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197

조령산 통나무집_20171208

겨울에 오는 통나무집은 좀 불편하다.바닥이 자글자글 끓어대긴 하지만 전기다 보니 바닥만 불덩이고 실내 공기는 전혀 뎁혀지질 않고 도리어 더 건조해 자고 나면 목이 따끔거린다.특히나 통나무집은 우풍이 심해서 바닥과 실내 온도차가 극심하다.고민 끝에 혼자 1박할 요량으로 조령산 휴양림에 왔다.사진 좀 찍어 보겠다는데 누가 말려! 향나무 16호집으로 예약한 건 금요일이라 이미 다른 집들은 예약 완료 상태 였고, 그나마 이 녀석도 누군가 예약 취소를 해서 잽싸게 낚았기 때문이지.주말에 휴양림 통나무집 예약은 참 어렵다.늦게 출발해서 밤에 체크인 후 문경에 지인을 만난 뒤 다시 돌아온 시각은 꽤나 늦었다.

아이폰 줌렌즈 첫 사용_20171206

손도 작은 편이고 휴대성도 좋질 않아 큰 화면 아이폰은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노치 드자인 아이폰은 베젤을 확! 줄인 덕에 기존 아이폰과 사이즈가 큰 차이 없으면서 화면이 확! 커지고 줌렌즈가 장착되어 있어 산책 겸 호기심에 몇 장 찍어 봤다. 늘 경계심에 가득한 길냥이도 조금 먼데서 찍을 수 있다.이 녀석 가끔 보이던 녀석인데 워째 비 맞은 것처럼 털이 이렇게 되었나? 새들의 휴식처에 셔터를 누르자 확실히 크게 보인다.허나 폰카의 디테일은 어쩔 수 없고만. 겨울에 나방이 가끔 보인다.추위로 여름 만큼의 활동성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겨울에 나비가 생활하지? 음지에 자라는 이끼와 함께 지난번 내린 눈도 고스란히 얼어 있다.줌렌즈는 인물 사진에 특화 되어 있다지만, 인물 사진을 그리 선호하지 않아 풍경에 잘 ..

집으로 출발하는 길목_20171201

3일의 일정 마지막 날이라 모든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간다.역시나 망우당공원을 지나 동촌 지하철역을 거쳐 동대구역에서 상행 열차를 타면 끝이지. 밤에 지나면서 얼핏 보면 사람이 없는 어둑한 공원에 포졸들한테 하이라이트가 비춰져 있어 개거품 물 수 있을 만큼 무서울 때가 있다.낮에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영남제일관은 언제나 이렇게 썰렁하다. 어차피 시간도 넉넉해서 영남제일관 위에 올라 사방을 훑어 봤다.관의 정면은 시원스레 뚫린 아양교가 뻗어있고, 그 위로 차들이 시원하게 질주한다.금호강이 발치에 있지만 역시나 이른 추위로 넓은 고수 부지는 텅 비었다. 망우당공원에서 가장 운치 있는 벤치는 방과 달리 낮엔 그저 전망 좋은 곳에 불과하다.역시나 가로등의 역할도 무시 못하겠구만. 벤치에 잠시 앉아 멀리 가..

추억을 정리하며_20171130

숨 가쁘게 지나간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인 인터불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엔 친구들과 조촐하게 한 잔 박살내고 느긋하게 걸어갔다.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이 걸어 본 게 얼마 만인가?초겨울 치곤 서늘 했지만 든든하게 입어서 대기에 노출된 뺨만 살짝 얼얼한 정도라 걷기 딱이다.가져간 블루투스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해 짱짱하게 틀고 텅빈 공원을 걷는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망우당공원 곽재우 동상 부근을 지날 무렵 출발할 때 강가 절벽은 세상 모든 평화를 품은 듯 고요하다. 가볍게 요동치는 금호강 너머 고수 부지는 일찍 찾아온 추위로 텅 비었다.망우당공원도 평소 발길이 거의 없는데다 추위로 호텔까지 걷는 동안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강가 절벽 위 전망 좋고 운치 있는 소나무 밑 벤치는 여전히 텅비어 있어 잠시 내가 앉..

