꺼져가는데 햇살과 바람 내음은 전형적인 가을이다.이래서 배가 아픈가? 사랑밭재활원을 지나면서 부터 동탄의 오산천변 산책로가 시작한다.희안하게 오산에서 만난 사람을 동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가는 길에 또 만났다. 길의 끝에서 시작해 끝까지, 그래봐야 5km도 안 되지만 이제는 만만하고 익숙해져 버린 길이라 무시하면 안 된다. 반원 형태의 동탄 가장 중심부 길은 여전히 한산하다.도시 중심부가 우..

황금 한가위 이렛 날_20171006

황금 연휴의 반이 지났다.여전히 이 날을 포함하면 평소의 명절 연휴 정도지만 전체 일자에서 반이 지났다는 생각에 모든걸 대입하는 몹쓸 버릇이 생겨 반타작에 더 마음을 쓴다.1년 넘게 손 놓고 있던 포켓몬고를 하면서 대부분 시간이 허비된 기분에 손에 들고 있던 아이패드-태블릿으로 하면 더 실감 나거든-를 내팽개치고 텀블러에 라지 사이즈 커피와 출력 좋은 스피커를 챙겨 밖으로 무조건 뛰쳐 나왔다. 도심에서 이런 우거진 나무숲길(?)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데 동탄의 나이가 어느덧 10살이 지나면서 묘목 수준이던 나무들도 제법 자라 이렇게 대견하게 컸다.집이 가까워 틈틈히 자주 걷게 되는 길이 이렇게 멋지게 가꾸어진 것도 내 복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도로는 한산하다.그나마 여느 명절 연휴에 비해 사람들은 종종 ..

황금 한가위 넷째 날_20171003

반가운 늦잠, 해가 중천에 있을 무렵 부시시 일어나 제수용품 마련하는 사이 정겨운 햇님이 서녘의 집으로 돌아간다.연휴 넷째 날은 전날에 비해 하늘이 투명하고 서려있던 구름이 물러난 쾌청한 날이었다. 추분이 지나 낮이 부쩍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밤이 길어져 활동량이 줄어 들었다.저물어 가는 하루를 보내기 아쉬워 외출 준비를 해서 문밖으로 발을 내딛었다.무조건 밀린 잠을 잔다고 연휴는 아닌데다 잠에 취해 버리면 시간은 시간대로, 후유증은 더 깊어질수 밖에 없다. 그리 어렵지 않게 도착한 텅빈 호수공원엔 불빛만 가득하다.상영관이 있는 쇼핑몰은 미어 터져 주차장 출입구는 차들이 기나긴 줄을 서 있었던 것과 상반되게 외곽에 있는 공원들은 한결 같이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수준이었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걸어 ..

황금 한가위 셋째 날_20171002

연휴, 아니 그냥 연휴라면 섭하고 명절 황금 연휴 셋째 날, 집에서 뒹굴다 이 귀한 시간의 무료함이 싫어 자전거를 타고 공원길을 달렸다.당초 계획은 전년도 연휴처럼 40여 킬로 정도를 질주하는 건데 공백이 길어 금새 지쳐 버린다.시간이 넉넉한 만큼 굳이 강박증에 시달리는 회사 생활과 달리 언젠가 집으로 가는 두리뭉실한 목표를 잡았더니 주위에 보이는 것도 많고, 초가을 정취도 잘 보인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어차피 남는 건 파워라 앞만 보고 냅다 달려 금새 공원길의 끝인 기흥/동탄IC 부근에 도착했다.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수로에 민들레 하나가 만개 했고, 이미 그 유혹에 넘어간 벌 하나가 흠뻑 빠져 있다. 아직 여름색이 창연한데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보면 올해 여름의 종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오산..

