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69

다시 찾은 통고산의 가을_20181026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은 통고산 휴양림이다.각별한 추억, 특별한 가을이 있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통고산은 일시에 변해 버리는 가을이 아니라 제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타고 계절의 옷을 입는다.통고산에 도착하자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빗방울은 조금 가늘어지고 가볍게 흐린 날이라 어둑하기 보단 화사하게 흐린 날이었다.쨍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표현이 좋고 가느다란 빗방울이라 조금 비를 맞는 감수만 한다면 활동하기 무난하다. 통고산 휴양림 초입 안내소에 잠시 내려 매년 찾아올 때마다 인사를 나눴던 분과 잠깐 대화를 하고 바로 진입 했고, 첫 만남은 여전히 인상 깊은 단풍의 향연이 나를 반겼다.평일이라 통고산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차를 이용해 천천히 앞으로 진행해도 어느 하나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한티재에서 생태숲 _20181026

앞전과 같은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 구부정한 한티재 고갯길을 넘던 중 가파른 언덕에 도배된 들국화 군락지를 발견했다.오지 마을에 이런 광경이 사뭇 신기하다.비교적 굵어진 빗방울을 우산 없이 맞으며 카메라가 젖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 몇 장을 남길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숨 막힐 듯 매캐한 들국화 향이 대기의 분자 분포도를 뒤틀어 버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고갯길에 먼 곳부터 서서히 다가가며 찍는 동안 내리는 비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한티재 주유소에 들러 굶주린 차에 식사를 든든히 채워 주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하며 수비면을 지나는 길에 학교가 보여 잠시 차를 세우고 차창만 연 채로 한 컷. 희안하지?반딧불이 생태숲에 2번을 왔었는데 한결 같이 굵은 가을비가 카메라를 허락하지 않고 기억의 창고만 ..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흥림산에서 자생화 공원까지_20181026

그 놈의 지독한 아쉬움으로 9일만에 다시 찾은 영양이지만, 아쉬움의 진원지 였던 가을비가 조롱하듯 똑같이 재현 되어 은둔의 방해를 간접적으로 항변하며 완고한 거부처럼 보였다.차라리 현재의 상황을 즐기자는 의미로 욕심을 내려 놓자 비도 가을의 일부로 재해석 되었다.비는 잠자고 있던 사물의 소리를, 가을은 움츠리고 있던 감성을 일깨웠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두터운 여독이 어깨의 백팩처럼 묵직할 거라 우려 했지만 기우에 불과할 뿐, 눈을 뜨자 믿기 힘들 만큼 몸이 가볍고 마음은 홀가분했다.앞으로 가게 될 여정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을에 대한 상상은 거품이 잔뜩 든 기대감이 아니라 담담한 가운데 있는 그래도 받아 들일 심보 였으니까.흥림산 휴양림의 텅빈 휴양관을 나와 곧장 출발하지 않고, 잠시 윗쪽에 자리 잡고 ..

시험 치고 돌아오는 길_20181024

난 돌아가는 길의 첫걸음이지만 어떤 이들은 떠나는 길의 첫걸음이다.난 피로를 짊어지고, 또 어떤 이들은 설렘을 봇짐처럼 둘러 매고 떠난다.끝 없는 미지의 세상이 반, 삶의 터전이 반.출발과 끝은 기차 역이다. 시험으로 전날 대구에서 바로 대전으로 건너가 같이 온 학우들과 각자의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시험을 치렀다.다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데 그래서 인지 추위를 타며, 심지어 어떤 젊은 수험생은 벤치 파카를 입고 왔다.나는 다행히 긴장을 적게 해서 만족스런 결과가 나왔다.시험이 끝나고 부근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대전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가을 더위가 체감된다.구름 한 점 없이 드높고 넓은 하늘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홀가분한 마음의 유혹으로 잠시 옆길로 빠져 가을이라..

오산천을 따라 스며든 가을 향기_20181022

걷다 지칠지언정 누굴 원망할 겨를 없이 뿌듯해진 가슴을 진정시키는게 더 급선무다.이 장면이 좋아 급한대로 폰카를 들이밀지만 이내 또 다른 매력적인 장면으로 또 폰카를 꺼내는 사이 자연 진행 속도는 더딜 수 밖에.이런 상황이라면 억척스럽게 낮이 짧은 자연 이치를 원망하지만 그리 길게 가지 않고 이내 잊어 버린다.인간이 자연 앞에 초라해지는 순간이란 바로 자연의 채색에 넋을 놓고 절대 모방할 의지를 좌절시키는 이런 계절이겠다. 길가에 이런 풍경이 널려 있는데 걷고 싶지 않을까?허락된다면 다리가 부은들 행복의 징표가 된다. 오산천을 너머 여울 공원으로 방향을 잡아 본다.출입을 제한 시켜 놓은 야생의 들판이 펼쳐져 있고, 거기에 아무렇게나 자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들판의 가을이 태동하고 있었다. 장미가 아닌 것..