도심 산책, 동촌유원지_20171130

전날 밤 대구에 도착하여 인터불고 호텔에 자리를 잡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퍼질러 잤다.어차피 2박 예정이라 느긋하게 보내자는 게 한참 선을 벗어나 버린거지.아무래도 절친 두 명을 만나 소주 한사발 거나 하게 기울인 화근이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추운 날을 이기고자 두터운 패딩 코트를 하나 걸치고 간소한 백팩 차림으로 호텔을 나서 동촌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고, 마침 호텔이 망우당 공원과 동촌 유원지를 끼고 있어 산책하기엔 그만이었다.도심을 도보로 여행 하자는 취지니까 이 정도 쯤이야!망우당 공원 옆 금호강 하천과 연결되는 절벽에 어느 한 곳이 허술하게 뚫린 거 같아 다가서자 실제 이렇게 내려가는 좁은 길이 있다.한 사람 겨우 지나갈 너비에 절벽을 따라 굽이쳐 결국 금호강 고수부지에 다다르자 실제..

일상_20171126

역시나 첫 눈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눈 흔적은 거의 없어지고 마치 소소한 비가 내린 마냥 땅이 촉촉히 젖어 있다. 반석산 둘레길 음지는 눈이 내리면 녹지 않고 한 동안 자리를 잡고 있는데 초겨울의 날씨가 그들에겐 포근해서 금새 자리를 털게 만드나 보다.가을부터 차곡하게 쌓인 낙엽만이 둘레길을 가득 덮고 있어 눈이 내렸나 싶을 정도. 조카 녀석들이 어릴 적에 많이 데리고 온 장소가 노작호수공원 건너 인공 개울 데크길이라 반석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려 봤다.겨울은 세상이 덜 아름다워 기억 속에 묻어둔 아름다운 기억을 회상하라고 있는 계절인가?웃고 뛰어 놀던 그 악동 같던 녀석들의 떠들썩한 웃음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다. 반석산 습지원은 예전만큼 발길을 두지 않아서 인..

첫 눈_20171124

겨울의 첫 눈 치곤 제법 많이 내리던 날.겨울이라고 해도 한 겨울처럼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 내린 눈은 금새 녹아버리고 녹은 눈더미들은 진흙처럼 길가에 쌓여 있지만, 그래도 첫 눈의 설레임이 금새 회상되는 날이다.가을이 얼마 지났다고 벌써 겨울의 설레임이라니.모든 계절은 그래서 매력 덩어리고, 그 매력에 취해 계절을 즐기게 된다. 가지에 켠켠이 쌓이고 이파리에 핀 눈꽃은 오래 동안 피어 있지 못할 시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지만, 내리는 눈이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작품들은 한결 같이 매혹적이고 화사하다.이제 겨울이다~!!!

낙엽_20171123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길목은 무엇보다 바람이 많다.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지에 달려 버티고 있던 이파리는 이런 세찬 바람에 대부분 떨어지게 되는데 떨어지는 낙엽 사진이라도 찍을라 치면 초점 맞추기도 힘들고, 타이밍 잡기도 무쟈게 힘든다.임의로 초점을 잡더라도 그 초점 거리에 떨어지는 낙엽보다 초점 거리를 벗어난 낙엽들이 워째 대부분이라 갈팡질팡하는 사이 제대로 사진 건지는 건 증말증말 어렵다. 요 녀석도 솔빛 공원을 배회하다 다른 자리로 옮기던 중 한차례 몰아치는 바람에 무더기로 낙엽이 떨어지던 찰나 운 좋게 렌즈에 찍혔지만, 역시나 초점은 안드로메다로 가 버렸다.그래도 사진 상 위치가 이렇게 좋을 수 있겠나?운 좋은 날이었다.

After the rain_20171120

겨울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촉촉히 세상 만물을 적시는 하루다.빗물을 만나 단풍의 붉은 색은 싱그러운 생명을 얻고, 들판의 갈대는 영롱한 색을 얻었다. 비 온 뒤 땅은 굳고, 비와 같이 시련이 찾아온 뒤에도 남은 친구가 진정한 우정이랬던가?저녁 무렵 그친 빗방울이지만 점점 가을 내음이 물러가고, 겨울 정취가 알알이 들어와 세상에 박히는 비 내린 하루 였다.