가을이 오는 소리_20171001

가을비 내리는 늦은 밤에 레인코트 한 벌에 의지하여 오는 가을을 맞이하러 간다.황금 연휴의 시작이라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했지만 이미 5월 이전에 대부분 항공편은 동이 났고, 삯은 천정부지, 지랄 옆차기 단가를 불러도 없어서 못 구한단다.정말루, 정말루 아쉽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니까 사정은 마찬가지.하긴 나보다 앞서 결정한 분들이 무쟈게 많을 터이니 별반 차이 있겠냐구.덕분에 도시는 모두가 떠나 텅 비어 있는 랴퓨타 같다.그래도 유령 도시 같은 느낌은 전혀 없는 게 가을이 오기 시작하는 징후 덕분에 사람들이 떠난 분위기를 대체해 주는 기분이랄까? 이 시기면 아직은 여름색이 짙다.여전히 짧은 셔츠 차림이거나 여름 신록이 여전하거나.다른 건 말로써 완전히 규정할 수 없는 가을 내음 정도? 모두가 떠나 버린 근..

일상_20170925

우여곡절 끝에 동네 도착은 했다만 동탄역을 자주 왕래하는 편이 아니라 이동할 땐 한바탕 곤혹을 치른다.버스도, 택시도 애매한 시간대엔 쉽지 않다. 버스를 내려 짐도 그리 무거운 것도 아니고 해서 좀 걷던 중 홍단풍이 늘 첫 눈에 맞이한다.여름에도 붉더니 아직 익지 않은 가을에도 여전히 붉다.청명한 가을 햇살이 내려 쬐이면 볼그스름 익어가는 단풍의 빛깔이 이쁘겠지?현재는 운영 중인 솔빛 유치원이 일 년 전 한창 공사중이라 길 좌측에 높은 펜스가 쳐져 있구만.

일상_20170920

퇴근해서 집으로 도착하기를 9시가 넘는 시각.러시아워 시간대 남산터널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도로를 가득 매운 차량의 행렬은 그냥 마음을 비워야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그래서 난 꿈나라로 빠져 든다네~ 가을 바람이 불어 여름 때를 씻어 내는 청량감을 느끼고자 후딱 저녁 쳐묵하시고 거리로 뛰쳐 나가서 부는 바람에 펄럭이는 나뭇가지의 낙엽들을 액숀 영화 보듯 즐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아직은 단풍이 붉게 물들지 않는 초가을이지만, 적단풍은 여름 내내 가을을 손꼽아 기다렸는지 잎사귀마다 붉은 빛이 감돌아 마치 가을의 정점에 다다른 것 같은 착각도 든다.

반갑다, 첫 눈_20161126

일상 시계와 인생의 시계는 영원히 만나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며 가끔 좁아지거나 멀어질 뿐이다. 아마도 그 시계가 겹쳐지면 인생의 허무함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센치해지는 본능으로 인해 일상을 등안시 하기 때문에 조물주가 두 시계를 각기 다른 주머니에 두게 하여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가을에 대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어느새 겨울 예고를 귀띔하듯 쌓이기도 전에 보란 듯이 증발해 버리는 눈발을 뿌리며 단잠을 깨우곤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된다.첫 눈?첫 번째가 가진 설렘은 첫 눈처럼 짧고 아쉬워 오래 동안 가슴에 두란 건가?그 첫 눈이 고맙게도 휴일에 여유와 함께 동행하란다. 시간이 한참 지나 올리는 사진인데 어디서 찍은 거지?나름 매뉴얼 포커싱의 진가가 발휘되는, 허공에 하염 없이 날리는 눈발이 첫 눈..

일상_20161120

가을에 맞이하는 휴일, 특히나 날은 엄청시리 화사하다. 부시시하게 일어나 가벼운 차림으로 룰루랄라 신나게 가는 심부름 ㅠ 사람 마음 약해지게 가을이 깊어질 수록 붉은 단풍 빛깔은 더 요염하기만 하다.이러니 놓아주고 싶어도 집착만 생기잖아.겨울 준비로 가지에 붙어 있던 잎사귀를 바닥에 자욱히 떨어 뜨려 놓았건만 그 모습이 한층 더 가을답기까지 하구먼. 집 베란다 정원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자라는 요 쬐깐한 소나무(내 동생, 솔영이와 솔양이_20160915)도 가을 옷을 입은 모습이 마치 아가들이 조막만한 때때 옷을 입은 것 같아 더 귀엽다.화분 한 귀퉁이에서 햇살을 받으며 자라는 소나무를 보며 처음엔 제대로 싹을 틔울까 싶었는데 경이로운 생명은 싶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에 가끔 눈 요깃거리가 되어 버렸다.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