일상_20181022

가을이라 바빠 졌다.가슴이 바빠 졌고, 눈이 바빠 졌다.아침과 저녁에 가을이면 꼭 한참을 서서 감상하는 색과 구도가 있다. 지극히 가을다운 색감에 나무의 구도가 가을스럽다. 가을이 완전 익지 않은 단풍도 어찌 이리 이쁠까? 홍단풍은 더욱 붉게, 청단풍은 마지막 남은 신록을 소진하기 위해 더욱 푸르다.아가들도, 어른들도 가을 앞에선 평등하다.마음 속에 꿍셔 두었던 감정들을 과감 없이 표현하니까. 여름엔 전부 같은 녹색이라 표현해도 이해되는 나무들은 녹색의 디테일을 따지는게 무의미한데 가을이 되면 각양각색으로 변모한다.유전자 깊숙하게 감추고 있던 색감을 천천히 풀어 헤치고, 만추가 와서 낙엽이 떨어지기 전까지 같은 색이 없다. 저녁에 다시 이 자리를 오자 가을과 노을이 어울린 더욱 멋진 장면을 연출하며 기다..

영양의 숨겨진 보배_20181017

이방인에 대한 경계일까?카랑카랑한 새소리는 날이 서 있고, 온 세상 사물을 두드려 대는 빗소리는 두서 없다.인적이 거의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은 낯선 발자국이 신기하고, 콘크리트 먼지에 익숙해진 시신경은 그저 모든게 이채롭다.조금 이른 가을이라 마냥 아쉬움이 남는 건 미련의 기대를 양산하고, 결정에 매말라 있던 발걸음은 한바탕 퍼붓는 가을비 마냥 호탕하기만 하다. 굵어진 빗방울에 옷이 배겨낼 도리가 없어 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수생식물 관찰장의 데크길로 한 발짝 한 발짝 자근하게 걸어갔다.관리사무소 바로 뒷편이라 아주 가끔 지나가는 차가 빗물에 젖은 도로를 가르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대기를 파고 들어 허공으로 뻗어 흩어졌다.세상의 소리라곤 오로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우산에 부딪히고 작은 연못에 떨어져 동..

가을을 따라 영양으로_20181017

영양을 찾은 게 언제 였던가?대구에서 학업이 끝나고 영양을 거쳐 집으로 갈 결정을 내리고는 곧장 중앙-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영양으로 향했다.2015년 가을에 영양을 찾았다 인상적인 가을을 맞이하곤 다시 그 추억에 의지해 영양을 찾은 만큼 한창 물오르기 시작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아무렇게나 놓은 가을인데 특별하게 보인다. 영양 일월에 도착하여 잠시 한숨을 고른다.비교적 오래된 건물 외벽에 덩굴도 가을에 맞게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늘에 빛내림이 있는 것과 다르게 이내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언제 굵어질지 몰라 주저 없이 다시 출발했다. 가던 중 3년 전 가을을 상기시킬 만한 가을 풍경들이 보인다. 자생화 공원에 ..

일상_20180519

근래 내린 화끈한 봄비로 주말 미세먼지는 자취를 감추고 대기는 청명했기에 간편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새들이 머무는 오산천은 근래 비가 많았다는 반증처럼 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석산 어딘가에서 발원하는 여울도 많은 비로 인해 떨어지는 물소리가 힘차다. 세상 모든게 평온할 줄 알았는데 개미들은 마음과 다르게 혈전을 치르고 있다. 비가 온 뒤, 생명들은 더욱 역동적이고 부쩍 자랐다.봄에 시작되는 식물은 연약하고 고운 녹색에서 강인하고 짙은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 중이다. 아이폰에 인물 사진 특화 기능이 있는데 동상도 인물로 인식한다.신통방통~ 녹음만 짙어질 줄 알았는데 적단풍 또한 더욱 매혹적인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한다.

일상_20180429

코가 비뚤어지도록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커피 한 잔. 활동하기 좋은 날인데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소냐.강렬한 햇살에 전형적인 봄날이라 고글 끼고 동네를 배회해 본다. 얼마나 햇살이 강했으면 동네마다 거리들은 한산했다.그나마 공간을 메우는 건 재미 있는 놀이에 빠져 강렬한 햇살을 잊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을인가 착각을 들게 만드는 홍단풍이 짙은 붉은 색을 입고 내리쬐는 햇살 아래 뜨거운 빛을 반사 시킨다.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맞는데 햇살이 부담스러워 그 쬐는 태양 아래 있으면 금새 땀이 맺히는 열기를 느꼈다. 호수공원에서 자라는 갈대들은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 다시 반석산 방향으로 잠시 오른 뒤 이내 동탄복합문화센터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